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지도' 개발자 이문주 대표 인터뷰

밤을 새워 과제를 해야 하는데 24시간 영업하고 콘센트가 많은 카페가 어딘지 모르겠다면? 이성친구와 홍대에서 데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저렴하면서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고 싶다면? 이용자가 ‘저렴한’, ‘콘센트가 많은’, ‘혼자 가기 좋은’ 등 원하는 조건들을 선택하고 그 조건들을 충족하는 장소를 검색해주는 ‘모두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맞춤형 지도 큐레이션 서비스’ 모두의 지도를 창업한 이문주 대표(27)는 매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내 벤처센터로 ‘출근’한다. 지난 23일, 이문주 대표의 학교이자 사무실인 고려대학교 앞에서 그를 만났다. 어린 나이에 성공한 창업 사례를 만들어낸 그는 밝은 미소에 아직 학생 티가 역력한 앳된 외모의 소유자였다. 니트에 셔츠를 받쳐입은 ‘훈남’ 대학생 스타일의 그와 고려대 역 앞에서 만나 조용한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마치 학교 선배와 공강시간에 수다를 떨러 가는 듯한 친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모두의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이내 자신감과 진지함이 엿보이는 청년사업가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문주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의 지도’의 진정한 차별성은 단지 ‘조건중심검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조건을 가지고 검색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 어떤 시간대에 무엇을 찾는지가 ‘모두의 지도’ 플랫폼에 저장된다. 이러한 이용 패턴 분석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대한 정보가 쌓이는 것이다. 또한 조건에 맞는 장소를 이용자가 직접 등록하고 리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모두의 지도’인 셈이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더 깊고 풍부해지는 현대판 ‘택리지’다. ‘모두의 지도’는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일찍이 포스코 벤처파트너스로 선정되어 5000만원 투자제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이 대표는 며칠 전에 ‘서울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서 지원을 받는 1300개 팀 중 TOP10에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뿌듯해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모두의 지도 사용자 수는 약 9000명에 달한다. 최근 포탈 사이트 NAVER에서 금주의 앱으로 선정되어 4일 동안 메인 화면에 노출된 후 다운로드 횟수가 더욱 늘었다. 기존 사용자들의 충성도도 높다. 고려대학교 4학년 이하은(26)씨도 학교 커뮤니티에서 모두의 지도를 알게 되어 사용해보았다가 지금까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가 원하는 조건은 항상 비슷한데 어디 갈 지 고민하고 찾아 다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런데 모두의 지도를 사용하면 원하는 장소를 금방 찾을 수 있으니까 시간이 절약되더라고요. 저도 자주 사용하고 주변 친구들한테도 추천해주고 있어요.” 이하은씨의 경험처럼 모두의 지도는 절약된 시간을 더 가치 있는 일에 쓰이게 하겠다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모두의 지도’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한 곳은 고대의 창업 관련 수업이었다. 수업의 커리큘럼도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이 대표는 그 수업에서 현재의 동료들을 만날 기회를 얻은 것이 가장 큰 도움이었다고 했다. 그가 성공적인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팀원’.


“좋은 팀원이 가장 중요해요. 저는 운이 좋았죠. 좋은 팀원을 만날 수 있다면 젊었을 때 창업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 모두의 지도 팀은 현재 6명인데 그 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용 씨(26)를 그 수업에서 만났다고 했다. 김재용 씨와 함께 프로그래머들을 포함한 나머지 동료들을 차차 영입했다. 그 중 경영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박종찬 씨(25)는 평소 모두의 지도를 즐겨 사용하다가 팀원이 되었다.

 

“모두의 지도를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콘 배치 상태나 화면의 크기가 작은 것이 조금 불편했어요. 팀원이 된 이후 사용자로서 느꼈던 것을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반영시켰죠.” 모두의 지도는 6명 중 4명이 개발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끊임없이 서비스 개발을 할 수 있는 R&D가 강점인 벤처기업이란다. 팀 내 개발자가 많기 때문에 아웃소싱도 필요 없다. 본인은 심리학과 통계학을 전공하여 프로그래머가 아니지만 ‘모두의 지도’ 디자인은 직접 했다고 하였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모두의 지도 디자인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다뤄보았다고 한다. 모두의 지도 메인 화면에는 깜찍한 느낌의 캐릭터가 나오고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라 이 대표가 직접 디자인을 맡았다는 것이 의외였다. 자기가 좀 ‘소녀감성’이라며 웃는 이 대표에게서 유쾌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모두의 지도 서비스를 찬찬히 보면 미국의 ‘Yelp’라는 사이트가 떠오른다. ‘Yelp’사용자들 또한 자유롭게 장소 별로 리뷰를 써서 사이트에 올린다. 시간이 지나면 방대한 양의 지역 생활 정보가 플랫폼에 축적되는 방식이 닮았다. ‘Yelp’의 현재 시가총액은 7조 원에 달한다. “Yelp를 참고했지만 ‘Yelp’는 모두의 지도 같은 조건검색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요. ‘Yelp’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을 꿈꾸는 셈이죠.” 모두의 지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는 그의 큰 포부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야심찬 목표답게 그는 해외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모두의 지도 서비스는 고대 주변 상권부터 시작해 신촌, 이대, 홍대를 거쳐 현재 이태원, 신사동 가로수길까지 확장된 상태다. 올 7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는 서울시 전체 상권으로의 확장이 먼저라면서도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은 잡혀 있었다. 제일 먼저 공략할 곳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라고 했다. 동남아시아를 첫 타깃으로 잡은 이유를 묻자 우선 ‘Yelp’의 영향아래 있지 않은 곳을 고려했다고 대답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최근 들어서야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절대강자’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의 지도를 크게 키워서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에요. 당장의 매출 일, 이천만 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죠.” 당장의 매출을 바라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말처럼 현재 ‘모두의 지도’ 자체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광고문의가 몇 번 들어왔었지만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일단 모두 거절했다. 그렇다면 당장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고 물었더니 지원금을 받거나 기술 외주를 받는다고 했다. 기술 외주를 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자립적 운영을 위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정도만 받는다. 외주 일을 처리하면서 기술 개발 실력이 느는 효과도 있다고.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의 지도’는 이렇듯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기업에 취직하는 대신 창업을 하는 데에는 결단력이 필요했다. 이문주 대표가 지난 번에 <한국경제>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창업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고 다음 날에 있던 SK Telecom의 최종면접도 포기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길을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도전’을 선택한 그에 대한 부모님과 지인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부모님은 물론 놀라셨죠. 말 잘 듣는 아들이라고만 생각하셨는데(웃음). 아버지가 그 때 은퇴를 하셔서 제가 당연히 대기업 들어가서 돈 벌고 그럴 줄 아셨을 거에요..” 그가 그런 부모님의 걱정에 맞선 방식은 정면돌파였다. “아예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처럼 부모님 앞에서 프로젝터까지 띄워놓고..똑같이 했어요. 그렇게 발표 다 하니까 그래, 해 봐라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이문주 대표 본인은 자신의 선택에 후회한 적이 없었을까? “후회한 적은 없어요. 처음에 모두의 지도 시작할 때만 해도 실패하면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기업에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만약 모두의 지도가 바라는 만큼 크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사업은 할 것 같아요. 계속 색다르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요. 제가 물질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앞으로 경제적으로도 점점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놀라셨던 부모님에 비해서 주변의 친구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평소 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라고. 과거에 했던 활동들에 대해 들어보니 그는 ‘샌님’ 타입이라기보다는 다재다능한 활동가 타입이었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즉흥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아카펠라 그룹에 참여한 적도 있고 뮤지컬 동아리에서 직접 공연을 기획하여 올린 경험도 있었다. 특히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뮤지컬 관련 일을 할 생각도 있었단다. 최근에는 작곡가인 친구를 따라 <퀴어영화 20>의 OST에도 참여했다며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들려준다. 잔잔한 멜로디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그가 원래 예술을 비롯한 창조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업으로까지 그를 이끌지 않았나 싶어 창업자의 자질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도 예전에는 스티브 잡스처럼 딱 봐도 ‘반짝반짝한’ 사람들만 창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다양한 창업자들이 있다고 했다. “공통점은 있어요. 다 뭔가 세상에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 목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거든요.”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것과 다른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반 기업은 상사의 말만 따르면 되지만 창업은 그렇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성공할지에 대한 정답이 없어요. 결정의 연속이죠. 그래서 대충 할 생각이면 창업을 안 하는 게 나아요.”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정신이 수많은 예비 청년 창업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자 가장 힘든 점이라는 이문주 대표. ‘모두의 지도’사업을 하면서 다른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는 팀이 연구를 거듭해서 서비스는 점점 개선되는데 그것을 알릴 방법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모두의 지도 팀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 사업가들도 사업을 키워가면서 맞닥뜨릴 문제였다. 이 대표의 초기 마케팅 방식은 고려대학교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글을 올려 고대 상권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늘려나가는 것이었다. 고대 학생들에게 ‘모두의 지도’를 소개한 것은 일종의 베타테스트였다. 고대 상권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그 후 이용자들을 늘려나간 것은 전형적인 바이럴(입소문)마케팅이었지만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지난 5월 1일부터 마케팅과 기획 활동을 함께할 모두의 지도 여름 마케터 40명을 모집 중이다. 최근 개설한 모두의 지도 홈페이지를 통해서 지원을 받았는데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지원자 수가 모집인원을 훌쩍 넘는다. 모두의 지도 여름 마케터는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제일 좋은 제품이 제일 좋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 개선을 위한 부단한 연구는 이러한 청년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롤모델로 생각하는 인물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장난스레 Facebook CEO인 마크 wn커버그를 언급했다. 하버드대학교 기숙사에서 Facebook을 창업한 주커버그와 고대 기숙사에서 ‘모두의 지도’를 창업한 이문주 대표의 행보가 닮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친구들이 저보고 이문주커버그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주커버그뿐만 아니라 사실 롤모델로 삼을만한 사람은 많죠.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잖아요.”그의 약간 상기된 얼굴에서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에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좋은 동료’를 만난 것이 나름의 성공 비결이자 인생에 찾아온 행운이었다는 이문주 대표. 그가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잠깐의 대화로도 그와 함께라면 뭔가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자극이 느껴진다. 그 때문에 불나방이 빛을 향해 뛰어들 듯 좋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 대표 주위로 모여든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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