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속의 사랑"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공식이 떠오를 겁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잘생긴데다 돈도 많고 지위도 높은 남자 주인공은 본인은 평범하다지만 만화 속에서는 제일 예쁜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들게 됩니다. 대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보다 몇 살 더 많거나 동갑입니다. 그들의 키스나 포옹 역시 대개 남자주인공의 리드로 이뤄지고,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싫더라도 곧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됩니다.
대개의 순정만화는 그 내용이 SF건, 사회물이건, 환타지건 대개는 이런 사랑공식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 만화들을 보면서 여러분들은 이런 의문이 들지 않으셨나요?
키스는 왜 여자가 먼저 하면 안 되는거죠? 왜 여자 주인공이 못생기면 안 되는거죠?
왜 여자가 남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안 되는거죠?
오늘 소개할 두 권의 만화는 대부분의 순정만화에 나오는 사랑공식을 깨고 독특한 애정관을 보입니다.
어떤 파격일까요?


우선 소개할 책은 『맘보걸 키쿠(작가: 나카야마 노리코, 서울문화사, 전6권)』입니다.
키쿠는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있고(만화 속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더 예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직 학생이며 집에서 용돈을 타쓰는데다 제멋대로인 성격을 가지고 있죠. 그녀는 툭하면 남자친구 토키와를 구박하고 일방적으로 절교선언을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토키와는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데다, 모델을 해도 될 정도의 외모와 '한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늘 궁금해합니다. "저 두 사람은 왜 사귈까?"
답답할 정도로 키쿠만을 사랑하는 토키와에게 예쁜 여자들이 다가오지만 그의 마음은 오직 키쿠인 반면, 키쿠는 고등학교 동창생의 말에도 금방 넘어가고 토키와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른 남자들과 일부러 다정한 척 하기도 합니다. 서로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결혼하자는 말도 못 하면서, 둘은 상대방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 혹시 내가 사랑한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그러는게 아닌지 늘 궁금해합니다.
대부분의 순정만화들이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한다면, 『맘보걸 키쿠』는 몇몇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마치 친구의 일기장을 보듯이 솔직하고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죠.
이 만화에서의 압권은 mode16 부분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 바꾸기입니다.
토키와의 꿈 속에서 묘사된, 성역할이 바뀐 결혼생활은 여성독자들이라면 통쾌하기까지 할 정도죠. 하지만 역시 순정만화답게(!)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랑은 남자친구 머리에 난 땜통조차 귀여워보이는 것.'


『연상연하(작가:한승희, 서울문화사, 전2권)』는 일본 만화인 『맘보걸 키쿠』보다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실제 모델이 있는 점도 그렇지만, 몇 년전부터 논란이 되어온데다 요즘 최진실, 이승연 등 톱스타들이 연하의 남성과 결혼발표를 하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진 탓이죠.말그대로 연상의 여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보다 5살 연하인 남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생활을 누려보고 싶어서 대학에 들어온 하연은 같은 학과 1년선배이지만 자신의 남동생보다 어린 상현을 만나게 됩니다. 그 둘의 사랑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죠.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보다 한두살만 많아도 이상한 눈으로 보는데 5살 차라니요.

그러나 정작 이들의 사랑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자기 부모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못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까봐 상현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하연의 마음 때문입니다. "사랑이란게 그저 끔찍하기만 했다."는 하연.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좋은 신랑감으로 꼽는 '능력있고 전망좋은' 몇 살 위의 남자조교가 아닌, '하연 누나와 아들딸 낳고 평생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인 상현입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자기만의 사랑공식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죠.


사랑은 움직이는 것! 어떻게? 내 사랑은 내 맘대로니까요.

김성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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