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사는 지난 해 작성된 기사로 1월 현재와 다를 수 있음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한옥 마을과 고궁 사이에 자리 잡은 특별한 동네가 있다. 바로 삼청동이다. 서울의 한가운데에 앉아 시대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며 소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 삼청동의 색깔은 특별하다. 가장 전통적인 곳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내뿜는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모던한 외형을 자랑하는 건물, 아기자기한 상점, 레스토랑 등에 못지않게 이곳의 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곳은 갤러리다. 신진 작가부터 중진 작가까지, 국내 작가부터 외국 작가까지. 장르와 주제를 불문하고 삼청동 일대의 색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갤러리들을 탐구해본다.
 
It’s different! 갤러리 특색 탐구하기

삼청동 거리를 거닐다보면 많은 것들이 시선을 끈다. 구두와 액세서리, 독특한 디자인의 옷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지만 진득하게 시간을 두고 볼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는 갤러리의 미술 작품이다. 하지만 첫 걸음부터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작가의 창작 의도도 알기 쉽지 않거니와 각 갤러리가 내건 주제와 전시한 작품 간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갤러리 입구를 잘 살펴보면 된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입구에 작품 설명서와 엽서를 비치한다. 하지만 어떤 갤러리들은 엽서만을 제공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그럴 때는 갤러리의 특색을 미리 알아두면 이해하기 쉽다.

밝음, 컨템포러리, 공생, 현대성까지 저마다 특색도 다양해

국립 현대 미술관을 지나 국립 민속 박물관 맞은편에 자리 잡은 <빛 갤러리>의 목표는 이름처럼 동시대적 미술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밝은 미술을 선도하는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욕구가 행복과 평안에 있는 것으로 보고 밝은 미술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다. 빛 갤러리를 지나 길을 따라 가다보면 머지않아 독특한 외형의 갤러리가 보인다. 바로 <트렁크 갤러리>다. 트렁크 갤러리는 사진 전문 갤러리로, 포토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했다. 2층 구조로 되어있는 전시실에는 신진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기획 작품이 걸려왔다.

국립 민속 박물관 맞은편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갤러리들이 줄지어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옥 지붕 위 피에타 상을 마네킹으로 형상화한 독특한 조형물을 설치해 놓은 갤러리는 <학고재>다. 이곳 삼청동에서 비교적 큰 규모를 갖고 있는 갤러리 학고재는 한옥 구조에서 그 특색을 미루어 볼 수 있다. 이 갤러리는 ‘옛 것을 익혀 새것을 만든다’는 목표로 ‘뿌리가 있는 현대성’을 지향해왔다. 학고재의 옆에는 갤러리 <선 컨템퍼러리(sun contemporary)>와 <국제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 선 컨템퍼러리는 세계 미술계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의 독창적인 젊은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옆의 국제 갤러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과 그 흐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발길을 국제 갤러리로 향하면 되겠다.

삼청 파출소 방면으로 들어서 본격적으로 삼청로에 진입하면 재밌는 갤러리들을 마주할 수 있다. <스페이스 선+ 갤러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선+는 ‘십시일반’의 의미로 갤러리 스페이스 선+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스페이스 선+은 불교의 공생적 가치를 쉽고 재미있는 예술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갤러리는 자본과 마케팅에 의해 독점되는 예술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느 갤러리보다 참신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스페이스 선+에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스페이스 선+의 옆에는 독특한 조형물이 돋보이는 <도올 갤러리>가 있다. 원숭이가 줄에 매달려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조형물 바로 뒤 건물 2층에 자리한 도올 갤러리는 신진 작가 발굴과 중진 작가 재조명을 목적으로 전시를 한다. 미술의 저변 확대와 대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도올 갤러리는 다양한 작가들의 주요작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갤러리의 특이한 점은 월북 작가전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걸음을 삼청 터널 쪽으로 이어가다 보면 감사원 맞은편에 <아트 파크>를 찾을 수 있다. 아트 파크에는 다른 갤러리와 달리 만화로 그려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릴 적 책을 통해 접했던 낯익은 만화체들이 눈길을 끈다. <오성과 한음>의 저자 박수동 씨와 <맹꽁이서당>의 저자 윤승운 씨 등을 비롯한 신예작가들이 ‘만화 속 예술, 예술 속 만화’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 중이었다. 기존 예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가 재미와 참신성이라는 아트파크 갤러리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아트파크를 지나면 <삼청갤러리>가 보인다. 삼청갤러리는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복합 공간으로, 2008년부터 다양한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열렸던 전시회는 저마다 함축적인 제목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지난 전시회들도 ‘단막극장’. ‘느리게 꾸는 꿈’, ‘너에게 톡 하다’ 등 언뜻 보면 쉽게 와 닿지 않는 제목을 사용했다. 삼청 갤러리에서는 신진 작가와 중진 작가 위주의 동시대의 예술 형식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주로 볼 수 있다.

갤러리 이해하기

작품을 보러 갤러리에 갔으나 막상 작품은 어떻게 봐야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또한 갤러리 마다 작가 선정은 어떻게 하는지, 수익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아트파크> 큐레이터 전지민 씨, <소셜갤러리> 김춘수 이사가 독자들을 위해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해주었다.

먼저 그들이 말해준 갤러리 감상법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독자들의 능동적인 태도였다. 아트파크 큐레이터 전지민 씨는 독자들이 작품을 감상할 때, 옆에 적혀진 설명을 먼저 읽고 그대로 작품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안타까워했다. 작품을 보는 뛰어난 일가견이 있지 않더라도 작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셜갤러리 이사 김춘수씨도 독특한 수공예 작품들을 그저 눈으로만 둘러보고 가기 보다는, 큐레이터나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작품에 대해 세세히 알아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공예품들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지니는 특별함에 있습니다. 단 하나의 작품일지라도 그 속엔 작가의 특색이 깃들어있고, 일반 제품들보다 훨씬 많은 작가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수공예품의 가치가 종종 평가절하 됩니다.” 그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질문도 하고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한다면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기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작가 선정에 있어 두 갤러리는 상반된 기준을 보여준다. 아트파크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만화전과 같은 기획전에서만 신진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로 진행되는 기획전의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주로 중견 작가들의 전시회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소셜갤러리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작가 모집은 SNS를 통해 행해지고, 갤러리 전시회의 경우 유명 작가들을 초대해 초대전을 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구조 면에서 아트파크는 갤러리와 작가의 수익이 일정 비율로 나뉜다고 대답했다. “미술관이나 일부 갤러리들을 제외하고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들은 모두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갤러리와 작가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나누되, 그 비율은 가변적입니다. 활동 기간이 길고 오랜 기간 인정받아온 원로 작가들의 경우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더 크죠.” 이러한 일반적인 갤러리와 달리 1층은 수공예품 판매 가게, 2층은 전시회로 운영되고 있는 소셜갤러리의 구조는 조금 더 상업성이 짙다. “사실 저희는 온라인 매장에 더욱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프라인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유는 수공예품 특성상 사진으로만 보고 제품을 구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2층 갤러리 전시회 개최를 통해 수수료를 얻고, 초대전을 여는 경우에는 돈을 받지 않고도 운영한다고 한다.

작품을 사고 싶다면?

삼청 파출소를 지나 구두 가게 안 골목으로 들어가면 <소셜 갤러리>가 있다. 소셜 갤러리는 여느 갤러리와는 다르게 ‘공예품 가게’와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작가 개개인의 공예, 도예작품들이 컬렉션처럼 늘어져 있고, 그 옆에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소셜 갤러리는 ‘문화 예술이 지니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폭을 넓힌다’는 점을 합의점으로 두고 ‘아트 커뮤니티(Art Community)'를 형성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작가와 구매자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로 SNS를 통해 작가와 소통할 수 있다. 갤러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규모의 전시회도 볼 수 있다. 비슷한 구조로 <피프틴 갤러리>도 운영되고 있다. 도올 갤러리 맞은편에 위치한 피프틴 갤러리는 갤러리 보다 액세서리 숍에 좀 더 가깝다. 역시 안쪽에는 소규모 전시가 있는데, 전시 작품에도 가격이 매겨져있다. 소소하게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면 이러한 갤러리들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이것만은 알아두자!

삼청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이 있다. 갤러리를 찾아갈 땐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주차 시설이 없기 때문에 주차하기가 난감할 수 있다. 또한 갤러리들이 대부분 밀집해 있기 때문에 도보를 이용해도 힘들지 않다. 길 잃을 걱정도 없다. 거리를 걷다보면 빨간 유니폼을 입은 안내원들이 보인다. 안내원들은 길 안내와 함께 지도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삼청 관광 미술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근방의 갤러리와 맛집을 자세히 수록해놓은 지도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또, 많은 갤러리를 탐방하고 싶다면 월초와 월말 보다는 중순 즈음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월말부터 월초까지 리뉴얼 기간이기 때문에 날을 잘못 잡으면 ‘전시 준비 중입니다’는 표지판을 맞닥뜨리게 된다. 갤러리 휴관일 등을 알고 가는 것도 헛걸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욱 알찬 갤러리 소식을 알고 싶다면 방명록에 메일주소를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갤러리 입구 쪽 카운터에 놓여있는 방명록에 명함이나 연락처를 남기면 매달 새로운 전시 소식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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