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붉은색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중국 노래와 중국어가 흘러넘친다.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2월 18일 찾았다.

차이나타운은 서울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대림중앙시장에 이르는 상가에 있다. 입구에서 200m 정도 걸었을까. 가게 20여 곳 중 5곳만 한국어 간판을 달았다. 나머지는 안내문과 제품명을 중국어로 표기했다.

대림중앙시장을 벗어나 대동초등학교 부근에 갔다. 정문이 있는 대림로21길의 피아노 학원, 문구점, 옷가게는 간판이 모두 한글이었다. 환전소만이 빨간색 간판에 노란색 글씨로 ‘换钱(환전)’이라고 표기했다.

▲ 대림중앙시장 근처
▲ 대림중앙시장 근처

주택가 전봇대의 부정 주차 금지 표지판은 모두 한국어와 중국어로 표기됐다. 골목에 많이 보이는 ‘쓰레기 무단투기 NO!’라는 경고문 역시 한중 언어로 만들었다.

골목을 지나자 다사랑어린이공원이 나왔다. 벤치에서 주민이 대여섯 명씩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어와 중국어가 섞여서 들렸다. 공원 스피커에서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방송을 한국어와 중국어로 반복했다.

신희철 씨(65)는 이 근처에서 문구점을 20년째 한다. 그는 “손님 중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은 100명 중 5명 정도에 불과해 대화에도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 부정 주차 금지 표지판
▲ 부정 주차 금지 표지판

법무처에 따르면 2021년 9월 30일 기준으로 영등포구에는 2만 2000명 이상의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인이 산다. 외국인이 가장 적은 도봉구의 약 31.8배다.

기자가 ‘2020 영등포 통계 연보’를 확인했더니 영등포구에 등록한 외국인 3만 3308명 중 1만7052명이 대림1~3동에 산다. 특히 대림2동은 주민의 40% 이상이 외국인이다.

한동안은 한국인과 중국인의 갈등이 잦았다. 대림동 주민 이용시설인 한우리문화센터의 조용준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대림동에서) 치정문제 등 사건·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문화가 다르니 담배꽁초, 음식물을 거리에 버리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우리문화센터는 2017년 9월 대림2동 공영주차장 부지의 3층 옥상에 개관했다. 주민끼리 소통하고 화합하도록 생긴 곳이다.

코로나 19 유행 전까지 주민은 국적과 관계없이 일상을 얘기하고 음식도 나눠 먹었다. 조 대표는 “센터 전체 등록자의 40%가 중국인이며, 운영위원 11명 가운데 4명이 중국 교포”고 말했다.

▲ 한우리문화센터
▲ 한우리문화센터

10대 청소년 이청 양의 옆집에는 중국인이 산다. 대림동은 이 양에게 새로운 문화의 장이었다. 다른 국적의 주민과 음식, 언어를 접할 수 있어서다. 물론 갈등이 없을 순 없었다. 한번은 중국인이 한국어를 잘못 이해해 오해가 생겼다.

“지나가던 중국인이 (말을 잘못 듣고) 자신을 향해 했던 말로 착각해 곤란했던 적이 있죠. 대림동에서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요. 점점 다문화 시대가 돼가는 만큼 서로 배워가고 배려하면 좋겠어요.”

대림동에 사는 한국인 주민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언급하는 중국인 모습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신 씨는 “(중국인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부각하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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