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고로케' 개발자 이준행 인터뷰

 
상장, 충격상. 한국경제. 위 언론은 기사제목에 ‘충격 경악 결국 멘붕’ 등의 문구를 가장 열심히 추가하여 한 달 간 144건의 낚시 제목 기사를 송고, 경쟁사를 제치고 충격 부문 1등을 차지하였기에 그 노고를 치하하여 본 상장을 수여함. 2014년 5월 25일 충격 받은 독자 일동.

 

▲ 충격 고로케에서 매달 25일 발표하는 ‘고로케 어워드’ 중 5월 충격상을 받은 한국경제

‘충격 고로케’에서 매달 주는 상이다. 충격, 경악 등 낚시성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는 인터넷 기사들의 제목과 언론사별 순위를 알 수 있는 사이트 ‘충격 고로케(hot.coroke.net) ’ 그 개발자 이준행(30)씨를 만났다.

‘충격 고로케’를 만들다

2013년 1월 3일, 그는 퇴근한 뒤 카페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다 한 기사 제목을 발견한다. ‘여가수 소향, 난소 제거 수술로 자연임신 불가 충격.' 충격 경악이 난무하는 인터넷 뉴스 기사들의 제목에 이전부터 불만을 품고 있던 그는 당장 한 시간 만에 ’충격 고로케‘를 만들었다.

“이건 진짜 사람들이 예의가 있으면 하면 안 되는 건데 싶었죠. 언론사들이 얼마나 그런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기사를 송고하나 세보려고 시작한 거예요. 몇 개 모아서 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페이스북에다 올렸더니 사람들이 좋아요를 몇 백 개 누르고 공유하면서 퍼졌죠. ‘헉’도 넣어주세요, ‘멘붕’도 넣어주세요 해서 키워드 추가되고 소문나서 사람들이 모이고. 과정은 그랬어요.” 충격과 경악으로 시작한 사이트에는 현재 결국, 멘붕, 이럴수가, 알고보니, 몸매, 미모, 숨막히는 등 25개 키워드가 있다. 사이트 이름이 하필 ‘충격 고로케’인 이유는 단순하다. 고로케라는 도메인(coroke.net)을 원래 가지고 있었고 ‘충격’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제목을 뽑아내는 사이트니까 앞에 ‘충격’을 붙였다.
 

▲ 충격 고로케 메인 페이지

사이트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결과를 내놓는 식으로 운영된다. 서버가 제목들을 수집한 뒤 한글을 기계적으로 분석한다. 불필요하게 들어가 있는 형용사를 탐지하면 낚시성 기사라고 판단해 사이트에 보낸다. 형태소 분석이라는 방법이다. 물론 ‘어닝쇼크(earning shock) 충격’ 같이 키워드는 포함하나 적합하게 사용된 경우는 제외된다.

‘충격 고로케’가 화제가 된 건 작년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기사가 나가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는 하루에 삼사백만 명 정도가 사이트를 방문했다. 지금도 꾸준히 몇 만 명이 충격 고로케를 찾고 있다. 29일 현재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550만 명이다.

사이트로 들어오는 트래픽을 이용해 광고수익을 낼 생각은 없는지 묻자 그가 답했다. “법적으로 걸리기도 하고. 어차피 처음부터 돈 벌 생각으로 만든 건 아니에요.” 충격 고로케는 낚시성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는 제목이나 문장을 인용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원래 신문사 콘텐츠의 저작권은 신문사에 있는데다가 아무리 제목 한 줄이라 하더라도 남의 자료를 가지고 만든 콘텐츠를 모아서 메타콘텐츠를 구성했을 때 그것으로 수익을 내면 저작권 침해 등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


네이버와 SK플래닛에서 프리랜서로

그는 2011년부터 1년간 네이버에서, 2012년부터 SK플래닛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작년 말 회사를 그만뒀다. “서른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안 해 보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내가 만들고 소문내고 싶은데 회사 다니면서 만든 건 회사 거니까.” 보통 IT회사 소속 개발자들이 만든 사이트나 콘텐츠는 회사 소유가 된다. 자율적으로 만든 경우도 동일하다. 예컨대 넥슨에 다니는 개발자가 스스로 게임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나면 회사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구조다.

충격 고로케 외에도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정보 등을 전하는 indistreet.com,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을 서재에 담고 인상 깊은 구절을 메모해둘 수 있는 서평 서비스인 boooki.com 등 10개가 넘는 사이트들을 만든 그는 회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 싫었다. 프리랜서 개발자가 된 지금은 쉬면서 일거리가 있으면 받아 사이트를 만들며 지내고 있다.


이과생, 신문방송을 전공하다 

이씨는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다녔다. 그는 학창시절 카이스트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수학을 미리 가르쳐주는 과정을 수료했다. 이미 배운 걸 대학교에서 또 공부하면 지루할 것 같았다는 그는 그렇게 신문방송을 전공하게 된다.

“매체 만드는 데에 취미가 있었어요. TV라든가 신문이라든가. 인터넷 사이트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 했었고 라디오 방송 만드는 친구들도 주위에 있었고. 그래서 이거 하려면 어디로 가야 되지 하다가 본질적인 걸 배울 수 있는 데는 신방과니까 신방과를 썼죠.”블로그형 뉴스사이트 ‘슬로우뉴스’의 초대 필진이기도 한 그는 개발자지만 언론인 못지않게 풍부한 지식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졌다.


한국 전통 언론의 추락

충격 고로케는 낚시성 단어들을 어느 언론사가 가장 많이 쓰고 있는지 순위를 보여준다. 놀라운 결과는 소위 ‘메이저’라는 언론사들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트에서 작년에 선정한 ‘올해 가장 열심히 낚시에 노력한 충격적 언론사’는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순서다. “마이너한 연예 매체들 있잖아요, 지면은 안 내는데 인터넷으로만 하는. 그런 데서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 같은 단어들을 많이 쓸 거라고 예상을 했어요. 돈이 안 되니까 클릭 수를 어떻게든 높이려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죠.”
 

▲ 충격 고로케에서 2013년 발표한 ‘올해 가장 열심히 낚시에 노력한 충격적 언론사’ 순위


한국 전통 언론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게 된 계기는 인터넷 때문이다. 사람들은 신문과 TV 대신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언론사들은 온라인에 적합한 뉴스 콘텐츠를 만들려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까를 고민했다. 전반적인 뉴스의 질이 낮아졌고 뉴스 구독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존 매체들은 영향력을 잃었고 광고주들은 인터넷으로 몰려갔다. 광고주들이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을 선호하듯 온라인에서도 클릭 수가 많은 언론사 사이트에 광고가 많이 들어온다. 언론사들이 충격 경악 알고보니 같은 단어들을 제목에 넣는 것은 좁아진 뉴스 시장에서 어떻게든 광고수익을 내기 위한 발버둥은 아닐까.

이준행씨는 이렇게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언론사들이 온라인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미미해요. 몇 백만, 몇 천 만원인데 신문에 지면광고 작은 거 하나 내 주는 거랑 똑같거든요. 그렇게 제목을 달아야지 돈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실적의 문제죠. 온라인에서의 데스크와 오프라인에서의 데스크가 분리되어 있고, 예컨대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있고 조선닷컴이 있잖아요. 서로 책임을 넘겨버리고 실적을 가지고 경쟁을 하니까. 작년 1월에 처음으로 충격 고로케 어워드라는 걸 만들었어요. 매달 ‘충격’이나 ‘알고보니’ 같은 단어를 어느 언론사가 제일 많이 썼나 선정하는 건데 한국경제랑 매일경제가 죽어라 경쟁을 하더라고요. 오후 2시에 발표하겠습니다, 했더니 1시 50분부터 기사를 엄청 송고했어요. 59분까지만 해도 한경이 1위였는데 2시엔 매경이 1위를 차지했죠. 조직이 진짜로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요. 요즘 언론사들이 스스로 관리를 해야 되는 신뢰에 관한 부분들, 언론사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 그런 걸 다 포기해 버린 걸로 보여요. 그냥 IT회사죠, 광고회사고.”


한국에서 전통 언론은 “죽었다”

“인터넷 뉴스들에 충격 경악이 난무하는 건 전통 언론들이 본연의 저널리즘적 가치나 사명감 같은 걸 포기해 버린 결과에요. 저널리즘은 진작에 이미 구호 같은 거였고. 그게 신념으로 담겨져서 조직 내에서 데스크하고 싸우든가 어쩌든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사라졌죠. 기자라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하는 건강한 고민이 가능한 조직들도 다 없어졌고. 질적으로 낮은 기사들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상황들, 온갖 종류의 어뷰징(abusing) 기사들을 생산하는 데에 전통 언론 매체들이 현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 거의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결론이 저는 이미 났다고 생각해요. 그냥, 죽었다.”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이 가야 할 길

언론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아젠다 세팅(agenda-setting)과 게이트 키핑(gate-keeping).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문 1면 헤드라인이 무조건 그 날의 화두였다. 그러나 요즘 언론사들은 인터넷에서 제시한 ‘오늘의 토픽’을 따라가기 급급하다. 게이트키핑 기능도 사실상 상실했다.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모두가 소비자이자 생산자에요. 인터넷에 그나마 없는 건 개런티해주는 역할, 그러니까 이건 믿을 수 있는 얘기야, 아직은 믿을 수 없는 얘기야 라고 판단해 주는 거. 이건 인터넷이 해결 못 해주는 부분이죠. 혹자는 집단지성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지난 10년을 보면 아니었어요. 그런 건 권위 있는 누군가, 다시 말해 언론매체들이 해 줘야 하는 일인거죠. 가디언이나 뉴욕 타임즈가 적응하는 방식을 보면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속보를 낼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삼일 사일 더 찾아내서, 인터넷에서 얘기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삼일 뒤에 내보내고. 그런 기사들이 더 가치 있잖아요. 언론매체들이 할 수 있는 인터넷 이후의 역할이라는 거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죠. 그게 월급 받고서 하는 사람들이 해야 되는 일이고 전문가로서의 역할이니까.”

저널리즘의 회복을 향하여

마지막으로 언론 전공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묻자 이씨는 I.F. 스톤 평전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를 꼽았다.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서요. 제일 적합한 책이에요. 본질적인 부분들을 다 다뤘거든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사라진 요즘이야말로 언론이 애초에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저널리즘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같은 본질적인 요소들에 주목해야 할 때다.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뉴스 생산과 유통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말이다. 독자들은 언제나 좋은 기자와 좋은 언론을 기다린다. 그들은 더 이상 ‘충격’받고 싶지 않다. 개발자 이준행씨의 ‘충격 고로케’가 새로운 저널리즘의 문을 활짝 열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충격 고로케는 5월 31일자로 수집을 종료한다. 퍼포먼스 사이트보다 적극적인 대안 사이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씨는 뉴스 고로케(news.coroke.net) 를 29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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