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날린 방패연이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되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밀레니엄 행사로 소원을 적어 날린 연을 일본의 산골 중학교 학생들이 주워 주인 찾기에 나섰던 것이다. 결국 주인을 찾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작은 소동으로 양국 사람들은 일본과 한국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은 방패연 하나가 양국의 친선을 도모하는 외교사절의 역할을 한 것이다.

한일 양국의 방패연 역할을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건물에서부터 가지런히 정리된 도서실까지 일본의 다양한 모습을 옮겨놓은 곳, 바로 종로의 일본 문화원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의 4번출구 바로 옆에 자리잡은 일본 문화원은 찾기가 쉽다. 칙칙한 연두색 건물이 처음에는 답답해 보이지만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을 통과하여 문화원에 안에 들어서면 아담하고 깨끗한 실내에 곧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1층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서실이다. 도서실은 주로 대학생들과 일본인들, 노인분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일제 시대 때 일어를 배우셨던 분들로 취미 생활로 신문이나 잡지를 보거나 일어 공부를 하신다고 한다. 아담한 도서실은 오후가 되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도서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도서대출신청서와 사진 2매, 주민등록증을 제출하면 회원증을 발급 받아 대출도 할 수 있다. 정기 간행물과 일본어, 영어, 한국어 서적코너로 구분되어 있으며 백과사전, 정부백서 등이 참고도서로 비치되어 있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영화, 패션 잡지는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패션잡지는 유행에 민감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즐겨보는 책이다. 도서실 내 유학상담코너에서는 일본의 학교에 관한 각종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며 유학 어드바이저(전문상담원)로부터 유학상담을 받을 수 있다. 도서실에서 일어 공부를 하고 있던 남화연(29)씨는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며 남는 시간에 일본어를 배운다고 했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다와서 배운 일본어를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서실이 슬슬 지루해 지면 2층의 '실크 갤러리'를 찾아가 각종 전시회를 감상해도 좋다. 4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무대미술교육의 현장을 폭넓게 다루기 위한 '일·중 연극미술 교육전'이 개최된다. 그리고 3층의 '뉴 센츄리홀'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다. 상영영화와 시간은 일본 공보 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

화장실 앞에서 만난 신혜숙(28)씨는 문화원의 일본어 강좌 종합연구반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대학교 때 배웠던 일본어를 계속해서 관련 직업을 가지려고요. 4시 타임이라서 대학생들보다는 아주머니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요. 시설도 좋고 일본인 선생님도 잘 가르쳐요."


일본어 강좌실은 편리한 시설과 질 높은 강의를 자랑한다. 강좌는 일반강좌, 일본어교육연구강좌로 나뉘며 일반강좌는 상급반, 연구반(영화·드라마, 종합연구, 신문 뉴스, 번역, 리딩·라이팅, 다큐멘터리)으로 각각 1학기 과정(전기 3월, 후기 6월) 이며 진급이 가능하다.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한국인 남·여로 상급이상은 능력시험 1,2급 정도의 수준을 요구한다. 반편성은 원서접수 후 필기, 듣기시험을 거쳐 성적순으로 한다.

이외에도 일본 문화원은 한일 양국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소년 교류, JET프로그램(어학지도 등을 담당하는 외국청년 초청사업) 등의 각종 인적교류와 음악, 영화, 요리 등 다채로운 분야의 문화교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매달 바뀌는 여러 가지 행사에 대한 정보는 일본 문화원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직 가야할 길

아직도 일본의 교과서에서는 '임나 일본부설'이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의 해묵은 역사적, 사회적, 민족적 앙금을 풀기에는 가야할 길이 멀다. 무엇보다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 문화원은 한일 관계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민간외교의 차원에서 우리의 가깝고도 먼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원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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