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인구 1,000명당 13건의 성형수술이 이뤄지는 성형 1위 국가다. 이런 사실은 구체적 수치가 아니라 번화가마다 즐비한 성형외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강남, 압구정 일대의 거리에는 좌우로 수많은 성형외과가 위치해 있다. 심지어 한 건물에 예닐곱 개의 성형외과가 함께 위치해있기도 하다. 이제는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성형수술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일이 됐다.

리얼 스토리? 진짜 Real 맞아?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새로운 홍보방식이 유행이다. 바이럴 마케팅의 일종인 ‘리얼 스토리’ 홍보 방식이다. 바이럴 마케팅이란 누리꾼이 이메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리얼 스토리’ 홍보는 성형수술을 하기 전, 성형하는 과정, 성형 후 달라진 모습 등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와 같은 매체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먼저 포털사이트 검색을 한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쌍꺼풀수술’을 검색하면 블로그, 카페에 리얼 스토리 방식을 사용한 홍보 글이 수십만 개에 이른다. 물론 몇몇 글은 홍보가 아니라 진짜 자신의 성형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을 올리며 ‘정보공유’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 공유를 위한 글은 수술한 부위의 사진만 작게 잘라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연예인들이 주로 했던 ‘성형협찬’을 이제는 일반인도 하고 있다. 얼굴 전체의 성형 전, 후 사진을 모자이크나 흐리게 하는 등의 처리를 하지 않고 모두 공개하는 경우 성형수술 비용의 일부 혹은 전액을 성형외과로부터 협찬 받는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리얼 스토리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성형외과 홈페이지가 검색 결과로 뜬다. 대부분의 홈페이지에는 가장 첫 화면에 ‘리얼 스토리 성형 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전체화면으로 나타난다.

환자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제공하는 행위는 현재 의료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성형외과들은 이벤트 페이지에 ‘성형수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 모델로서의 모델 개런티 대신 성형수술 비용을 내주는 것’이라며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권영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그런 행태가 법적 문제는 피해갈 수 있지만 윤리적 문제가 존재할 수는 있다”며 “’성형 모델 컨테스트’자체가 위법은 아니나, 위법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성형수술 커뮤니티

지난 2월 27일 방송된 채널IT의 <생방송 스마트쇼>는 성형수술 커뮤니티의 충격적인 운영 실태를 공개했다. 국내 최대 성형 커뮤니티인 Y사이트는 6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유명한 사이트다. 방송에서 성형외과 마케팅 관계자인 이 모 씨는 “사이트가 병원과 계약을 맺고 병원에서 거액의 돈을 받은 뒤 그 병원 홍보를 위한 수술 후기를 대신 올려준다”고 밝혔다.

Y사이트의 공지사항에는 버젓이 ‘병원의 실명 거론은 금지한다’, ‘브로커는 강제 탈퇴 시킨다’는 내용을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심지어는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 성형 전, 후 사진을 조작한 경우도 많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방송을 통해 “다듬어진 성형 전, 후 사진을 보면 누구나 자신도 그렇게 된다는 기대를 한다. 피해를 막기 위해서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상업화를 지양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S커뮤니티는 성형수술 정보, 후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0년 이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사실은 성형외과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회원인 것처럼 후기를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회원들에게 ‘정보 공유’를 한다는 명목으로 쪽지를 보내는 등 교묘히 성형외과 홍보를 하고 병원들에게 억대의 수수료를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해당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S커뮤니티를 탈퇴하고, 몇몇 회원들의 주도로 새로운 커뮤니티로 독립했다. 독립한 새 커뮤니티에는 ‘더 이상의 상업화나 이벤트 제휴는 없다’고 명시해두었다. 이전의 S커뮤니티는 더 이상 접속을 할 수 없도록 블라인드 처리가 됐다.

성형외과 블랙리스트

성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어느 병원에서 하지?’다. 성형수술 관련 각종 커뮤니티에 가입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요즘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크상의 리얼 스토리 홍보물을 많이 접하고 성형외과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리얼 스토리 광고를 하는 병원 중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곳도 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 블랙리스트는 인터넷 성형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 돌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성형외과의 이름, 주소, 해당 병원 원장 및 의사의 이름, 부작용 발생 이후 병원의 태도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각종 성형 커뮤니티에는 ‘xx병원 가지 마세요. 환자 얼굴 완전 망치기로 유명한 병원’, ‘oo성형외과 김oo의사 - 연예인 xx도 이 의사한테 하고 망쳤음. 절대 하지 마세요’등의 글이 올라오는데, 이를 정리해서 만든 것이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대부분 실제 부작용이 난 환자들의 사진도 첨부돼있다. 이는 블랙리스트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과 경각심을 갖게 한다. 또한 한 네티즌은 “성형외과 블랙리스트를 내 블로그에 올렸더니 xx성형외과에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글 삭제 요청을 했다”며 블랙리스트의 병원명과 의사의 이름을 자음으로 쓰거나 댓글을 단 사람에게만 메일로 블랙리스트를 보내주는 방법으로 공유하고 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한 성형외과에 전화로 “이 병원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하자 병원측은 “알고있다”며 “하지만 블랙리스트는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 허위로 작성된 내용이라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성형수술이 잘되었는가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이어서 개인차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병원의 대부분은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전문의 검색을 통해 정보를 따로 얻어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 검색은 성형외과 전문의 단체 성형포털 성형코리아(www.prskorea.co.kr)에서 할 수 있다. 또한 성형 협찬, 지원 이벤트 등에 현혹되지 말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0년간의 성형외과 의사 경력을 가진 김수신 박사는 “성형수술은 반드시 환자 본인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의사와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에서 보다 많은 환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거나 과장 광고를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전문의가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장사와 의사는 다르다”며 오늘날의 세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성형수술은 환자의 얼굴 뿐 아니라 인생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의사와 병원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환자는 수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