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국어책이 세 권이다." 1989년 한 국민 학교 교실. 새로워진 국어 교과서(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받아 든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들이었다. 1989년 제 5차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초등학교 교과서 분책은 책의 두께와 크기에 있어 큰 변화를 시작했다. 그 당시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교과서 싸는 게 귀찮았어요. 그 땐 비닐 값도 비쌌거든요." 1989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이였던 김혜영(23. 중앙대 4)씨는 교과서 수가 늘어나 책 포장지 아까워하던 기억 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민수(19. 과기대 1)군은 교과서 분책의 장점을 강조했다. "쓰기 책은 교과서 크기가 커서 빈 공간에 문제를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5차(1988~1992) 교육과정은 4차 이후 7년 간 교과서가 개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정을 서둘러 명분이 뚜렷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에 따라 6차(1993~1999) 교육과정에서는 보다 발전된 교과서 개정이 이루어 졌다. 이때 교과서의 분책은 국어과에서 수학, 사회, 자연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갔고 한 학년 당 교과서의 권수도 늘어났다.

 가벼울 거라고? 천만의 말씀!

현재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과서 수는 학년별로 차이가 있지만 약 13-16권에 이른다. 읽기, 말하기·듣기·쓰기, 자연, 실험관찰, 영어, 사회, 사회과 탐구, 음악, 실과 등... 특히 실험관찰, 말하기 듣기 쓰기 책은 공책을 대신할 정도의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책은 과목 별로 다 필요해요." 황인영(12 . 무원 초등학교 6학년)양은 교과서 종류가 많아 잘 잃어버리고 무겁기도 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교과서 분책이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지적한다. 30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김만성씨(53. 갈산 초등학교 교사)는 현재 전문화된 교과서가 더 가르치기 편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학습능력도 향상하는 듯 합니다. 보다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는 교과서 안의 내용만으로 한정된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사에겐 아쉽고도 어려운 일이라며, 교과서의 세분화와 전문화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 교육부는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단색 일변도의 밋밋한 교과서에 다양한 색이나 원색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사진. 삽화의 선명도를 높이고 외국 교과서처럼 학교별. 학년별. 교과별 특성을 살려 다채로운 편집과 디자인 기법이 도입된다.

우선 크기가 4. 6 배 판으로 커지고 내용도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절차와 방법을 중시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교육부는 특히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성을 높여 준다는 새 교육 과정의 취지에 따라 내용 량도 30% 정도 줄이고 문장형식도 크게 고치기로 했다. 2004년까지 연차적으로 실시될 예정인 교과서 개혁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전화번호부와 쌍벽을 이뤘던 전과를 아십니까?

교과서와 함께 초등학교 교육에 필수 조건으로 군림하던 전과도 빼놓을 수 없다. 40여 년간 초등학교 학생들의 숙제를 돕는 친근한 친구이다. 전과에도 분책이 일어나기 시작한 6차 교육과정 시절에는 국어과 외에도 다른 과목에 까지 분책이 실시되고 있었다. 학원 가방을 꽉 채우던 두터운 전과는 3~4권으로 얇게 나뉘어 졌다. 휴대가 간편해진 전과는 몇몇 학생들 사이에서 분실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분책 된 전과는 각각 개별 구입이 불가능하여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두산 동아 출판부에서는 교과서 분책과 전과 분책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들은 전과의 특징 및 장점을 이렇게 내세우고 있다.

1. 쉽고 상세한 풀이로 교과서의 내용을 완전히 익힐 수 있도록 꾸민
   예습, 복습, 숙제 해결의 기본서
2. 교과서 집필진이 직접 집필하여 해설의 신뢰도가 높은 학습의 지침서
3.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수록한 열린 학습 보조 교재
4.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찾아보기 쉽고 짜임새 있게 구성
5. 공부하기 편하도록 분책
 

국어 책은 두 권, 사회는 세 권, 수학은 두 권...초등학생들의 책가방은 무겁기만 하다. 두께는 얇을 지 모르지만 책들의 표지 무게, 여러 권을 합하면 그 무게는 큰 책과 별 다를 바 없다. 내용도 꽉찬 무게도 가벼운 교과서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일까?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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