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찬사를 받는 작가로, 명징성과 심리적 사실주의가 그 특징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먼로를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부른다. 먼로의 단편들은 흔히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사회에서 용인되는 존재로 살고자 하는 몸부림은 종종 긴장된 관계와 도덕적 갈등-세대 차이와 충돌하는 야심들에서 비롯한 문제들-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먼로의 글은 일상적이나 결정적인 사건들, 그런 에피파니(epiphany)를 다루면서, 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조명하고 실존적인 문제를 섬광 같은 번뜩임 속에 드러낸다.(-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 AP통신)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아니,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이 발표되었다. “동시대 단편소설의 대가”라는 노벨상 위원회의 극찬은 캐나다 여류 작가 앨리스 먼로(82)에서 향했다. 먼로는 2013년 트릴리엄북 어워드에서 트릴리엄 도서상을 수상했을 때, 캐나다 내셔널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올해 6월 펜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암과 싸우고 있다. 은퇴 선언 4개월 후 그녀는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83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받은 먼로를 보며 인생이 짧다고 말하지 말자. 인생은 길다. 먼로의 예술은 어떤가.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을 통해서 인생의 깊이를 잘 담아내고 있다. 먼로의 예술은 짧다.


그녀는 인터뷰를 꺼려서 많은 인터뷰 기사가 남아 있지는 않았다. 2003년 AP통신, 올해 6월 Canada Post, 7월 New York Times, 10월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TV 그리고 11월 캐나다 일간 신문 Ottawa Citizen과의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먼로를 만날 수 있는 길이었다. “많은 캐나다인들이 기뻐할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캐나다 작품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거라 행복하다.”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되고 나서 먼로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통해 한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은퇴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먼로는 112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 사상 13번째 여성 수상자이다. 또한 캐나다 출신으로서는 첫 번째 수상이고, 단편 작가로서는 110년 만이다.

디어라이프(Dear Life : Stories)

 

<디어라이프>는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다. 먼로가 어린 시절을 회고한 표제작 「디어라이프」를 포함해 언니의 익사사고 이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약혼녀로부터 도망치기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기차」,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을 그린 「일본에 가 닿기를」등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지난해 북미지역에서 먼저 출간돼 “작가로서의 능력이 최고조로 발휘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오는 12월 출간을 앞두고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윙엄에서 용났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시골마을 윙엄에서 태어났다. 먼로의 작품은 대부분 윙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랑과 죽음 등 거대한 주제를 작은 마을의 삶 속에 잘 녹여낸다. 그 안에는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이 숨어 있다. 1950년, 대학 재학 중에 캐나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첫 단편소설<그림자의 세계 The Dimensions of a Shadow>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혼을 한 후, 1963년 남편과 서점을 열면서 먼로의 삶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먼로는 서점에 앉아 다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서점에 앉아 소소하게 서술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먼로는 상과도 인연이 깊다. 37세 때인 1968년 첫 단편집 <행복한 그림자들의 춤>으로 캐나다 최고 문학상인 총독 문학상(Governor General's Literary Award)을 받았다. 단편집 <너무 많은 행복(2009)>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영어권 최고 문학상인 맨 부커 국제상을 타기도 했다. 먼로의 상복은 노벨문학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고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3억1600만원)였다. 하지만 먼로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시상식에는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디어 앨리스 먼로


먼로는 첫 단편소설을 발표한 1950년부터 은퇴를 선언한 2012년까지 63년 동안 글을 썼다. 앨리스 먼로의 이름으로 출간된 단편집은 모두 13권이다. 단편을 주로 썼지만 먼로의 장편소설 또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1년 퍼낸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은 미국에서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성공했다.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로 영화화돼 국내에서도 사랑받았다. ‘캐나다의 체호프’, ‘이 시대의 체호프’로 불리던 먼로는 이제 최고의 단편작가, 단편소설의 대가로 노벨 문학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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