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부산에 사는 야구팬 구슬(20, 여)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검색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속보를 봤기 때문이다. 구 씨는 황급히 자신의 SNS 계정에 접속했다. 그곳의 타임라인 (timeline: 자신이 올린 글과 다른 이용자들의 글이 시간 순서대로 올라오는 SNS 창) 역시 해당 기사의 링크와 선수를 걱정하는 글로 가득 차있었다. 구 씨는 절망에 빠졌다. 무명 시절과 성적이 안 좋았던 시절을 거쳐 늦은 나이임에도 이제 막 꽃을 피우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단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

우리는 심심치 않게 여러 미디어에서 속보, 단독, 혹은 특종이라는 단어를 접한다. 이 단어들은 아무 뉴스거리에나 붙을 수 없으며 붙었을 때 뉴스의 가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 중 ‘단독’이란 단어는 한 언론사 혹은 한 기자가 특정 사건을 ‘유일’하게 ‘최초’로 보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12일 구 씨가 확인했던 기사는 제목 맨 앞에 ‘단독’ 이라는 글자를 달고 나왔지만, 기사의 세부적인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 기사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이용하는 많은 스포츠 기자들이 ‘그 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 처음 보도된 것처럼 부상 정도가 심하지는 않고 가벼운 찰과상 정도’라는 글을 올려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해당 구단에서는 ‘완치를 위해 선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재등록은 10일 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 휴식을 취하며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으로 다시 1군에서 운동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하지만 이미 단독보도기사를 토대로 작성된 수많은 기사들이 곳곳에 퍼진 이후였다.

구 씨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땐 정말 청천벽력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그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들이 들려오자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단순한 이야기도 아니고, 프로운동선수의 선수생명이 달려있고 그 전에 생명과 관련된 것인데 단독보도보다는 사실 확인이 우선인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사실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내보내진 단독보도기사는 구 씨를 비롯한 많은 야구팬들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독자를 ‘낚는’ 신변잡기 기사

회사에서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던 배효정(29, 여, 웹디자이너) 씨 또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훑던 중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몇 년 째 좋아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데뷔 이래 지금까지 여동생의 존재를 숨겨왔다고 고백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배 씨는 빠르게 그 기사를 클릭했으나 기사 끝머리에는 익숙한 문장이 있었다. ‘아이돌 가수 A씨의 사연은 화요일 밤 11시 B프로그램에서 공개된다.’ 배 씨는 꿀 같은 휴식 시간을 투자해 본 기사의 제목에 당한 것만 같아 두 배로 언짢아졌다.

배 씨는 속된 말로 ‘낚인’ 기분이라고 했다. “방송 프로그램 혹은 연예인의 홍보를 위해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까지 이용당하는 것 같다. 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불쾌감까지 줘야하는 지 의문이다. 흥미로울 것 같아 방송 날짜만을 기다리던 프로그램의 내용마저 스포일러 당한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배 씨가 쉬는 시간에 봤던 기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 속에 어느새 인기 검색어 1위가 돼있었다.

인터넷 언론사와 인턴기자, '빛 좋은 개살구'?

위의 두 사례에서 구 씨와 배 씨가 본 각각의 기사는 모두 낯선 이름의 인터넷 언론사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여러 가지 매체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언론사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조건은 네티즌들의 수많은 ‘클릭수’다.

대부분의 인터넷 언론사는 많은 클릭수를 얻기 위해, 즉 생존과 차별화를 위해 ‘신속성’과 ‘화제성’을 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목적들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그들의 신속성은 ‘정확성이 결여된’ 신속성으로, 화제성은 그저 ‘호기심만 자극하는 신변잡기’의 내용으로, 단순히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변질됐다. 여기에 그들은 ‘다양성’과 ‘개방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턴기자, 시민기자 등의 제도를 내세웠다. 한 네티즌은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법이라고 해서 클릭했더니,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얼음을 띄워 마시라는 황당한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인턴기자가 쓴 것이었다”며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인턴기자를 쓰지만 이렇게 기사를 막 쓰라고 채용한 것은 아니지 않나. 정식기자가 아닌 만큼 더 많은 검수를 거쳐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고 황당함을 표현했다.

인터넷 언론의 직접적인 이용자인 다수의 네티즌들은 ‘신속함이 매력이지만 그것이 매력의 전부인 계륵 같은 존재’ 로 인터넷 언론을 인식하고 있었다. 수 년 후에는 기성 매체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또 하나의 매체로 인터넷 언론이 자리 잡아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