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는 대학 과잠이 설렌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다녔다. 그래서 입고 있는 교복으로 어느 학교 학생인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대학생은 자유롭게 옷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에 외관상으로 어느 학교를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아는 방법이 있다. 바로 대학 과점퍼이다. 대학교 과잠은 각 과에서 자체적으로 맞추는 옷으로, 일종의 단체복이다. 체육대회와 같은 행사가 있을 때 같은 소속 집단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단체복을 입는다. 이와 같은 단체복의 기능과 유사하게 대학교 과잠도 같은 학교의 학과라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을 가진다. 디자인은 대학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야구잠바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등학교 때 가끔 과잠을 입고 지나가는 대학생을 동경했다. 과잠에 붙어있는 마크를 보고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대학 새내기가 되면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 같이 예쁜 옷도 입어보고 싶었지만 칙칙한 교복 색깔과는 다르게 색감 있고 편해 보이는 대학 과잠도 입어보고 싶었다. 새내기가 되어 대학 과잠을 주문하기 위해 소속 학부의 데스크에 가서 원하는 사이즈와 이니셜을 적었을 때는 내가 이 대학의 학생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와 같이 과잠은 선배들에게는 이제 ‘그냥 옷’일 수 있지만 새내기들에게는 ‘옷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잠을 입는 것은 대학을 다니게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편하지만 책임이 따르는 옷, 대학 과잠

대학 과잠은 파릇파릇한 새내기부터 일명 ‘헌내기’가 되어버린 선배들까지 모든 학생에게 사랑받는 옷이다. 대학 과잠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같은 과잠을 입은 사람들끼리 동질감이 형성된다. 경희대 신입생인 한 친구는 "과잠을 입으면 소속감이 들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과잠을 입고 있으면 인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새내기는 초반에 선배들과 동기들을 잘 몰라서 학교생활이 어색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과잠을 입으면 서로 인사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다. 또, 대학 과잠은 편한 차림을 할 때나 딱히 옷이 없을 때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시험기간에 과잠을 입고 학교를 온 대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한 새내기 학생은 과잠을 입으면 꾸며 입지 않았지만 꾸민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 과잠은 실용성은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어 하나의 패션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소속 학과의 과잠만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색상을 골라서 과잠을 공동구매를 하여 입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 과잠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곧바로 소속 대학의 이미지 실추를 가져온다는 단점이 있다. 대학 과잠이 소속 대학을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한 이른바 ‘지하철 연대남’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소변을 누는 남학생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었다. 그 학생이 연대 과잠을 입고 있어 그가 연세대생이라는 것을 네티즌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연세대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대학 과잠은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다니고 있는 대학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 형성에 용이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소속 학교를 드러내기 때문에 과잠을 입었을 때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학 과잠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지만,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결코 편하게 만은 입을 수 없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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