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개츠비>

1922년 미국에는 치솟는 주가와 밀주매매로 인해 떼돈을 버는 신흥부자들이 생기게 된다.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 개츠비는 토요일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한다. 개츠비는 첫사랑인 데이지가 자신의 파티에 오지 않을까 생각하여 계속해서 저택에서 파티를 열며 그녀를 기다린다. 하지만 데이지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가난한 개츠비를 잊은 채 부유한 톰과 결혼한 상태다. 데이지와의 재회에 성공한 개츠비는 그녀와의 사랑이 자신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당시 미국 사회의 이기주의, 물질 만능주의로 인해 타락한 도덕과 무너진 윤리의식의 연장선이었다. 결국 영화는 사랑에 배신당한 개츠비의 초라한 장례식으로 막을 내린다.

피츠제럴드의 명작을 재현한 이 영화는 3D로 현장감을 살리고, 현대적 음악으로 고전과 현대적 요소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살려낸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상태와 원작에서 가져온 대사들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 중 한 장면이 바로 개츠비가 오랜 기다림 끝에 데이지를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을 때다. 데이지의 집이 있는 만의 반대편에 사는 개츠비는 데이지가 그리울 때마다 녹색 빛이 나는 기다란 램프를 바라보곤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데이지를 품에 안았을 때, 만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만 보던 녹색 빛이 데이지 그 자체로 실제화 되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녹색 빛을 갈망하고 있었다. 즉, 그는 결코 채우지 못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온 것이다. 데이지를 되찾는다 해도 그는 영원히 그녀와 진정으로 함께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이 녹색 빛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불법 밀주매매업과 채권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 또 데이지가 운전하는 중 사고로 사람이 죽었을 때, 개츠비는 데이지를 걱정하며 그녀가 운전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모든 죄를 덮어쓴다. 한 여인을 헌신적으로 사랑한 순수한 청년의 인생을 망치게 한 인물 데이지. 그리고 그녀가 투영된 녹색 빛은 개츠비를 점점 파멸로 이끄는 ‘독’을 상징한다. 녹색 불빛은 맹목적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안타까운 운명이자, 순수하고 야망 있던 개츠비가 꿈꾸었던 희망이다.

개츠비의 녹색 빛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각자의 이상이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자 정상에 오르길 원하며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한다. 데이지와의 완성된 사랑이 개츠비의 상상 속 이상이었던 것처럼 녹색 빛은 우리의 꿈이 그저 상상에 불과한 이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상 속의 이상을 좇으며 개츠비는 순수하게 사랑했고, 죽는 그 순간까지 데이지를 그리워했다. 모든 사람들이 부를 쫓는 타락한 세상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에 그는 ‘위대한’ 개츠비였다.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며 행복했던 개츠비처럼, 현실의 우리의 이상이 조금 헛될 수 있다 해도 우리 또한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위대한’ 누군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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