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제목을 읽으시면 다들 피식하는 코웃음으로 일축해 버리실 겁니다. 우린 이미 할리우드 제도 권의 노예가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엉뚱한 상상이라도 우리들의 굳은 사고에 딴지를 걸어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들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할리우드 식의 '그래야만 재미가 있다'는, 결국은 상업적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제작자들의 일관된 견해에 구별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인디영화 혹은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디펜던트 필름 (Independent Film)이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기존의 상업적이며, 지극히도 인습적인 계약에 구속되지 않는 독립영화가 (Independent Filmmaker)들에 의해 독자적인 예산을 구축하여 제작하는 영화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론 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영화인 탓에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느냐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원래는 1920년대 전위영화가 생성된 이래 실험 영화, 지하 영화, 확대 영화 등을 총칭하는 이름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개인, 혹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어떠한 단체에 의해 후원과 제작이 이루어지는 모든 영화를 통칭해 인디영화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즉, 사적영화 (personal cinema), 반상업영화 (non-commercial film), 반산업영화 (non-industrial film), 아마추어 영화(amateur film), 가정 영화(home movie)등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헐리우드식의 메이저 작품들과 이런 독립영화들을 가장 확실하게 구별짓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표현력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제가 제시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독립영화에는 그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그 어떤 소재도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지구를 구하는 영웅은 훤칠한 키에 당당한 마스크를 가진 백인이어야 한다는 헐리우드식 이기주의에서 탈출해 약간은 배가 나온 옆집 아저씨 같은 흑인도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헐리우드에서는 권선징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강간, 살인, 마약, 폭력 등 생각만 해도 사람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이러한 소재들도 독립영화에서는 당당히 가장 주된 주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젠 대충 눈치채셨을 겁니다. 왜 이런 영화들이 헐리우드 제작자들의 주판 대에 오르내릴 수 없는지를... 상업적으로는 도저히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카메라를 움켜쥔 열혈 독립영화가들은 스스로 예산을 확보해 영화를 만드는 법을 배워가야만 했고, 어쩌면 거대 자본의 공룡제작자들에게서 외면 당한 사회적인 이슈들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책임감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단편영화가 매니아층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자신감을 얻은 제작자들이 단편영화 제작 편수를 급속하게 늘이게 되었고, 심지어는 이런 단편영화들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화제들까지 생겨나면서 이젠 그 의미마저 퇴색해가고 있지만, 분명 그들의 영화 속에는 할리우드 영화에는 찾아볼 수 없는 에너지가 숨어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독립저예산 영화를 간혹 할리우드 풍의 상업적인 영화와 유럽풍의 예술영화와 비교하여 구분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평론가가 영화를 두고 19세기말 과학과 예술이 서로 교배하여 탄생한 혼종 사생아라고 혹평하였던 것을 저변에 두고 생각한다면 할리우드 식의 영화는 과학과 결합한 종자라고 이해하는 편이 빠를 것이고, 유럽영화의 경우는 황금세기의 명맥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예술적 표현력과 결합한 형태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헐리우드식의 철처하게 상업적으로 치닫는 영화와 상대적으로 저 예산으로 제작되는 유럽풍의 영화를 상대 비교하다 보면 앞서 말한 독립저예산 영화에 대한 이해와 유사점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인디영화의 경우는 작품의 출생배경이나 지역을 두고 말하기보다는 순수한 작품제작의도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할리우드와 유럽풍의 영화로 선을 그어 판단하는 것보다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제작자들의 제작의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가를 먼저 염두에 두고, 영화제작 규모등을 그 기준 표에 삽입하여 본다면 인디영화에 대한 바른 기준 점을 설정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인디영화를 이해할 때 또 한가지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 바로 주류와 비주류 영화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이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구분은 인디영화의 제작노선과 교집합점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분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인디영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도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영화로 이해되어지는 비주류권 영화 역시 상업적인 성공에 그 주안점을 두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디영화의 제작단계와 비슷한 시각에서의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인디영화를 굳이 구분하여 보지 않는 시각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더더욱 언더그라운드와 인디영화의 경계선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좀 다른 시각에서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언더그라운드 즉, 비주류 영화들의 형식이 시대를 흐르며 언제나 변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대한 구분의 선이 가끔씩 모호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주변부 예술에 불과하던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불현듯 상업적인 성공이 보장되는 주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절상의 체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한때 주변부 예술가로 평가받았던 백남준씨가 어느 날 갑자기 전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급부상하게 되고 (백남준씨의 비디오 아트가 본격적으로 우리 나라에 소개되기까지 국내에는 이러한 장르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혜성같이 나타난 스타라는 오해를 받은 것이 사실이기에 이러한 표현을 씁니다.) 국내에서도 그의 천재성에 박수갈채를 보내게 되면서 갑자기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가 뒤바뀐 것을 보더라도 비주류의 경계선은 언제나 무너질 수가 있기 때문에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구분이 인디영화를 평가하는 교과서적인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에는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인디영화에 대한 시각은 시대에 따라, 보는 관점에 따라 많은 의견이 제시될 수도 있고, 그 판단기준이 언제나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젠 인디영화 제작자들 중에도 이미 스타 급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너무 많아 인디영화 제작기피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들의 제작의도마저 왜곡되어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만이라도 인디영화에 대한 바른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 이에 대한 정확한 기준 점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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