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net의 <슈퍼스타K2>는 쟁쟁한 실력과 ‘악마의 편집’으로 19.3%라는 케이블 역사상 이례 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8월 12일 막을 올린 후속 프로그램 <슈퍼스타K3>의 반응도 그에 못지않다. <슈퍼스타K2>는 허각, 존박, 장재인 등 많은 스타를 발굴하면서 동시에 예능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의 주축은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그런데 <슈퍼스타K2>의 화려한 시청률이 그 주축을 흔들어놓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릴 것 없이 봇물 터지듯 탄생했다. 지상파에서만 해도 2010년 11월 5일 <위대한 탄생>을 시작으로 올해 3월 6일 <나는 가수다>가 첫 방영되었다.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공개 채용이라는 획기적인 소재를 들이기도 했다. 이어 6월 4일 <탑밴드>, 그 달 24일 <기적의 오디션>이 새롭게 탄생했다. 이 분야의 지망생들에겐 또 하나의 등용문, 그리고 로또가 됐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좀 오래 되었다. 2000년 초반에는 MBC ‘목표달성 토요일’에서 <악동클럽>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다. 특이한 제목과 더불어 연예계 전격 데뷔라는 화려한 조건으로 그 당시 굉장한 이슈가 됐었다. 하지만 그를 통해 데뷔한 이들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이 들려왔다. 그 외에도 <영재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 <배틀신화>, <슈퍼스타 서바이벌> 등이 존재했지만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은 주목은 받지 못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압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대세’의 영광은 한 순간이었다. 2000년에 미국 CBS에서 시작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서바이버>가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는 굉장히 대조적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는 1999년 ABC의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부터 같은 방송사의 <배철러렛>, <배철러> 등이 있었다.

지금 방송계 대세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너무’ 핫 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그저 재밌게 시청만 하던 사람들도 제작사의 욕심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MBC <위대한 탄생>의 최종 우승자 선정 투표 논란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슈퍼스타K3>의 ‘예리밴드’가 왜곡 편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도 한 가수를 의도적으로 띄워주는 식으로 편집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너도나도 시청률을 쟁취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생긴 문제다. 실제로 지상파와 케이블에 총 13개의 많은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그 중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고작 몇몇뿐이다. 프로그램마다 우승자에게는 엄청난 액수의 상금과 상품이 걸려있다. 시청률은 협찬과도 비례하기 때문에, 이러한 독과점이라면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에는 굉장한 위기가 될 수 있다. 경쟁은 균형이 맞아야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프로그램 내에서의 경쟁이 아닌, 프로그램끼리의 경쟁 구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핫’하면서 동시에 너무 ‘뜨겁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프로그램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TV와 현실의 거리감을 줄여주었다는 것이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와의 공통점이다. 실제로 이 이점이 리얼 버라이어티가 하나의 트렌드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큼의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무엇인가와의 거리를 좁혔다는 것은 그와 익숙하다는 것이다. 익숙함이 식상함이 되는 순간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식상함의 딜레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예능의 좌표다. 그 자리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들어섰으니 향후 예능 프로그램의 자취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행보에 달려있는 셈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은 없는 장르가 없다. 형식도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제다. 이 과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 따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명도 결정될 것이다. 시청자가 주체가 되는 만큼, 시청자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와 같이 비슷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장수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그 자체도 해외 프로그램의 아류 격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발 주자는 또 무슨 프로그램이 될까? 흐름만을 타는 시청자보다 흐름을 예측하는 시청자가 많아질 때 더욱 발전된 다양성과 참신성을 갖춘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래는 제작진들의 과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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