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와 가까운 종로구 창신동 인장거리.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곳. 널찍하고 새 건물인 공인중개사와 매대 물품을 놓고 파는 옆집에 비해 쑥 들어가 있다. 푸른 간판의 현인당 내부는 밖의 분위기와 달리 조용하다. 3평이 안 되는 공간. 보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컴퓨터와 녹슨 기계. 둘러보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낡은 나무 조각으로 만든 네모 모양의 고정대에 인장대가 박혀있다. 도장 파던 이는 안경을 슬쩍 내리곤 묻는다. “그래, 어디서 오셨다유?바늘 같은 펜을 흰색 물에 툭툭 찍어 납작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서대문 문화회관.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은 독립·예술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지난 9월 8일, 서대문 우리마을 소극장에서 열린 한스 카노사 감독의 상영회에 관객 20여명이 찾았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20대 청년들이었지만,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주민들도 영화를 보기 위해 참석했다. “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집이 가까워서 자주 찾고 있어요. 쉽게 보기 힘든 특별한 작품들을 무료로 상영해줘서 좋아요.” 얼마 전 서대문 문화회관 근처로 이사한 홍정아(42)씨의 말
서촌과 북촌에서는 파란 인력거를 종종 볼 수 있다. 파란 인력거를 끄는 라이더들은 손님들에게 골목골목을 소개하면서도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손을 올려 정답게 인사한다. 1870년 운행을 시작한 인력거는 자가용의 등장으로 1912년부터 점점 사라졌다. 사람들은 인력거를 실제로 본 적이 없을뿐더러 이용해본적도 없다. 하지만 오늘날 서촌과 북촌에서는 인력거가 하나의 문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력거라는 과거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이들은 ‘아띠라이더스클럽’이다. 아띠라이더스클럽을 소개합니다2014년 창조관광대
지난 5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이봉창 의사의 순국지가 쓰레기 더미에 방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비단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이미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우리 역사의 흔적들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잊히고 있다. 역사 안내판 설치는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서경덕 교수 연구팀을 주축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해외에서는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한글 간판 사업’, 국내에서는 ‘강제징용 안내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이 잘
도심에서 직접 ‘전기농사’를 짓는 이들이 있다. 이 에너지농부들은 아파트 베란다와 학교 옥상에 바둑판모양의 회색빛 전기 텃밭을 마련해 매일 전기를 수확한다. 전기소비자에서 전기생산자로 탈바꿈한 이들의 도구는 바로 ‘햇빛발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의 핵 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사용을 돌아보고 도심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렇게 모인 에너지농부들이 2012년 12월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저렴한 요금으로 마음껏 전기를 쓸 수 있는 세상인데
신상보호를 위해 익명을 요청한 24살 대학생 A씨는 얼마 전, 부인과 검진을 받기위해 집 근처 개인 산부인과를 찾았다. 여성에게 흔한 질병 중 하나라고 불리는 방광염은 A씨가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 자주 걸리는 병이었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며 쌓인 피로 탓에, 전과 비슷한 증상을 느낀 A씨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고, 28만원의 검사비를 지불했다. 대학생인 A씨에게 검사비는 너무 큰 금액이었지만 건강이 걱정돼 결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다가 1분도 채 안 되는 의사와의 만남에 이어 2만원이라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처방전을 받
‘Peace, my wish for the girl'연분홍색 티셔츠 가슴팍엔 하얀색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오른쪽 소매엔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의 모습이 조그맣게 새겨졌다. 파스텔톤에 심플한 디자인이 들어간 티셔츠는 유명 브랜드의 것 못지않게 세련돼 보인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사람들은 이 티셔츠를 입은 채 자신의 직장으로, 학교로 떠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가 아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수요시위’ 캠페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D3, 세 명의 여성 디
페이스북을 보던 중 눈길을 끄는 광고를 발견했다. “대학교재를 맡기면 수익금이 생기는, 신박한 대학교재 공유서비스!” 종강 후에는 펼쳐볼 일 거의 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책들을 맡기고 돈까지 벌 수 있다니.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서비스였다. 호기심에 ‘빌북’이라 쓰여 있는 파란색 아이콘을 눌러봤다. 지난해 8월 런칭한 스타트업 ‘플래니토리(Planetory)’의 페이지로 연결됐다.‘빌리다’와 ‘Book(책)’을 결합한 말인 빌북은 플래니토리의 ‘공유형 대학 교재 대여 서비스’다. 남는 공간을 빌려주는 ‘에어비앤비’처럼 노는
2개월 반만에 13만 부 판매. 이 정도면 출판 시장에선 이례적인 ‘대박’으로 평가된다. 초판 인쇄 물량이 2천 부를 넘지 못하는 요즘 같은 불황에는 더욱 그렇다. 높은 인기의 주인공은 지난 1월 15일 출간된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작년 12월 말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1940-50년대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아날로그적 감성과 독특한 마케팅 외에도 이 책이 독자들의 주목받은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영세한 1인 출판사의 책이기 때문이다. ‘소와다리’라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들은 ‘정년 등 안정성이 있는 곳’을 가장 취직하고 싶은 일자리로 꼽았다. 전년 동월에 대비해 농림어업숙련종사자나 관리자도 감소했다. 2015년 취업포털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100대기업 고용브랜드 조사’에서는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코레일’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대부분 청년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선호하는 가운데 시야를 돌려 농업에 관심을 쏟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슬
서울 영등포의 A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10층 건물에 객실 170 여개가 있다. 간판을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이 수건과 생필품을 투숙객에게 건네고 있었다. 여느 숙박업체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불법으로 숙박업을 운영하다 관할 구청에 적발돼 현재 고발당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11번가, G마켓 등의 인터넷 판매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받아 운영 중이다.유명 관광지인 동대문은 어떨까. 숙소를 구하려고 역 근처로 가보니 게스트하우스 홍보 전단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국어로 표기된 전단지에는 홈페이지 주
예전에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가서 우물을 파주던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었다. 생명수가 콸콸 터져 나오는 기적과도 같은 장면에서 현지 사람들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 프로그램은 종영했지만, 지금도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우물을 파주는’ 감동을 실현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그에게는 힘든 일을 거뜬히 해치워줄 든든한 인부들도, 감격의 순간을 화려하게 담아줄 카메라도, 노고를 알아주는 시청자들의 박수도 없다. 대신 그는 7명 남짓 되는 동료들과 조용하고도 꾸준하게 ‘제3세계의 기적’을 일궈나가고 있
지난 2013년 환경부와 13개의 커피전문점은 1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 텀블러와 같은 개인 컵을 소지한 고객에게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기로 한 것이다.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고객은 얼마나 될까.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구미성(23)씨는 “탐앤탐스와 스타벅스 정도만 텀블러 할인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정국(24)씨는 “할인이 되는지 몰랐다”며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커피전문점들은 개인 컵 소지시 음료가격을 할인해준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사진출처: 마리몬드 http://www.marymond.com/)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685-271. 오래된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하얀색 건물이 눈에 띈다. 큼지막한 유리창문 안으로 각자의 일에 열중하느라 바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하던 직원이 “대표님”이라고 부르자 사무실 안쪽에서 니트에 셔츠를 받쳐입은 단정한 모습의 남자가 나온다. Marymond(마리몬드) 윤홍조 대표(30)다.수지 폰 케이스 인기…..예상치 못해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
여기 생소한 직업이 하나 있다. 농촌기획자. 이름만으로는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구글에서 농촌기획자로 검색을 하면 오로지 한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박종범. 서른여섯 살이다. 그는 2013년 농사 펀드라는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 도시 소비자가 농부에게 직접 투자하고 배당은 농산물로 받는 방식이다.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대안이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것 말고도 농촌과 관련된 일을 이것저것 벌였다. 스스로를 농촌기획자라고 부르는 박종범 씨를 지난 달 14일 서울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파란색 바탕에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선택형 요금제가 없는 줄 알았어요.” LGU+를 이용하는 대학생 신혜진(26)씨는 지난 달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꾸려고 LGU+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쓸데없이 많이 나오는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월 기본료 52,000원짜리 정액 요금제를 사용하는 신 씨는 전화와 문자 제공량은 남고, 데이터는 모자랐다. 신 씨는 전화, 문자, 데이터 제공량을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각각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요금제로 바꾸려고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내일 체크카드 재발급 받으러 갔을 때 나보고 수수료 내라고 하면 진상고객님 될 거 같다” “수수료 천 원? 장난하나? 유출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체크카드 안 잃어버리게 조심하세요. 공돈 천 원이 날아간답니다.” “지하철에서 체크카드 또 잃어버림... 은행에 재발급 수수료로 바친 돈이 얼마지?” 우리은행과 농협이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를 받는 데 대해 사용자들이 인터넷 공간에 올린 불만들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체크카드 재발급 수수료’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런 불만의 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은행 체크카드를
최근 정부는 전통시장 부흥을 위해 SSM(Super SuperMarket) 규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SSM이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을 가리킨다. 이 정책은 전통시장과 영세슈퍼의 보호를 위해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 SSM 직영점 진출을 제한하고, 유통업체가 총 비용의 51% 이상을 투자한 SSM 가맹점을 규제한다. 또한 SSM은 심야시간대인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으며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는 의무휴업일로 지정돼 영업을 할 수 없다.그러나 SSM 규제 정책의 효과는 미미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해 쓰여진 기사로 2014년 1월 현재와 일부 내용 다를 수 있음포털사이트에 ‘팔찌 판매’를 검색하면 개인이 팔찌를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다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팔찌 뿐 아니라 각종 액세서리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들어 파는 블로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도매상이나 해외 등에서 물건을 대행해서 구매해주는, 일명 ‘사다드림’ 블로그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이런 블로그는 수제품을 시중가보다 싸게 살 수 있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