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5시 30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약간의 긴장감과 소란스러움이 전해진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과 반신반의한 얼굴을 한 참가자들. 신당 발기인 대회 때문에 미리 온 의원들의 테이블에는 연신 카메라의 조명과 후레쉬가 번쩍인다. 국회 의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그들을 기다리던 주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어린다.
6시. 개회사가 시작되고 세계 최초로 정치인과 사이버 주주들의 만남은 시작됐다. "자신의 주가를 아십니까?"로 시작된 질문들이 7시를 넘기며 의원들의 입담으로 메워지고 있었다. 

'투자와 투표를 동시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100만원을 받는다. 그 돈으로 정치인을 살 수 있다. 정치인에게 주가를 부여하여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 포스닥에서는 가능하다. Political KOSDAQ의 합성어이자 정치인의 장외 주식시장 증권인 포스닥(POSDAQ). 포스닥이 처음 생겼을 때는 하나의 재미있는 시도였을 뿐이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포스닥은 더 이상 시도가 아닌 정치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 떼제베 도입정책으로 국가예산 3조원이 손실된 것 아시죠? 하지만 그때 몇몇 시민단체 외에는 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의료보험액이 1∼2만원 올랐을 때, 시민들의 항의하는 모습이란… 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국가예산, 그리고 절실하게 부딪히는 개인의 돈. 투표도 이와 마찬가지라 생각했습니다. 투표에도 개인의 '이익과 손해'의 개념을 넣는다면 자신의 투표에 좀 더 책임감을 갖지 않을까요?"

투표에 경제 개념을 넣어 주식과 정치가 만났다. 하지만 포스닥은 단순히 정치를 쉽게 접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할 회사의 정보, 주변상황을 알아보듯 정치인의 행동, 정책을 스스로 알아보며 다시 한번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서 큰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획기적인 시도에 따른 관심만큼이나 이에 대한 지적도 많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 이미지 위주의 주식 투자이다. 즉 정책이나 그 사람의 정치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투자하기보다는 기존의 언론에서 만들어 놓은 이미지 좋은 정치인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9월 17일자 대한매일에 보도된 <대한매일과 한국 유권자 운동연합이 공동 조사한 15대 국회의원 입법활동>과 포스닥에서의 정치인 주가를 비교해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입법활동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청원소개 활동 2위를 차지한 유선호 의원의 주가는 8.470(9월 21일 기준)원으로 이는 10위를 차지한 김영선 위원의 약 1/11 가격이다. 그리고 5위를 차지한 조성준 위원의 경우는 기본금에도 못 미치는 저가주다. 반면 월드컵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정몽준 의원은 최근 현대사태와는 아랑곳없이 부동의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지 위주 주식 투자는 단지 잘못된 투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문제는 커진다. 기존의 정치인의 활동 평가는 몇 달, 몇 년 후에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포스닥은 '투자와 투표를 동시에', 투자를 통한 평가가 매일 이루어진다. 바로 이점이 포스닥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즉 어제 한 얘기로 인해 오늘의 주가가 흔들린다. 이는 종합적인 분석과 상황을 고려할 시간 없이 바로 보이는 그 모습을 보고 즉석에서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9월 28일을 전후한 이미경 의원의 주가변동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동티모르 파병과 관련된 이의원의 돌출행동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3일 연속 떨어지던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 30일 45.5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도 급등하여 평소 300~400 주가 거래되던 것이 30일  3.405주나 거래되었다. 
   
이런 즉각적인 평가는 이미지 정치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소신을 꺾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기에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

'주가조작', '작전세력'. 기존 증권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포스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일단 자신의 아이디로 한 종목을 골라 대량 매입 후 다른 아이디를 이용하여 대량 매수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주가조작은 이루어진다. 현재 약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로 포스닥에서 아이디를 제명당했다. 

대부분이 개인의 장난으로 인한 조작이지만, 이로 인해 의원 보좌관까지 의심을 받아 해명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적도 있다. 하지만 주가조작이 단순한 사건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투자를 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해 나가므로 그 투자가 잘못된 것이라면 여론 역시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디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당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포스닥도 이런 문제들의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웹진 포스널을 준비 중에 있고, 24시간 감시체제인 정치증권감독원을 신설할 생각이다. 하지만 포스닥의 문제는 단순한 해결 방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운영되는 포스닥과 같은 사이트는 그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변화가 없으니 우리가 변하자'라는 모토 아래 포스닥은 시작되었다. 일반 국민들의 변화가 밑바탕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 변화가 그리 쉬운 일이며, 포스닥이 그 정도의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포스닥 회원인 최지현(27)씨는 포스닥의 거래 메카니즘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직까지 포스닥에는 배당도 없고 내재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지수가 없어요.  그야말로 묻지마 투자가 남발할 수 있는 상황이죠. 나아가 그런 투자가 소신투자, 가치투자를 압도할 때 포스닥의 각종 지수도 연예인 주식 사이트처럼 무의미해 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기능을 다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포스닥은 점점 정치권과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인들과 국민과의 작은 대화들. 이런 것들이 점점 포스닥의 힘, 전자 민주주의를 키워주고 있다. 
  

김은지 기자<dewed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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