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시옷>

작가는 두 낱말이 어울려 한 낱말을 이룰 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사이시옷’의 역할이라고 본다.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줄 '시옷'이 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책 제목을 사이시옷으로 정했다고 한다. 또 그 시옷(ㅅ)이 사람(人)에 대한 진정어린 생각, 편견 없는 생각이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이시옷'처럼 편견 없이 사람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차별 받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나'의 일이 아니면 구태여 차별받고 있는 '남'에게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저렇게 차별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무관심을 합리화한다. 차별받는 사람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 대신 무감각하고 냉정하며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차별받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일까? 아니다. 차별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실제로 열등하고 비정상적인 존재여서 차별을 받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회가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내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평범한 사람'이라는 범주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묵인하고, 오히려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어떻게 해서든지 도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낮춰보며 차별에 동조한다.

이 책에서 여덟 명의 만화가들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동성애자, 장애인, 성, 학력, 빈부 차별을 주제로 이러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꼬집어 내고 있다. 손문상 만화가가 그린 <완전한 만남>이라는 제목을 가진 만화는 비정규직의 삶을 사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엄마는 병원 급식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그녀는 병원의 용역전환과 구조조정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막내아들의 첫 출근 날에 엄마는 아들에게 노조 같은 곳에 들어가서 밉보이지 말라며 당부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자신은 그 날도 병원에서 시위를 한다. 그 날 병원에서는 용역 깡패를 불러서 시위를 하는 비정규직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용역 깡패 무리 중에 아들이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정신을 잃는다. 가난을 되물려 받아 자식도 부모처럼 비정규직의 삶을 살아가는 차별적인 현실을 비극적으로 꼬집어 내고 있다. 부자는 그 자식도 부자의 삶을 살아가고, 가난한 사람은 그 자식도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경제적인 능력은 계속 대물림 되어 부자인 집에서 태어난 자식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자식의 출발점은 결코 같지 않다. 모든 사람은 각 개인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고 삶을 시작할 때 똑같은 인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럼에도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손문상 만화가 외 7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차별’이란 주제를 풀어나간다. 때론 비극적이고 때론 유쾌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눈감고 있던 독자를 깨워준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에 무감각해져 있고,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 우리에게 책 ‘사이시옷’은 물음을 던진다. ‘당신은 편견 없이 사람(人)을 바라보는 사이시옷 'ㅅ'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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