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라 씨(29)는 4월 28일 점심을 먹자마자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 수면실로 향했다. 쏟아지는 잠을 견딜 수 없어서다. 그는 국회 속기사다.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검수완박 필리버스터 속기록을 보완했다. 점심까지 먹고 나니 진이 빠졌다.

“요즘 같은 봄에 미친 듯이 키보드 두드리면 아득하게 졸려요. 오늘은 ‘밥 빨리 먹고 수면실에서 자야지’ 생각하면서 출근했어요. 저녁까지 일은 해야 하니까요.” 그는 보통 오전 상임위원회에서 약 4만 자, 오후 본회의에서 약 10만 자를 친다.

국회 수면실은 본청, 소통관, 의원회관에 있다. 양 씨가 이용한 소통관 수면실에는 바닥 이불 5개, 이층 침대 3개가 있다. 바닥에는 보일러를 틀 수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2020년 8월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 닫았다가 3주 전부터 다시 열었다.

“수면실 없을 땐 의자에 기대서 잠깐 자거나 참았어요. 수면실이 없으니까 점심시간에 복도 의자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고···.” 양 씨의 말이다.

도심의 오후, 직장인은 양 씨처럼 졸린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쓴다. 대부분은 직장 수면실이나 근처의 수면 카페에서 ‘자투리 낮잠’을 잔다.

4월 28일 오후 2시 40분. 서울 영등포구의 수면 카페 ‘라운지 리포즈’에 도착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3분 거리다. 교보증권, IBK 기업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 기업 건물 사이에 있다. 2만 원을 내면 리클라이너 의자가 있는 방에서 1시간 동안 잘 수 있다. 3만 원을 더 내면 비타민 정맥 주사와 음료까지 준다.

▲ 수면카페 내부(출처=쉼스토리 홈페이지)
▲ 수면카페 내부(출처=쉼스토리 홈페이지)

기자가 이용하려고 했더니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지금 방에서 자는 사람이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오후 3시 50분이라고 했다.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회사원 김모 씨를 만났다.

그는 스타트업 직장인이다. 오후 2시 50분부터 3시 50분까지 이곳에서 잤다.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유연근무제라 정해진 근무 시간만 채우면 된다.

수면 카페는 처음이다. 야근 다음 날마다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19로 걱정이 됐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나서야 마음을 놨다. “윗사람들은 하 루종일 집중하길 원하지만 솔직히 현실적으로 어렵죠. 잠깐이라도 자고 나니까 살만한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은 거 같아요. 수면카페.”

2018년에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지만 코로나 19로 주춤했다. 서울 마포구 수면카페 ‘심신프리’는 하루 20명 이상인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요즘엔 30% 정도 회복된 거 같아요. 점점 다시 늘어나고 있어요.” 마승덕 심신프리 사장의 말이다.

조양제 전 연세대 의대 교수(전 대한수면학회 재무이사)는 “점심시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자는 건 순간적인 피로를 없애줄 순 있다”면서도 “점심 수면이 길어지면 수면 패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긴 시간 낮잠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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