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PC방 전면 금연 유예안이 심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당초 예정대로 오는 6월 8일부터 PC방,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전면 금연이 실시된다. 금연 열풍은 대학가에도 불었다. 중앙대, 고려대, 서강대, 가천대, 한림대 등의 대학에서는 흡연부스와 구역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의 흡연부스와 구역은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6000만원을 들여 제작해 학교에 기증했고 고려대는 7000만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설치했다. 현재 중앙대와 고려대는 각각 흡연 부스를 1곳과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캠퍼스의 흡연 부스

지난 해 말, 교정의 담배연기에 불만을 품은 비흡연자들의 문제제기에 힘입어 고려대학교 이공계캠퍼스와 인문계캠퍼스 내에 흡연 부스가 하나씩 설치 됐다. 또한 중앙대학교는 지난해 9월부터 교내 흡연구역 11곳을 지정한 뒤 이 외의 공간에서는 흡연을 금지했다. 서강대학교는 교내 23곳을 흡연구역으로 정하고 그 밖의 모든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만들었다. 또한 캠퍼스 전체가 금연구역인 경남 인제대는 3년 전부터 금연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학생들의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흡연 부스가 만들어지고 흡연구역이 지정된 지 몇 달 후, 학생들은 흡연부스가 교내의 흉물이 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학생은 “흡연 부스 바로 앞은 금연구역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제재가 없으니 다들 밖에서 펴요”라며 흡연 부스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비흡연자 정모(21)양은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흡연 부스는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하긴 마찬가지에요. 흡연자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저 흡연 부스는 그냥 자리만 차지하는 컨테이너 박스와 마찬가지죠”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연법’시행에 뿔난 PC방

오는 6월 8일부터 시행되는 PC방 전면 금연법은 다른 업종들과 비교해 유예기간이 짧고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 않는다. PC방의 전면 금연법 유예기간은 지난 2012년 4월 1일부터 2013년 6월말까지 약 1년 동안이며, 오는 7월 1일부터 단속을 시행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음식점과 호프집, 커피숍, 제과점 등은 영업장의 넓이가 150제곱미터 이상일 경우 2015년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도 지급된다. 또한 청소년들의 출입이 많은 당구장은 금연법 시행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의문이다.

PC방은 다른 커피숍이나 호프집, 음식점처럼 간단히 흡연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흡연 부스 안에서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울 수 있는 커피숍과 달리 PC방의 경우에는 게임을 중단하고 흡연 부스에 가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PC방은 10시 이후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없는 커피숍에선 청소년들도 흡연 부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필 수 있다. PC방 운영자들은 PC방이 금연법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 PC방 점주는 “장시간 PC 이용자들로 수익을 올리는데 이들 중 80%가 흡연자”라며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PC방 전면 금연 조치가 업계를 다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닫는 PC방들, 후폭풍 감당해야하는 중소업체들

한국보다 일찍 PC방 금연법을 시행했던 대만의 경우, 70%의 PC방이 문을 닫았다. 현재도 대만의 PC방 업계는 몰락하고 있고, 한 때 게임과 PC의 강국이었던 대만의 위상 또한 위축됐다. 대만의 사례는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인터넷 PC방 커뮤니티 '아니닉스 피사모'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PC방 업주 788명 중 66%(517명)는 '전면 금연이 도입될 경우 폐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66%의 PC방이 문을 닫으면 인테리어 업자, 간식 업체, 컴퓨터 관련 업체 등 관련 시장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용산전자상가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업체의 절반 이상이 PC관련 업체인 용산전자상가의 경우 70% 이상의 수입이 PC방에서 나온다. 하이마트 같은 대형 전자마트와 인터넷 쇼핑몰 등의 등장으로 하락세였던 용산전자상가의 PC관련 업체들은 최근 PC방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급격히 사양길을 걷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내의 한 PC 조립 업체 대표는 “평소 1주일에 10통도 오지 않던 폐업 처리 문의가 지난주 140~150통으로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모두를 위한 금연법이기 위해

PC방 생존연대는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당구장 등 성인과 청소년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은 모두 전면 금연법의 규제 대상으로 하고, 타 업종들과 마찬가지로 2015년까지 유예기간을 확장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국가 보조금, 세제 혜택과 금연 홍보 지원 등을 원한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다. 아무리 금연법을 개정하고 다시 개정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의식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금연을 지키고 있는 주점은 많지 않다. 캠퍼스 내에 설치된 흡연 부스나 흡연 구역 또한 학생들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금연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오로지 비흡연자만을 위한 제도는 흡연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반대로 흡연자의 권리만을 지키기엔 비흡연자의 권리가 위험하다.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흡연자는 거리 곳곳에 여유 있게 설치된 지정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비흡연자는 간접흡연 피해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담배에 매기는 막대한 세금으로 흡연 구역을 마련해달라”고 한다. 애연권과 혐연권 모두 보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시민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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