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이대 앞 골목마다 중고등 학생들로 붐빈다. '깻잎 머리'를 한 여학생들과 '시네를 탄' 남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교복을 '쌔끈하게' 줄여 입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깻잎 머리'는 촌스럽다고 생각하여 하지 않았다. 무스를 사용하는 것도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3년 전쯤에는 오히려 교복을 힙합 스타일로 크게 입어서 교복 바지를 끌고 다니거나 거의 발목까지 오는 치마를 입었다. 이렇게 십대들의 교복 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십대들을 좀 더 이해하고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유행, 그들만의 감각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

18세 여고생의 패션 원칙. 7:3의 가마를 타고, 무스로 쫙쫙 붙인다. 꽃실핀이나 민무늬핀으로 살짝 고정한다. 요새 김희선 언니가 하고 나오듯이 실핀을 X자로 교차시켜 보기도 한다. 뒷머리는 엄앵란 아줌마가 70년대 초에 했던 것처럼 둥그렇게 살짝 띄운다. 일명 '깻잎 머리'다. 교복 치마와 조끼는 최대한 몸에 달라붙게 하여 잘 빠진 몸매가 드러나게 한다. 세탁소에서 치마 줄이는 데 드는 3천원 쯤은 아깝지 않다. 멜빵이 달려 있는 원피스 형태의 교복이라면 수업이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블라우스 속에 멜빵 부분을 집어 넣고 밑으로 그냥 치마만 보이도록 만든다. 왜? 그들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쪽팔리니까." 책가방 끈은 최대한 줄여 등에 바짝 붙게 한다. 신발은 요란하지 않은 단화가 잘 어울린다. 물론 발크기보다 훨씬 커야 예쁘다.

남학생의 경우 구레나룻은 선택사항. 여학생들의 깻잎 머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짧은 머리지만 무스나 젤을 이용해 한쪽으로 붙인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시네(가리마)를 탄다'고 말한다. 70년대 말에 유행했던 답답해 보일 정도로 검고 두꺼운 안경테를 쓴다. 바지는 물론 쫄바지로 만들어 입는다. 개성을 추구하는 감성 세대인 만큼 다 똑같은 모습으로 줄여 입는 것은 아니다. '짱복고'는 80년대 유행했던 디스코 바지처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쫙 붙게 입는 바지다. 그냥 '복고'는 허벅지 굵기에 맞춘 일자 바지를 말한다. '할아버지 복고'는 거의 줄이지 않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잠뱅이처럼 헐렁하기 때문에 촌스러움을 추구하는 아이로 비춰진다. 셔츠, 재킷까지도 줄여 입는다. 뚱뚱한 학생들에게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줄여 입은 교복에 대해 기성 세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70년대 초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유성덕 씨(46세. 주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요새 애들은 왜 그렇게 교복을 딱 달라붙게 줄여 입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학생이면 단정한 맛이 있어야지요. 자기 몸매를 지나치게 과시하는 것은 학생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줄여서 치마 주름도 엉망이고, 좁은 치마폭 때문에 버스에 탈 때 고생하는 것을 보면 '저렇게 줄여 입는 게 뭐가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돼요."

지금 유행하는 아이들의 교복 원칙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70년대의 획일적 교복을 입었을 때에도 나름대로의 원칙은 있었다. "감색에 흰 칼라로 된 교복이었기 때문에 흰 칼라가 두드러져 보이게 돼요. 그래서 최대한 깨끗이 보이려고 노력을 했죠.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칼라였기 때문에 학교 갔다 오면 그것부터 떼어서 빨래를 했어요. 마르면 풀을 빳빳이 먹이고 다림질을 정성들여 했죠. 풀을 너무 많이 먹여서, 빳빳한 칼라에 목이 스친 자국이 벌겋게 날 때도 있었어요. 치마도 얼마나 정성들여서 다림질을 했는지 몰라요. 다림질을 너무 많이 해서 어머니한테 꾸중을 들으면서도 극성스럽게 깔끔을 떨었죠. 남학생들도 바지 주름을 칼같이 세워서 다니는 게 원칙이었다면 원칙이었을 거예요."

교복을 줄여 입은 아이들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할 말이 있다. K여상 2학년 전정희 양은 이렇게 말한다. "교복 줄여 입는 것이 저희들의 눈에는 예뻐 보여요. 세대마다 패션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지 않나요? 안 줄여 입는 애들도 거의 없구요. 저희 반 같은 경우, 한 두 명 정도만 교복을 안 줄여 입었어요. 그런 애들은 답답해 보이죠."

줄인 교복을 단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따로 있다. "등교할 때 교문에서 학생 부장님이 단속을 하고 있으면 학교를 안 들어가는 애들도 있어요. 1교시 수업을 빼먹는 거죠. 아예 학교를 일찍 오는 애들도 있어요. 교문이 열리자마자 수위 아저씨와 같이 등교를 하는 거죠. 학생 부장님도 그렇게 일찍은 못 오시니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느라 부족한 잠은 교실에서 자구요. 아니면 치마를 두 개 사요. 큰 치마, 줄인 치마. 치마를 두 개 입고 가서 학교 끝나면 화장실에서 큰 치마를 벗고, 가방에다 넣고 나오면 되죠." 

교복을 줄여 입으면 학생답지 못하고 단정하지 않아 보인다는 어른들의 시각에 오히려 반문을 제기한다. "교복을 지나치게 줄이면 불편하지만 자기 몸에 맞춰 줄이면 오히려 더 편해요. 그리고 치마 폭이 좁으니까 버스나 지하철에서 앉을 때 저절로 다리도 오므리게 되고 더 예의를 지키게 돼요. 예뻐 보이려고 교복을 줄인 건데 전보다 더 깔끔하게 입으려고 노력하죠. 교복 잘 안 빨면서 지나치게 줄여 입은 애들은 저희들 사이에서도 평이 안 좋아요. 교복 줄여 입는 것을 그냥 저희들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중고등 학생 전부가 교복을 줄여 입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같은 경우는 강북은 '복고'가 주도를 하지만 강남은 '세미 힙합(질질 끌리는 힙합 바지가 아닌 약간 헐렁한 정도의 힙합 바지)'을 많이 입는 편이다. 교복을 줄이지 않은 H외고 3학년 김수빈 군에게 교복을 줄이지 않은 이유를 물어 보았다. "여자애가 줄여 입은 것은 괜찮은데, 남자애들이 줄여 입으면 좀 여성적으로 보여요. 다른 애들과 제 취향의 차이겠죠. 교복을 줄여 입은 애들을 처음에는 별로 좋지 않게 봤는데 갈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줄여 입는 것이 일본 문화의 모방일수도 있지만, 더 발전시켜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면 모방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봐요."

김수빈 군도 교복을 줄여 입은 아이들이 단속을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정성스레 자기 체형에 맞게 줄인 교복의 박음질을 뜯기고 기합을 받고 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단속하는 어른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어떤 시대든 간에 유행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유행에 따르면 무조건 문제아라는 선입견을 가지신 어른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획일화된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줄여 입은 교복은 단속의 대상이 된다. 유신 시절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기 위해 처녀들의 허벅지에 자를 가져다 대고, 장발족의 머리 길이를 재며 단속했던 것처럼 말이다. 학생 부장으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어른들은 학생들이 그저 피하고 도망가야할 대상이다. 70년대의 젊은이들이 왜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하냐고 물어봤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왜 교복을 줄여 입으면 안되는지를 묻고 있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강요당하고 어쩔 수 없이 그것에 순응하면서, 그들은 서서히 획일화를 배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그만 것에서부터 순응하게 되면 나중에 정말 커다란 것을 강요당해도 순응하게 되지는 않을까? 어른들은 모범생을 좋아한다. 모범생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잘 따르고 그 체제 안에서 성공적으로 적응을 한 아이를 말한다. 이런 모범생들은 상을 받는다. 그러나 어른들이 해놓은 그대로 살아가고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까? 틀을 깨고 다양함을 시도하는 것이 21세기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송혜원, 송유경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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