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현직 편집인 딘 베케이(왼쪽)과 새로운 편집인 조셉 칸(오른쪽) (출처=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CJR) 홈페이지)
▲ 뉴욕타임스 현직 편집인 딘 베케이(왼쪽)과 새로운 편집인 조셉 칸(오른쪽) (출처=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CJR) 홈페이지)

조셉 칸 (Joe Kahn)씨가 뉴욕타임스의 새로운 편집인 (executive editor) 으로 내정됐다. 57세인 그는 현재 이 신문의 편집국장 (managing editor) 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편집인 내정을 보도한 4월 22일자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칸국장은 이 신문의 서열 2위 편집책임자다. 

현직 편집인은 딘 베케이 (Dean Baquet) 씨다. 그는 2014년 5월부터 편집인 직을 맡아 65세인 올해 6월까지 근무한다. 65세는 뉴욕타임스가 규정하는 편집인 정년 나이다. 베케이 편집인은 8년 정도, 뉴욕타임스의 뉴스를 총괄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기사 편집과 기자들의 인사, 그리고 이 신문의 디지털 전략에 대한 전권을 행사해 왔다. 베케이씨 경우는 편집책임자에게 2년 정도의 임기만을 인정하는 한국 언론의 인사체제와 뉴욕타임스의 관행이 크게 다름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베케이씨는 뉴욕타임스 최초의 흑인 편집인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디지털 혁신, 유료독자 천만 돌파 등의 업적을 냈다. 덕분에 디지털 시대가 열리며, 20 여년 계속된 이 신문의 생존투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용기있게 대처하고, 미투 보도를 통해 유력자들의 성폭력 문제를 세계적인 의제로 만드는 데도 그는 크게 기여했다.

4월에 차기 편집인을 발표하고, 6월에 취임하는 뉴욕타임스 편집인 교체 방식은 갑자기 인사명령을 발표하고, 당일 인수인계를 하는 한국식 제도와는 역시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방식은 새 편집인이 자신이 운용할 조직을 준비할 시간을 제공하고, 떠나는 편집인과 교차 근무를 통해 일의 흐름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는 교대방식임을 느낄 수 있다. 

▲ CJR의 뉴욕타임스 편집인 교체 기사 제목 (출처=CJR 홈페이지)
▲ CJR의 뉴욕타임스 편집인 교체 기사 제목 (출처=CJR 홈페이지)

4월 26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CJR) 라는 저널리즘 전문매체가 뉴욕타임스의 편집인 교체를 다루는 특별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딘 베케이와 조 칸: 뉴욕타임스의 다음 모습은 어떻게 될까?”가 이 기사의 제목이다. 카일 포프 (Kyle Pope) 발행인겸 편집인이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는 뉴욕타임스가 신임 편집인을 선정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다뤘다. 이 기사는 신, 구 편집인을 한 자리에 모아, 그들의 입을 통해 세계 최고 신문의 편집책임자 교체 과정을 보여주는 시도였다. 한국 언론계에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내용이 많아 이번 칼럼에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최종임명권자는 사주이자 발행인인 A. G. 설즈버거

포프씨의 첫 질문은 편집인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임명되는가였다. 칸 국장이 신임 편집인으로 선정되는 과정을 위해, 회사에서 특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베케이 편집인은 간결하게 편집인 임명권한은 발행인이 혼자서 행사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발행인 개인이 결정하고 임명한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한국언론의 관행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뒤따르는 베케이씨의 설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케이 편집인은 자신이 3명의 편집국장단을 임명할 때, 이미 미래 편집인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발행인이 차후 편집인으로 임명할 편집국 지도자의 후보군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편집국에서 지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칸 국장은 그러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발행인은 이 후보들과 긴밀하게 만나고 대화하며, 그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새로운 편집인 후보들이 뉴욕 타임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갈 수 있는지를 계획하고 토론하는 일이다. 

2-3년 이상의 관찰과정

이 과정은 적어도 2-3년에서 더 길게 걸리기도 한다. 발행인에게는, 베케이씨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정이 신문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경영자로서의 임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편집인을 누구로 하는 가에 대한 결정은 발행인의 순간적 판단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복수의 후보자 군을 대상으로 상당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인 관찰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자체는 자연스럽게 뉴욕 타임스의 미래를 형상화하는 집단적 과정으로 작동하게 된다.

한계역량 테스트 (stretch test)

칸 국장이 설명하는 과정에 자신이 한계역량 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다는 말을 하자, CJR의 포프 발행인은 그러한 테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물었다.  이는 회사측에서 의도를 가지고, 어려운 과제를 제시해 편집인 후보자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가는지를 검증해보려는 장치이다. 

칸 국장은 본인이 경험한 한계역량 테스트는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번이었다고 말했다. 일부는 코로나 감염병이 제시하는 난관을 극복하는 일이었고, 일부는 미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인종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칸 국장은 뉴욕타임스의 고용 문화와 기사에 대한 의사결정 방식 등을 성찰하도록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된 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직을 하는 지, 기사가 출고되기까지의 흐름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은 충분히 개방적인지 등을 들여다 보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받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더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을 편집국에 들이고, 그들이 조화롭게 일을 할 수 있는 업무체계를 갖추는 일도 그에게 주어진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칸 국장의 설명을 들으면, 그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현실분석과 대안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주문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보고서들은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모두 공개되고, 그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새로운 정책 또는 규칙으로 자리를 잡게된다는 것이 칸 국장의 설명이다.

편집인으로 상황파악에 2-3년 걸려

베케이 편집인은 자신이 뉴욕타임스의 편집국 인력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행중인 디지털 혁신사업을 이해하게 되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 때 쯤에야 자신의 판단을 기초로 편집국 지도자들을 배치하고, 그들이 주도하는 구조적 개혁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뜻이다.  이러한 설명을 참고하면, 한국 편집국 지도자들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베케이 편집인은 3년이 지난 뒤에야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이 구축한 체제를 바탕으로 스스로가 생각하는 편집 정책을 펼쳐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의 편집인과 차기 편집인 임명자가 함께 앉아서 신문의 현실과 과제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기사는 처음 접했다. 그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의 과정을 저널리즘 전문매체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은 당연히 독자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편집국의 인사와 의사결정 체제도 모두 투명하게 독자에게 설명해 주어야할 대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뉴욕 타임스 방식이 모든 미국 매체가 실천하는 관행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작년 6월 마틴 배런 (Martin Baron)의 후임으로 샐리 버즈비 (Sally Buzbee) AP 통신 편집인을 임명했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와 이들을 향한 질문 속에는 우리 언론이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우리의 관행을 다시 생각해보면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다.  어느 때 보다 저널리즘의 위기감이 크고, 뛰어난 지도자와 지휘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