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서울 청계천 광교 갤러리에 카메라 셔터소리가 울려 퍼진다. 열댓 명의 외국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여러 억양과 발음이 뒤섞인 영어 사이로 어설픈 한국말이 들린다. 어두운 청계천 다리 아래. 사람들을 둘러싼 벽.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사진들이 걸려 있다. 사진 안에는 한국의 모습, 외국인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청계천을 걷다가 발길을 멈춘다. 카메라를 든 외국인들이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찍는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가로 참여한 사진작품 전시회가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청계천 광교 갤러리에서 열렸다. '한국인에게 나를 소개합니다(Let Me Introduce Myself)'를 주제로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근로자 18명이 참여했다. 외국인 근로자 자신의 모습과 그의 가족, 그들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 담긴 사진 57점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는 양천 외국인 근로자 센터의 미디어교실을 수강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 이들은 미디어 교실에서 사진촬영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전시회 주제선정부터 사진촬영, 전시회 준비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다. 전시회는 외국인 근로자를 소개하고 그들이 한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을 전시한 세르시 폴젠시오(31)에게 ‘나를 소개합니다’ 전시회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제 삶의 문을 열어 주었어요. 사진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됐거든요." 어려웠던 한국 생활에서 사진기술을 배우고 사진을 찍는 것은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됐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한국사회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왜 한국이 잘사는지 열심히 일하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알았어요." 그는 한국만의 문화와 삶에 적응하면서 이곳에서의 삶에 즐거움을 느꼈다며 자신이 한국을 알게 된 것에 기뻐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박영일(25)씨는 외국인들이 담아낸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풍경을 즐기고 담아낼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양천 외국인 근로자 센터 팀장 강흥모씨는 전시회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이번이 첫 전시회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전시회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시회를 계속 할 것이고, 주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보는 서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출 것 같습니다.”

서울시 통계의 안전행정부 「외국인주민현황」에 따르면 2013년에 서울시에 거주한 외국인은 총 415,059명이고, 외국인 세대수는 68,719세대이다. 2013년 서울의 외국인 포함 인구가 10,388,055명이고, 세대수가 10,388,055세대임을 감안할 때 외국인 인구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는 외국인들에 대한 의료, 언어 등 실제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광교 갤러리에서 열린 외국인 노동자 사진전도 그 일환이다.

양천 외국인 근로자 센터는 서울특별시립 신목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고 있다. 시는 센터를 통한 외국인 지원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고급반 강좌, 결혼이민여성 취업 역량 강화지원, 결혼 이민자 인턴제도, 위기 다문화가족 안전망 구축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20개 분야의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시의 다문화 지원센터는 현재 서초구를 제외하고 24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각 분야의 프로그램에 각각 서울시 외국인 다문화 담당관이 배정돼 근무 중이다. 외국인 다문화 담당관은 서울시청 산하의 여성가족정책실에 속해 있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문화 지원과 관련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인식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가족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다문화가족의 자립역량 강화를 큰 목표로 두고 있다. 다문화자녀 교육지원, 다문화 관계 강화, 다문화사회 조성을 세부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어 교육, 전문 취업교육, 자녀교육 지원 등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서울시 외국인 담당관 윤희천 과장은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2014.04.03)에서 서울시에서 다문화 관련 정책을 실행하며 가장 우선시 하는 점이 인식 개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다문화 가족에 대해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여기지 않고 배타적으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을 세운다고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다 적극적인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해 서울특별시 한울타리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총 10개 언어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서울특별시의 다문화 지원 프로그램과 채용 정보 등을 제공한다.

서울시가 외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책 등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존재한다. 서울시 외국인 다문화 담당관 윤희천 과장은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여성가족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교육부 등과 한 테이블에서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며 사전 협의를 통한 의견조율 부족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담당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정책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서울시가 다문화 정책에 있어서 보완해야 하는 점은 관계부처가 관련 정책에 있어서 안고 있는 문제점과 다르지 않다. 서울시 외국인다문화 이명화 담당관이 제공한 <국민 대통합을 위한 다문화 가족정책 개선 방안 안내> 문서를 살펴보면 '부처 간 협업-연계 강화가 개선정책 세부 추진방안'이 첫 번째로 나와 있다. 문서를 토대로 볼 때 다문화 지원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의 다문화가족정책 협업 강화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부처 간 정보 공유 및 제공 강화를 위해서는 상시적인 모니터링 및 심의와 평가 기능 보강이 주된 개선 방안으로 꼽힌다.

부처 간의 협업을 위해서는 부서 안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 인식에 대한 차이는 결국 부처 간의 협업에 있어서의 잡음을 가져 오게 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다문화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해서 각 부서별로 진행상황을 공유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작은 잡음들을 떠안고 가지 않고 해결하고 갈 때 좀 더 큰 움직임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사진전에 전시된 외국인 근로자 아르만 카리난씨의 작품 설명 글처럼.....‘작은 움직임이 큰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Simple action that can make 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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