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슬프면서도 기쁜 묘한 날입니다. 술이 들어가서 일까요?

작년 9월 학과사무실 게시판에 붙여진 작은 모집 문구. '인터넷으로 밤을 샐 수 있고, 웹 제작에 관심있는 사람은 모여라' 그렇게 언니를 만난지 벌써 1년이 되는 거 아시나요? 마땅히 모일 장소가 없어 휴게실에서 첫 모임을 갖던 날.  전 바로 옆 테이블에 언니가 있는지도 모르고 30분을 혼자 앉아서 기다렸어요.

'이름을 뭘로 할까?  이름은 중요하니깐 네이밍 책이라도 보고 정하자. 어떤 느낌의 이름을 정하지?' 이름 짓는 것에만 한 달을 매달려서 . 마지막까지 올라간 것이 VOX, DIARY, DEW 였지요.  그 때 VOX(vindication of Xanthippe)는 제가 낸 거였어요. '크산티페의 항변'이라고 제 딴에는 근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digital이란 시대 흐름에 지고 말았죠.

문화웹진 아니면 미디어 웹진? 웹진의 주제를 정하기 힘들어 썼다 지웠다 한 것이 다시 3개월. 한창 고민하던  중에 언니가 제안하셨던 시사웹진. '처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시사웹진을 만들어?' 하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때 DEW를 시사웹진으로 정한 게 다행으로 느껴져요. 힘들지만, 직접 취재해서 쓰니깐 다른 웹진들과 차별화 되고, 그래서 여러 언론의 관심도 받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처음 기사 썼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긴장이 돼요. 어떻게 써야 할지 정말 막막했었거든요. 그때 무척 한심해 보였죠? 아! 디자인도 힘들었어요. 어떤 모양에 어떤 형태의 것이 가장 좋을까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라요. 기사를 쓰고 고치고, 창간일은 계속 미뤄지고. 처음 모임에 나왔던 그 많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안보이더니 결국 4명만 남았죠.

그리고 5월 31일. 너무나 오래 기다려 온 DEW 창간호를 띄운 날이지요. 언니도 그때의 감동을 기억하고 계시지요?  다시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기 않은 것 같아요. 매월 다가오는 마감일. 학과 공부도 하면서 일을 하려니 한쪽이 소홀해지기도 하구요.

요즘 언니 얼굴이 전보다 많이 핼쓱해 보여서 걱정이에요. 4학년이라 힘드셔서 그렇겠죠? 이틀 전 편집장을 그만두시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언니를 이해하면서도 한편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라구…'하는 생각과 함께 언니를 잡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늘 동기와 후배들이 따라준 삼배주가 약간의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치카치카~ 편집장 멋져~ 랄라랄라라∼"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술을 따라주는 후배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네요.

언니,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점점 눈이 감겨오네요. 언니 그럼 안녕히 계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길 빌어요. dew에도 자주 놀러 오세요.

From 기분 좋게 술에 취한 후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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