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의 서북병원 53병동으로 갔다. 전에는 폐결핵 전담병원이었지만 서울시가 코로나 19 전담 치료병원으로 지정했다.청구성심병원이 마련한 구급차를 타고 20분을 달려 ‘코로나 환자 내리는 곳’이라 적힌 곳에서 기다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방호복과 페이스 실드 차림의 간호사가 데리러 왔다. “안녕하세요! 장호림 환자 맞으시죠?”병실이 있는 5층으로 향했다. 미각과 후각이 없어진 상태라 병원의 알코올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병실은 3인 1실이었다. 가장 안쪽, 창가 자리로 배정받았다. 좁은 병실에서 그나마 밖을 내다볼 특권이
동네 병원에서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9월 24일 오전 10시 30분경이었다. 3시간 정도 지나자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몸이 추워졌다. 날씨가 꽤 따뜻했지만 전기장판을 켜고 누울 정도였다.백신 이상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37도의 미열에 오한만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 안내문에는 ‘열이 38~39도까지 오를 수 있고, 오한이 있을 수 있다’ ‘최소 3일간은 집에서 쉬고 이상 반응이 사라지는지 관찰해라’는 내용이 있다.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괜찮을듯해서 낮잠을 청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참을 수 없는 열
11월 1일 늦은 저녁,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대신야학을 찾았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작은 건물. 문 앞에 ‘대신야학 청년교육봉사단’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발걸음을 내딛자 알파벳을 따라 읽는 목소리가 들렸다. 교실 문 안쪽에는 열댓 개의 책걸상이 보였다. 잠시 쉬려고 나온 학생들이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대신야학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은 50~70대의 여성 주부다. 교사는 대부분 20대 청년 봉사단이다. 봉사단체에서 주관하는 수업이라 학생은 수업료를 내지 않고 교사도 급여를 받지 않는다.야학은 단
“네? 교원을 축소한다고요?” 서울교대 학생회장 김민정 씨(23)는 서울시교육청 면담에서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교육 환경 개선 논의를 위해 찾아갔는데 교원 선발인원을 축소한다는 대답을 들으면서다.교육청의 공식 발표 전에 이 사실을 알고 김 씨는 해당 소식을 알리기 위해 비대면 회의를 열었다. 학생 정원이 약 1600명인 학교에서 300명 이상이 모였다. 학생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고 분위기는 심각했다.오전 6시 30분이 되자 뚜뚜뚜~ 소리가 울렸다. 서울교대 민서희 씨(4학년)는 알람에 눈을 떴다. 그의 하루는 자취방에서 5분
경기 고양의 모당초등학교에서 김성은 교사를 만났다. 5월 14일 저녁이었다. “기사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보다는 그냥 제 하소연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그는 혁신학교인 모당초로 2016년에 옮겼다. 일반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했는데 전 학년, 전 교과에 걸쳐 교육과정을 혁신한다기에 흥미를 느겼다. 모당초는 2018년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전부터 교육과정을 재편하기 시작했다.혁신학교와 일반 학교의 차이는 교실 게시판의 주간학습 안내문에서 볼 수 있다. 사회와 미술, 과학과 국어 등 다양한 교과를 융합해서 수업을 한다. 학생이 발표하
“다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법원 직원이 말했다. 6월 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 5번 출입구 앞에 줄이 길었다.취재팀 앞에는 23명이 있었다. 박사방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보기 위해 모였다. 오후 1시 35분이었다. 직원은 남은 방청석을 파악하고 한 명씩 들여보냈다. 취재팀도 입장할 수 있었다.서울고법 대법정 417호에 방청객이 70명 이상 보였다.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인은 방청석에 앉았다. 박중광 변호사는 가방으로 자리를 맡고 재판 10분 전에 다시 들어왔다. 긴장된다고 했다.중요한 공판에는 수사 검사도 들어온
서울중앙지법 서관이 북적거렸다. 박사방 결심공판이 열린 5월 4일이다. 선고 전 마지막으로 열린 재판이었다.취재팀은 오후 2시 30분 서관에 도착했다. 1층 입구에서 2층을 올려다봤다. 난간을 따라 줄이 이어졌다. 5번 출구 앞,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으로 들어가는 입구다.기다리는 사람은 대부분 젊은 여성이었다. 재판 시간이 다가오자 “이러다 못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법원 직원은 오후 2시 50분에 “인원이 다 차서 더 이상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3월부
판사는 법정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분한 목소리로 재판을 진행한다. 텔레그램 ‘박사방’ 네 번째 항소심 재판은 달랐다. 문광섭 부장판사는 곤란해하고 호통을 치고 화를 억누르는 듯했다.4월 20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 재판의 핵심은 증인신문이었다. 지난 기일에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인(박중광 변호사)은 증거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추가 영장 없이 별건 수사를 했다는 이유였다.이시철 경장과 배성범 경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경장은 천동진의 초기 수사를 맡았다. 배 경감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다.문 부장판
문광섭 부장판사가 김호제 변호사를 불렀다. 3월 30일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였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조주빈의 변호를 맡았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김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았다.누군가가 방청석에서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았다. 카키색 점퍼를 입은 변호인이 대신 전달했다. “재판 시간을 착각해서 지금 출발했다고 합니다.” 문 부장판사는 30분 동안 휴정하겠다고 말했다.취재팀은 카키색 점퍼를 입은 변호인에게 갔다. 그는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를 맡은 박중광 변호사다. 천동진은 변호사가 두 번 바뀌었다. 박 변호사는 천동진의 세
피고인 조주빈 강종무 이지민 임영식 장진호 천동진 등 6명의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렸다. 3월 9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였다.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항소했다. 조주빈은 지난 1월 26일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형량이 무겁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주장의 근거와 재판 과정을 알아보려고 법원을 찾았다. 로비에 도착해 직원에게 417호가 어디냐고 물었다. “5-2번 출입구로 가세요.”대법정은 4층 복도 끝에 있었다. 417호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중대한 재판이 열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7년에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진태희 이슬아 전혜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물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는 해외입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애아동 입양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주제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사례를 취재하고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짜임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서울 종로의 장애아동 거주시설 ‘라파엘의집’에서는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진태희 이슬아 전혜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물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는 해외입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애아동 입양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주제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사례를 취재하고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짜임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진태희 이슬아 전혜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물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는 해외입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애아동 입양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주제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사례를 취재하고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짜임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열악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모든 무연고 장애아동이
강종무(도널드푸틴) 등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조주빈과 따로 재판을 받는다. 강훈(부따) 한지훈(김승민) 남경읍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각자 판결을 받았다. 이원호(이기야)는 군인이라서 군사재판을 받았다.검찰은 박사방 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속 기간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이다. N번방을 만든 문형욱(갓갓)과 공범 안승민(코태) 등은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강훈(부따)은 조주빈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됐다. 조주빈과 함께 피해자 18명을 협박한 혐의를 받았
박사방 항소심 3차 공판이 3월 30일 열렸다. 방청석에서 누군가가 전화하며 큰 소리를 냈다. “이러시면 어떡해요.” 피고인 조주빈의 아버지였다. 김호제 변호사가 재판에 오지 않아서다.조주빈의 아버지는 언론 보도를 ‘오류 반, 진실 반’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의 잘못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조주빈이 하지 않은 행위까지 보도됐다고 말했다.박사방과 n번방. 피고인과 범죄 목적이 다르다. 박사방은 조주빈(박사), n번방은 문형욱(갓갓)이 개설했다.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에서 1심 판결문을 찾아봤다. 열람할 수 없었다.
4월 11일 경기 부천시 파리바게뜨 역곡역남부점 앞은 쓰레기장 같았다. 종이상자와 쓰레기봉투, 플라스틱 컵이 성인 여성의 가슴 높이까지 쌓였다.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중년남성이 캔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깡통과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30분도 안 돼 중년여성이 같은 장소에 왔다.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더니 꽁초를 땅에 지져서 버렸다. 15분 동안 성인 남성 2명과 초등학생 1명이 쓰레기를 버렸다.하수구에는 담배꽁초와 껌 은박지, 비닐, 이쑤시개가 가득했다. 쓰레기는 하수도 관로(배수관)를 막았다. 도로 침수를 막기 위
서울 은평구 서숙자 씨(62)는 평소처럼 신사굿모닝마트에서 저녁 찬거리와 집 앞에 심을 고추 모종 한 봉지를 샀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마트 앞, 상신초등학교 입구 정류장에서 은평 10번 마을버스를 탔다. 5월 3일 오후 6시였다.버스를 타자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곳에서부터는 경사가 아주 심한 구간을 운행하오니 손잡이를 꼭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버스는 긴 오르막을 올랐다. 과속 방지턱을 두 번 지나 조금 경사가 완만해지나 했더니 다시 가팔라지기를 반복했다. 끝날만한데 끝나지 않는 오르막을 오르니 행운슈퍼 정류장이 나왔다. 서
안방에서 고성이 멈췄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외숙모와 말다툼을 했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계집애가 뭔 말 하는지도 모르겠어.”외숙모 부부에게는 아이가 2명 있었다. 한국말이 서툴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며 어머니는 못마땅해했다. 또 시누이를 어려워해야 하는데 위아래가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어머니는 화풀이하는 내내 손을 떨었다.두 사람이 화해하도록 외삼촌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면서 명절에 오지 않았다. 외숙모는 그때부터 기자의 가족과 연을 끊었다. 결혼한 지 8년이 되던 해
경기 안산시의 온누리M센터에서 미얀마인 망 씨를 만났다. 한국에서 20년 살았다. 그를 통해 미얀마인 7명과 대화했다. 6명은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지 않는다.“회사에서 사장님 등 이해가 안 갈 때가 많고 한국어를 못하니까 자신감이 떨어진대요.” 미얀마인의 고충을 망 씨가 통역했다.평소에 통역이 없다면 어떻게 소통하는지 물었다. “언어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배우고 싶은데 우리 다 근로자라 시간이 없어요. 나오라고 하면 가서 일해야 해요.” 안산시에서 외국인을 위해 한국어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참여할 수 없다.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서 한국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공원에 모여 대화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취재팀은 소수자가 된 느낌이었다. 원곡동의 한국인은 외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다문화 어울림공원으로 가다가 한국인 상인 부부를 만났다. 20년째 주말마다 원곡동에서 옷을 판다. 앞쪽 매대부터 천장까지 옷이 가득했다. 아이나 여자 옷은 거의 없었다. 손님은 주로 공단에서 일하는 남성 근로자다.부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 외국인이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5년 만에 외국인이 많아졌다고 했다. 원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