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병 시절 선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들었다. “다른 걱정 없이 기사나 평생 쓰다가 은퇴했으면 좋겠다.”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언론사에서 매년 한두 명씩 정년 퇴임하는 기자가 가끔 보인다. 어떤 기자는 현장 기자로 일하다가 저널리즘 교육자로 변한다. 일부는 두 가지를 겸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에 있는 노스햄턴커뮤니티칼리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롭 헤이스 교수는 기자와 저널리즘 교육자로 평생 일했다. 그는 1974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 이스턴에 있는 일간지 익스프레스타임스에서 일했다. “진정한 미국 민주주의는 로컬 사회에서 나오고, 그러므로 로컬 뉴스가 중요하다”는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2000년에 교수가 됐다. 이후에는 22년간 학생을 지도했다. 평생 한눈 팔지 않고 현장 기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학내 매체 ‘더 커뮤터’ 지도교수로서 일하는 모습이 가까이서 뵙던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한다. 5월 4일 학교 구내식당에서 헤이스 교수를 만났다. 

▲ 롭 헤이스 교수(출처=노스햄턴커뮤니티칼리지 홈페이지) 
▲ 롭 헤이스 교수(출처=노스햄턴커뮤니티칼리지 홈페이지) 

-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저널리즘 과목 교수다. 이달 말에 은퇴한다. 교수가 되기 전, 26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이후에는 교수가 돼 22년 동안 학생을 가르쳤다.” 

- 교수가 된 계기는…. 

“우연(serendipity)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사에 다니면서 큰 이유 없이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후에 석사학위가 있고 25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교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후 풀타임 교수 제안을 받아서 옮기게 됐다. 여기서는 기자로서 전문 백그라운드가 있는 교수가 교육도 하고 실무도 하는 경우가 많다.” 

- 무엇을 가르치나. 

“과목으로는 뉴스라이팅(기사 작성), 피쳐라이팅(기획기사 작성)을 가르쳤다. 저널리즘 전공에는 저널리즘 실습과 소셜미디어 수업도 있는데 그건 다른 교수가 가르친다. 그리고 학내 매체 ‘더 커뮤터’에서 학생들의 지도교수로 일했다. 또한 1학년 기본 과목인 저널리즘과 사회라는 과목도 가르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아닌 어떤 한 나라의 뉴스 시장 구조를 분석해 오라고 시킨다. 쿠바나 헝가리, 미얀마 등 다양한 국가의 뉴스 시장 구조를 분석해 보면서 글로벌적인 시각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 롭 헤이스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 롭 헤이스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 학보 지도교수는 어떤 역할을 하나. 

“일단 학보가 아니라 학내 매체(student news media)다. 지면의 한계에서 벗어나자는 의미가 있으며, 실제로 팟캐스트도 한다. 나는 편집국장이 아니다. 그래서 학생 편집국장이 출고한 기사를 그냥 놔두는 편이다. 실수가 있으면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법률적 문제나 소송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조언한다. 불필요한 소송 등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 

- 학내 매체가 학교를 비판하면 어떤가. 

“우리는 학교 이슈를 어떤 미국 매체보다 잘 보도하는 것이 목표다. 학내 비리 사항 등이 있으면 당연히 파헤친다.” 

- 학내 매체 기자들은 돈을 받나. 

“전업 학생은 연방정부의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받는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급여인 시간당 20달러보다는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주로 주당 15시간씩 일하는 편이다. 편집국장, 웹에디터, 디자인, 사진기자, 취재기자 등의 직무가 있다.” 

- 당신의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전업 학생과 직장이 있는 학생들이 있다. 대부분 졸업 후 인근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해서 졸업한 뒤 언론이나 연관 분야에 취업한다. 직장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스킬을 향상시키거나, 아니면 경력이 있는데 재교육을 위해 온 사람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실에서 일하다가 온 제자도 있다.” 

 -학교에 오기 전 당신은 어떤 기자였나.  

“교수가 되기 전 펜실베이니아 이스턴에 있는 익스프레스타임스라는 신문에서 일했다. 하루에 5만부 정도를 찍는 지역 신문이다. 마지막 직함이 피쳐 에디터였고, 그 외에 문화 에디터와 칼럼니스트 등을 했다.” 

헤이스 교수는 이달 말 퇴임한다. 교수직과 더 커뮤터 지도교수도 함께 그만둔다. 퇴임한다고 해서 저널리즘과 이별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대학에서 저널리즘 강사로 일하면서 소설가로서 인생 3막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자직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현업에서 은퇴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