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 위드 러브>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하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특별하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는 우디 앨런. 그의 영화중에서도 이 재주가 가장 잘 드러난 영화, 바로 <로마 위드 러브>이다.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 인듯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기억, 스캔들, 유명, 꿈이라는 주제의 4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유명>은 평범한 로마 시민 ‘레오폴도’가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지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내 유

명세가 귀찮아진 그는 자신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생기자 좋아한다. 그는 처음엔 홀가분해 하며 평범한 삶에 감사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을 알아봐달라고 외친다. 이 때 운전기사가 하는 말은 우디 앨런이 이 에피소드에서 하고 싶은 말을 알게 해준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을 준답니다.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그래도 유명인으로 사는 게 훨씬 낫죠?” 어차피 고통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기에, 차라리 유명해서 좀 더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이 낫다는 긍정적 방향의 자기 합리화인 것이다.

<드림>에서는 은퇴한 60대의 오페라 감독 ‘제리’가 자신의 꿈을 계속 이어 나가려는 모습을 그린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정신병자’라는 비난을 받고 심지어는 흉기로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제리를 통해 감독은 ‘나이와 열정은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억>은 성공한 건축가 ‘존’의 휴가를 배경으로 한다. 로마의 숙소를 산책하던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추가)과 비슷한 건축학도 ‘잭’을 보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잭은 여자 친구가 있지만 더 매력적인 여자에게 끌리고 있다. 존은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며 연륜에서 묻어나는 충고를 한다. 그러나 잭이 “그래도 끌리는 걸 어떻게 하냐”고 묻자 존은 “그럼 어쩔 수 없고”라는 대답을 한다. 이 에피소드는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많은 20대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그려내며, 실수가 용서되고 경험이 되는 20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스캔들>은 신혼 부부 ‘밀리’와 ‘안토니오’가 겪는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잘못 온 콜걸과 같이 있는 것을 친척들에게 들킨 안토니오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부부인 체하다 첫날밤을 보내게 된다. 그 사이 부인 밀리는 우연히 한 영화배우를 만나 첫날밤을 보낼 뻔 하다가 그의 아내에게 들키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강도가 얼떨결에 그 둘을 도와주고, 밀리는 강도와 첫날밤을 보낸다. 이러한 사건 후 밀리에게 미국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자고 말하는 안토니오의 말은 평범한 삶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전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불만족을 느끼며 다른 이들의 삶을 동경한다. 평범한 사람은 편하게 많은 돈을 벌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유명인을 부러워한다. 유명인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평범한 사람의 삶을 꿈꾼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처지를 불평할 때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한 예로 개그맨 유세윤의 경우가 있다. 그는 SNS에 ‘방송이 끝나고 사진 찍히는 것이 싫다, 아는 척하는 것도 싫다, 사인을 요구하는 것도 싫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유명인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불평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이해하면서도 유명인으로서 얻는 것 또한 많은데 불평을 한다며 비난했다. 이 일은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났다. 분명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은 고통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유명인이 얻는 것에만 주목해 그를 비난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그 나름대로의 고통이 있다. 유세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SNS를 통해 경솔한 발언을 했다.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평범하든지 유명하든지 상관없이 누구나 각자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20대는 실수가 용인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도전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인식된다. 하지만 60대의 도전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젊었을 때 경제적인 이유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후 그들이 진짜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영화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로마 위드 러브>는 꿈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은 이들, 열정이 남아있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그리고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마음 속 꿈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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