인포그래픽을 이용한 미디어 ‘뉴스젤리’

 

▲ 뉴스젤리의 인포그래픽 (출처: newsjel.ly/issue/chicken/)

사람들은 흔히 요즘을 정보화시대라고 부른다. 미디어며 책이며 ‘미래에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승리한다’고 입을 모으고 온갖 콘텐츠를 쏟아낸다. 기존의 언론매체 외에 각종 신생매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정보기기를 갖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찾는다. 몇몇 사람들은 정보가 없으면 불안증세까지 보인다.

최근 전자기기의 사용량이 늘고 온라인 정보를 접하면서 사람들의 주의지속시간, 즉 집중력이 줄었다. 웹 사용성 전문가 제이콥 닐슨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글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웹페이지에 있는 글자 중 20%만 읽고 지나친다. 제 아무리 언론에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도 사람들은 그 중 극히 일부만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이 아닌 그림으로 뉴스를 전하는 매체가 있다. 이 매체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인포그래픽, 차트, 스토리텔링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바로 ‘뉴스젤리(newsjel.ly)’다. 뉴스젤리는 말랑말랑하고 새콤달콤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를 표방한다.
 

뉴스젤리와 인포그래픽


뉴스젤리는 지난해 12월 베타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제대로 된 회사의 모습을 갖췄다. 아직은 4명의 정규직 직원, 4명의 인턴직원이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단계다. 뉴스젤리는 ‘즐겁게 세상을 보여주자’는 모토를 갖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똑똑해진 소비자에게 맞는 뉴스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수단으로 인포그래픽을 이용한다.

뉴스젤리는 재밌는 콘텐츠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임지현 디렉터와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정병준, 임준원 공동대표가 뭉쳤다. 이들은 빅데이터의 무궁무진한 활용범위에 집중했다. 빅데이터가 가진 유용한 정보로 일반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회사를 만들게 됐다.

데이터 저널리즘, 그중에서도 비주얼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 온라인 매체 등의 발전은 전통 매체의 위기론을 가져왔다.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의 시대는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위기론에 대응해 인쇄매체를 부흥시키려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2005년 세계편집인 포럼에서 비주얼 저널리즘이 그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 중 하나로 인포그래픽이 꼽혔다.

인포그래픽은 인포메이션 그래픽스(Information graphics)의 줄임말이다. 그래픽 요소를 이용해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인터넷의 시각정보는 2007년보다 9900% 증가했다. 뉴스젤리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인포그래픽을 통해 발생한 트래픽(서버 통신의 양)이 200% 증가했다. 이제는 어디서든 인포그래픽을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포그래픽은 무엇 때문에 성공적인 전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 인포그래픽의 효용을 설명하는 웹페이지 (출처: neomam.com/interactive/13reasons/)

인포그래픽은 ‘뇌가 좋아하는’ 정보다. 시각을 담당하는 신경은 회백질의 30%를 차지한다. 시각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는 신경은 뇌 전체의 50% 가량이다. 우리의 감각 수용기관의 70%는 눈에 있고, 시각정보를 0.1초만에 받아들인다.

뇌가 글자정보와 그림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글자정보는 눈으로 글자를 본 뒤, 머릿속에 저장돼 있던 글자의 형태와 대조해 해독된다. 글자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 내용을 순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을 위해서는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가 문장이, 문장이 문단을 이루는 방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반면 뇌가 그림정보를 읽어낼 때는 전체정보를 한번에 아우른다. 이미지로 나타난 정보는 눈을 통해 바로 뇌로 흘러 들어간다.

뉴스젤리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인포그래픽을 통해 발생한 트래픽은 약 200% 증가했다. 또한 인포그래픽은 문자기반의 자료에 비해 30배 이상의 정보전달 효과가 있다. 시각화된 데이터는 뇌에서 6만 배 이상 빠르게 처리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반 콘텐츠보다 40배 이상 많이 공유되고 있다. 인포그래픽은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가진 정보 형태다.
 

뉴스젤리의 인포그래픽


뉴스젤리는 단순히 기존의 정보를 시각화하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가공해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조직해 정보를 만들고 표현하는 ‘정보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정보디자인은 크게 정보시각화와 데이터시각화, 그리고 스토리텔링이 들어간 인포그래픽으로 나뉜다.

정보시각화는 단순히 정보를 알기 쉽게 시각화한 것을 뜻한다. 데이터시각화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도표로 나타내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데이터시각화는 보통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 쓰인다. 따라서 방대한 양을 수용자에게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이란 말 그대로 상호작용이 있는 인포그래픽이다. 전체적인 정보가 나타난 화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거나 선택하면 해당하는 정보와 추가정보가 나타나는 형식이다.

▲ 6.4지방선거 인터랙티브 정보 사이트 (출처: election.newsjel.ly)


뉴스젤리도 지난 6.4지방선거 인터랙티브 선거 정보 사이트(election.newsjel.ly)를 연 적이 있다. 메인화면의 지도에서 원하는 지역을 클릭하면 그 지역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선거 홍보용 책자, 포털 등에서 제공하는 후보자의 학력, 경력 등 기본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재정건강진단서’도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 것이다.


뉴스젤리는 데이터 시각화와 더불어 스토리텔링형 인포그래픽을 제공한다. 스토리텔링형 인포그래픽은 광고와 비슷하다. 컨셉을 잡고 필요한 데이터만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존의 정보를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갖고 어떤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지를 정한 뒤 시각화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일반 언론사에서 취재를 하고 인터뷰하듯 뉴스젤리는 데이터를 보고 분석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발견해내는 방식이 취재과정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소셜데이터를 분석한다. 소셜데이터는 형태가 없는 비정형 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날짜별로 얼마나 얘기했는지, 연관검색어는 무엇인지 등으로 데이터를 가공한다.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미디어


뉴스젤리의 콘텐츠를 처음 접한 이용자는 뉴스젤리를 단순히 재밌고 예쁜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곳이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뉴스젤리는 데이터를 가공하는 전문적 회사다. 지금까지는 인포그래픽을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마케팅이나 홍보를 위해 이용했다. 그러나 뉴스젤리는 이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에 게재된 뉴스젤리의 인포그래픽
(출처: data.seoul.go.kr/openinf/board/gallery.jsp?bbs_cd=10005&seq=125)

뉴스젤리는 지난 4월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데이터를 공개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공공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일반 대중들이 데이터에 접근하거나 이용하기 어려웠다. 당시 김경서 시 정보기획단장은 “기존의 공공데이터를 단순 개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활용에 유용한 데이터를 사용자와 같이 고민하고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계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지현 뉴스젤리 콘텐츠 디렉터는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정보개방을 한다. 그런데 시민들이 그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직관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들이 제공하는 인포그래픽이 시민들의 이해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뉴스젤리는 지난 6월 서울시뿐만 아니라 한국편집기자협회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데이터 저널리즘 활성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다. 이 업무협약은 빅데이터 시대에 저널리즘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반 구축을 위한 기술 교류와 공동 제작을 주 내용으로 했다. 한국편집기자협회의 협회 기관지인 ‘편집기자협회보’와 협회소속 신문사를 통해 뉴스젤리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연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크로팬에 따르면 당시 정병준 뉴스젤리 대표는 “국내 최고 기자 단체와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내 언론, 미디어 기자들과 함께 현재 언론의 역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패러다임 성립에 기여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타 매체와 협력하는 미디어

▲ 기존 기사를 인포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사례 (출처: newsjel.ly/issue/monday_sickness)

뉴스젤리의 콘텐츠 중 다른 미디어가 출처로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월요병에 대한 8가지 진실’이라는 기사는 영국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블로그 오디(Oddee)에 게시된 내용을 인포그래픽으로 재구성했다. ‘우리엄마가 변했어요’라는 기사의 경우 잡지 ‘여성중앙’ 8월 호에 실린 내용을 시각화했다.

임지현 디렉터는 “유용한 내용을 담은 기사임에도 텍스트로만 존재할 경우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 텍스트로만 이뤄진 경우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자들이 인지하는 데 있어 더 임팩트가 큰 그림으로 나타내서 더 풍부한 컨텐츠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직접 제휴를 맺거나 저작권 표시를 함께 달고 재구성된다.

뉴스젤리 메인페이지 하단에는 ‘미디어 리스트’가 있다. 이는 뉴스젤리와 직접적으로 제휴를 맺은 매체의 목록이 아니다. 타 매체를 경쟁상대가 아닌 상호협력적인 동료관계로 바라보는 뉴스젤리의 관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러 매체의 유용한 콘텐츠를 뉴스젤리가 시각적으로 가공을 하기도 하고, 뉴스젤리의 인포그래픽을 타 매체에 제공할 수도 있다.
 

삶을 촉촉하게, ‘Bee healing’

▲ 비 힐링(Bee healing) 프로젝트 콘텐츠들 (출처: healing.newsjel.ly/posts/)

뉴스젤리는 지난달 17일 데이터 힐링 프로젝트 ‘Bee healing’을 시작했다. 기존의 콘텐츠는 시의성에 맞는 키워드로 이뤄졌다. 반면 비힐링은 일상에 지친 독자들을 치유해주겠다는 목적이다. 사회가 밝고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콘텐츠다. 비힐링 콘텐츠는 이름에 어울리는 벌집모양의 육각형 형태의 인포그래픽이다.

비힐링 콘텐츠는 철저히 모바일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인포그래픽의 크기가 크거나 길지 않다. 따라붙는 기사의 길이도 짧은 편이다. 대신 사회가 변하는 모습이나 수치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콘텐츠 아래의 공유버튼을 누르면 페이스북으로 바로 공유도 가능하다. 또한 공유 수를 집계한 후 후원을 받아 실물 기부로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첫 콘텐츠인 ‘길고양이 급식소 소식’에 이어 ‘멍때려도 괜찮은 소식’, ‘영등포 꽃담장 소식’ 등 2~4일 주기로 새로운 소식이 게시된다. 짧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임지현 디렉터는 비힐링 프로젝트를 “지쳐있는 일상에 단비처럼 촉촉하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얘기들”이라고 비유했다.
 

뉴스젤리가 나아갈 길


뉴스젤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사용자 친화적인 콘텐츠다. 현재 제공하는 이미지형태의 인포그래픽은 결국 그들이 정보를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즉 공급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목적에 맞게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곧 뉴스젤리의 콘텐츠가 반드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임지현 디렉터는 실제로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선택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궁금하거나 원하는 데이터를 쉽게 수집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직접 분석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뉴스젤리에서도 몇몇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과 계속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요소를 더 많이 추가해야 한다. 꼭 뉴스젤리만이 아니라 모바일이나 웹 데이터 관련 산업은 향후에 수용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취재 중 만난 뉴스젤리의 대표, 디렉터, 디자이너들은 모두젊었다. 학교 선후배 사이처럼 친근한 분위기였다. 뉴스젤리는 ‘왜?’라는 물음을 가진 사람을 위해 늘 홈페이지의 ‘On hiring’에 불을 켜둔다. 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사람들이 어떤 데이터를 원하는지 읽어낼 수 있는 센스와 열정이 필수 역량이다. 지금처럼 늘 사람들의 요구에 귀 기울인다면 그들의 성공에도 불이 켜질 것이다.

그러나 뉴스젤리가 성공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인터랙션사이언스학 신동희 교수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인포그래픽이나 비주얼 저널리즘으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전망에 대해 “현재 데이터 저널리즘이 침체돼있는 기존 저널리즘의 새 모델이고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데이터 저널리즘을) 저널리즘 진화모델의 연속선상에서 보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