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지난해 쓰여진 기사로 2014년 1월 현재와 일부 내용 다를 수 있음


포털사이트에 ‘팔찌 판매’를 검색하면 개인이 팔찌를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다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팔찌 뿐 아니라 각종 액세서리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들어 파는 블로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매상이나 해외 등에서 물건을 대행해서 구매해주는, 일명 ‘사다드림’ 블로그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이런 블로그는 수제품을 시중가보다 싸게 살 수 있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판매 블로그들이 불법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판매는 하지만 ‘사업자’는 아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에서 ‘팔찌 판매’로 검색하여 상위에 랭크된 블로그 25곳을 살펴봤다.  사업자 등록번호를 명시해 놓은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쪽지, 댓글, 문의글 등을 통해 혹시 사업자 등록은 했지만 블로그에 표시해두지 않은 것인지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25개의 블로그 중 단 한 곳만 사업자 등록을 한 상태였다. 그마저도 해당 블로거가 블로그에서만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이름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등록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큰 이익을 내지 않고 재료값과 수고비 정도의 이윤만 얻기 때문에 자신들이 ‘사업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큰돈을 벌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도 아니고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몇 판매자들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한 법적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아예 알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블로그 뿐 아니라 구매 대행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다드림’ 블로그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사다드림 블로그 역시 ‘사다드림’으로 검색해 포털사이트 상위에 랭크되는 25개의 블로그를 조사했다. 25개의 블로그 중 11개의 블로그가 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올 초 사다드림 블로거들의 탈세 의혹이 제기된 터라 일반 판매 블로그에 비해 비교적 많은 판매자들이 사업자 등록을 한 것이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다드림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판매자는 “동대문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어 교통비와 수고비 정도로 몇 천원만 붙여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온오프라인 숍에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싸다”며 “옷 하나를 팔면 만원도 되지 않는 이윤을 얻는데 세금까지 내면 옷을 판매하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것을 아는지 묻자 “반드시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사다드림 블로그 중 사업자 등록은 했으나 블로그 상에 사업자 정보를 표시 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운영자는 “등록만 하면 끝 아니냐”고 되물었다. “법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상태이고 다른 사다드림 블로그에도 사업자 정보를 표시하지 않은 곳이 많아 나도 따로 써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합법적인 블로그 상점의 조건
 

언뜻 보면 판매 블로거들의 말도 이해가 된다. 크게 가게를 차리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사업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이 적은데 세금까지 내면 자신들이 얻는 이윤이 줄어든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부가가치세법 제2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사업 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람을 말한다. 재화란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과 권리를 말하며, 용역은 재화 외에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즉 블로거들이 말하는 수고비는 용역을 제공하고 얻는 이윤이고 판매하는 제품은 재화이므로 그들은 사업자가 된다. 게다가 법률상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는 무조건 사업자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법 제8조에 따라 사업을 시작한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서류를 갖추어 관할 세무서 민원봉사실에 신청해야 한다. 만약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사업을 하는 경우 상당한 불이익이 따른다. 이 경우 세금 계산서의 교부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다. 또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대해서는 미등록가산세를 부담해야하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못한 사업장의 거래에 대해서는 신고불성실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또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상호, 주소, 전화번호, 인터넷 도메인 등의 사항을 각 지자체장에게 신고하여 통신판매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신판매업 신고 면제 기준에 대한 고시에 따라 최근 6개월 동안 통신판매를 수단으로 한 판매 횟수가 10회 미만이거나 판매한 금액의 합이 600만원 미만인 경우 신고가 면제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 제10조에서는 전자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사이버몰에서는 상호, 대표자 성명, 영업소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사업자 등록번호,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등을 표시토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라도 해당 정보를 표시하지 않으면 위법이다.
 
합법보다 더 유리한 ‘불법’
 
판매 블로그들이 불법적으로 탈세를 한다는 것 외에도 문제는 있다. 바로 이 블로그들이 일반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론이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블로그의 경우 직접 도매상에서 재료를 구입, 적은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수제품에는 높은 가격을 매겨 파는 일반적인 가격 결정방식과는 다르다. 이들은 ‘많이’ 팔기 위해 최소한의 마진만 붙여 판매한다. 일반 온․오프라인 매장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사다드림 블로그의 유통 구조 역시 일반적 구조와 다르다. 도매상이나 현지에서 판매 되고 있는 물건을 1~2점 구입하거나 구입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게시한다. 게시물을 본 소비자들은 비공개 댓글, 쪽지, 휴대폰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 정보를 얻고 판매자의 은행계좌로 현금을 입금한다. 그러면 판매자는 입금된 금액으로 도매상에게 물건을 구입,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판매 블로그는 재고처리비용이나 매장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일반 온라인 쇼핑몰이 사이트를 유지하는 ‘웹 호스팅 비용’조차 내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상인들은 자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손님을 블로그 상인에게 뺏기는 것 뿐 아니라 블로그 상인들은 내지 않는 운영비용을 꾸준히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류 쇼핑몰 운영자 A씨는 “요즘 몇몇 사다드림 블로그들에서는 ‘요청 게시판’까지 만들었다”며 “요청 게시판에 우리 쇼핑몰의 상품페이지를 올리면 블로그 운영자들은 도매상에서 같은 옷을 구해 더 싼 가격에 판다. 어느 소비자가 더 싸게 파는 곳을 두고 우리 쇼핑몰에서 구매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속 없는 제재 방안들
 
지난 3월, 판매 블로그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자 공정위는 포털사이트 내 카페와 블로그의 전자상거래법상 의무 준수 여부 점검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카페와 블로그는 네이버에 6만 4000여 개, 다음에 3만 5000여 개가 개설돼있으며, 공정위로 접수된 관련 소비자 상담도 증가했다. 현재는 그 수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포털사이트에 문의,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하는 블로그를 신고하자 다음날 포털사이트 측에서는 ‘블로그 운영자에게 통신판매 중개자 정보를 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담은 답변만이 돌아왔다.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포털 사이트, 심지어 국세청조차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판매 블로그 등이 전자상거래법을 준수하도록 하기위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카페, 블로그의 상업 활동을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를 시정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3월 해당 가이드라인 이행 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해당 포털사이트 측은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책임을 묻는 법이 어딨느냐”며 “블로그 등 커뮤니티 판매에 대한 피해 방지를 위한 공지를 하거나 공정위의 권고에 따라 사업자정보를 표시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하는 가입자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사업자등록 없이 사업을 하거나 수입금액 신고 누락을 위해 사업자가 아닌 제3자 명이의 차명계좌로 대금 결제를 하는 경우,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나 카페를 개설하고 모집된 회원에게 상품을 광고하거나 공동구매를 통해 소득이 발생함에도 사업자 등록 없이 사업하거나 대금을 은행계좌로 이체 받고 세무 신고 및 납부를 회피하는 경우를 사이버탈세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국민들에게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탈세제보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제보자가 구체적인 세금 탈루 사실을 입증해야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인터넷 거래의 특성 상 영업자의 실명을 알기 어렵다. 따라서 제보가 들어와도 조사를 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포털 사이트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영장 없이 가입자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을 막고 있어 규제 당국과 협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아이디만으로 개인정보 조회를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밀 댓글이나 쪽지만 보내도 판매자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불법행위에 대해 그 어떤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면 점점 법을 지키려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 계속해서 위법을 방조한다면 법의 의미는 사라진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이익을 얻고 합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면 결국은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만 남는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합의를 통한 실질적인 해결책 도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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