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모여라 딩동댕> 최수진 PD

어느 날, 인터넷 한 게시판에 오른 글이 네티즌의 웃음을 자아냈다. 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 모두의 기억에 있는 추억거리에 관한 게시글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은 일요일 아침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 텔레비전부터 켰다. 애니메이션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서였다. 평일 아침에 우리들을 깨운 건 <딩동댕 유치원>이었다. 2000년이 되면서 동이언니,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 등 <딩동댕 유치원>의 캐릭터들은 텔레비전에서 나와 ‘직접’ 동네 아이들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특별한 만남은 정규 프로그램으로 개편됐고 그 해는 최수진 PD가 EBS에 입사한 해이기도 하다. 최 PD는 2010년부터 <모여라 딩동댕>을 담당하고 있다.

홀로서기

“드라마의 비중이 적고 예능도 없기 때문에 EBS에서 PD들이 많은 것들을 버라이어티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유아프로그램이에요.”  <스페이스 공감>, <장학 퀴즈>, <보니하니> 등을 거쳐 2010년 <모여라 딩동댕>에 자리 잡은 최수진 PD는 유아 프로그램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도 있고, 하다 보니 중요한 프로그램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 EBS <모여라딩동댕> 최수진 PD
<모여라 딩동댕>은 국내 유일한 유아 공개 방청 프로그램이다. 드라마나 예능에 집중하는 지상파 3사에 비해, EBS에는 <모여라 딩동댕>을 비롯해 <딩동댕 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뽀로로> 등 유아프로그램이 많다. 유아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보통 유아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수진 PD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 “<모여라 딩동댕>은 공개 방송이며 본격적인 유아 교육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교육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은 EBS에 또 따로 있구요.” 공개 방청이 곧 아이들에겐 놀러오는 것인데 거기에서까지 배워야겠냐는 것이다. “‘이거해’, ‘이러면 안 돼’ 하는 식으로 가르치지 않아요.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하잖아요. 직접적으로 뭔가 일러주려는 걸 최대한 자제하죠. 뭔가를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이에요.”

<모여라 딩동댕>과 <딩동댕 유치원>의 차이는 기획 의도에 있다. 프로그램 소개글 중 ‘국내 유일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의 공개방송으로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 찾아가 즐거운 공연을 선사한다’는 말 그대로 공연 프로그램이다. “<딩동댕 유치원>은 교육적 커리큘럼에 맞춘 데일리 방송입니다. 그걸 주말마다 공개방송 형식으로 만든 건데 반응이 좋았던 거죠.” 뜨거운 반응을 몰아 2000년 단독 편성된 <모여라 딩동댕>은 <딩동댕 유치원>과는 이웃 프로그램일 뿐이다. 기획의도도 다르거니와 캐릭터도 중복되는 것이 없다.

보시니 좋더라

10년이 넘게 방영된 프로그램이니만큼 거쳐 간 지역도 많고 그만큼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지나갔다. <모여라 딩동댕>의 PD로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든 것의 답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한다. “불만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행정적인 문제도 물론 신경 씁니다. 하지만 최선의 결론은 공연의 퀄리티겠죠?” 이러한 답변대로 30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에 <모여라 딩동댕>은 많은 것을 담아낸다.

<모여라 딩동댕>은 ‘와글와글 꾸러기 마을’과 '알쏭달쏭 퀴즈', ‘이야기 세상’ 등 크게 3부로 나눠진다. '와글와글 꾸러기 마을'은 친구관계의 갈등, 편식이나 여름 안전수칙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알쏭달쏭 퀴즈'는 간단한 상식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주제가 있는 퀴즈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야기 세상'은 각 나라의 전래동화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교훈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재밌는 이야기를 위주로 구성한다. 최수진 PD는 “현재 구성으로는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 편”이라 덧붙였다.

아이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

▲ 최수진PD(가운데)와 <모여라 딩동댕> 출연진들
요즘 캐릭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뽀로로다. 아이들에게 뽀로로의 위상은 대단하다. 같은 방송사 내 캐릭터지만 뽀로로는 <모여라 딩동댕>에 출연하지 않는다. 그의 인기가 프로그램의 참여율 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최수진 PD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방청을 보러 오는 아이들은 우리 프로그램 캐릭터를 보러 와요. 마치 그냥 집에서 <뮤직뱅크>를 보는 것과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것의 차이랄까요?” 실제로 <모여라 딩동댕>의 캐릭터인 번개맨은 ‘2010년 EBS 캐릭터 대잔치 설문조사’에서 뿡뿡이와 뽀로로를 넘어서는 인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녹화 당시에도, 방송 시청 중에도 아이들은 번개맨을 따라 울고 웃는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른들보다 훨씬 즉각적이에요.” 공개 방송이니만큼 실질적으로 와 닿는 반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모여라 딩동댕>의 실제 방송시간은 30분 정도. 그 정도 시간이라면 아이들의 집중력과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모여라 딩동댕>은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다. 혹여나 녹화 시간이 지연되거나 하면 아이들이 쉽게 지치지는 않을까. 보통 <모여라 딩동댕>의 녹화에는 세트 교체 등 다른 시간들을 포함해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프로그램의 주요 방청 연령층인 4~9세 아이들에겐 버거운 시간일 수도 있다. 그에 대해 최수진 PD는 “아이들이 전혀 지루해 하지 않고 곧잘 집중한다”고 답변했다. “‘어린이들 프로그램이라서 유치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요. 우리는 감성터치로 접근하니까요.”

씨앗(兒) 기르기

물론 지금의 프로그램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있고, 많은 유아 프로그램을 거쳐 왔지만 최수진 PD가 꼭 유아 프로그램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모여라 딩동댕>은 종합 구성물이면서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구사해요. 일을 많이 배워보자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최 PD는 어떤 특정한 장르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앞으로 유아프로그램 말고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은 간결하다. “원래도 종합 구성물을 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앞으로도 그렇구요. 하나를 만들어도 뭔가 의미 있고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들이 좋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장르 불문, 재밌는 것이겠죠? 그게 교훈도 있다면 금상첨화구요.”

개인적인 꿈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그녀는 거침없이 “결혼”이라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내 아이들도 5년쯤 뒤에는 <모여라 딩동댕>을 봐야 할 텐데요.” 아이들의 ‘장수프로그램’이니만큼 “앞으로도 아이들의 기상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선 매 주 마다 아이들에게 받은 해맑은 에너지가 묻어난다. 씨앗은 아이(兒)의 어원이다. 씨앗이 열매를 맺기 위해 좋은 토양과 충분한 햇빛을 필요로 하듯 <모여라 딩동댕>은 아이들에게 토양과 햇빛이 되고 있다. 그리고 좋은 흙을 고르고 충분한 햇빛을 끌어오는 최수진 P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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