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최했다.행사 이름은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전국에서 보낸 신발 3000 켤레가 희생자를 상징했다. 한 뼘도 안 되는 어린이 신발 위의 국화가 눈길을 끌었다.기자회견은 오전 10시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가족, 친지의 신발 50켤레를 모아 기증한 고교생 진영인 양(18)은 “어린 나이에 끔찍한 환경에
“오빠가 너무 심하게 때리니까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저를 방관한 게 너무 상처였죠. 학대가 점점 심해지니 이대로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예은 씨(25)는 9년 전 집을 나왔다. 당시 16살이었다. 가정폭력이 원인이었다. 부모가 이혼하고 오빠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김 씨에게 훈계하며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다.집을 떠나 혼자 자취하기로 어머니와 합의하고 모든 경제적 책임은 김 씨의 몫이었다. 평일에는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했다.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으나 누구도
박예현 씨(28)는 인스타그램으로 소아 작업치료의 내용을 공유한다. 자신의 업무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새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4000명 이상이 소아작업 치료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소아작업치료사는 발달 지연이나 자폐, 지적 장애를 겪는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놀이나 운동 등 재활 치료를 돕는 직업이다. 하루 5~6시간을 쉴 틈 없이 일하기에 힘들 때가 많지만 아이들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9년차 김도진 씨는 성인 치료로 작업치료사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밝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며
서울 강동구는 둔촌2동 614-3 앞 계단을 8월에 고쳤다. 상업지역이나 유흥지역이 아니고 개발제한구역 인근 주택가라 조용했다.계단 앞에서 7~8년 동안 행상을 했다는 유희길 씨(61)는 주말과 평일 모두 오가는 발길이 아주 적다고 했다. “계단이 가팔라 행인이 차도로 다니지, 계단으로 다니지 않는다. 공사를 잘못했다.”동네 주민(60대 남성)은 다중 인파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서울시 특별조정교부금으로 계단을 고쳤다는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이태원(참사)하고는 전혀 관계가 안되지(없지). 여기 사람이 보여? 안보이지. 여기(이 주
대한적십자사에서 10월 5일 문자가 왔다. 추석 연휴로 인해 혈소판이 부족하다며 5일부터 9일까지 혈소판을 헌혈하면 커피교환권을 준다고 했다.혈액 수급 어려움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헌혈 가능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발표한 ‘2022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헌혈 가능 인구 대비 헌혈률은 2016년 7.3%, 2019년 7.08%, 2022년 6.8%로 감소추세.헌혈이 가능한 나이는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이다. 헌혈에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누가 헌혈하는지 궁금해서 10월 6일 오전 9
시민 7만여 명이 10월 15일 서울 잠수교 일원에서 ‘2023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즐겼다. 이들은 2026년 전면 보행화 예정인 잠수교와 반포한강공원 일대를 거닐며 놀거리와 먹거리를 즐겼다.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푸드트럭 10대가 있었는데, 여기서 파는 모든 식음료는 일회용기가 아니라 다회용기에 담았다.다회용기는 겉으로 보기엔 일회용기와 비슷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시민들은 일회용기와 다름없이 편리하다며 다회용기에 긍정적인 반
일본 도쿄전력이 10월 5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2차로 방류하자 현지에선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에게 자국 발표를 믿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변국 우려와 달리 일본에선 정부를 신뢰하는 분위기다.여행으로 서울 중구 명동을 들른 주부 나카자키 씨(48)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물질을 철저히 걸러내 바다에 흘려보낼 것이다. 안전하다는 일본의 발표를 굳게 믿는다”라고 말했다.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아이치현의 회사원 마츠다 씨(36) 역시 일본이 과학적
일본 도쿄전력은 8월 24일~9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7800t을 1차 방류했다. 10월 5일 시작한 2차 방류는 22일까지 계속된다. 국내 수산시장 분위기는 어떨까.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9월 23일 ‘노량진 수산시장 수산대축제’를 개최했다. 오염수에 대한 불안함이 커지던 때였다.시민들은 축제를 즐겼다. 현장에서는 ‘나도 수산물 경매사’, ‘맨손 활어잡기’, ‘수산시장 스탬프투어’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있었다. 특히 맨손 활어잡기는 예약이 일찍 끝날 정도로 인기였다.아들과 함께 맨손활어잡기에 참여한 이인섭 씨(50)
“지금 한국어 능력 기준을 가지고는 한국에서 유학 생활하기 어려워요. 한국어 기준만 믿고 들어왔다가 사실상 방치되는 거죠.” 유학생 관리 회사 영업팀의 히가와 유우카 씨(26)는 교육부가 발표한 유학생 한국어 기준 완화 정책을 우려했다.교육부는 지역 소멸 위기 해소와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8월 16일 발표했다.외국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2배 가까이 늘리기 위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손보기로 했다. 유학생에게 요구되는 요건을 완화하는 게
지하철 1호선 서울역 근처 만리동이 가까워지니까 고소한 참기름과 버터 향 가득한 빵 냄새가 났다. 노인과 노숙자 등 100여 명이 보였다.기자가 10월 5일 오후 4시 찾아간 곳은 무료 급식소 ‘참좋은친구들’의 옛 건물 앞. 추석 연휴가 끝나고 무료 급식을 9일 만에 재개했다. 배식 시간(오후 5시)이 되자 노인과 노숙자가 따뜻한 도시락을 차례로 받아서 주변 바닥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혼자 밥 챙겨 먹기 힘든데 다리 성할 때 이런 데 와서라도 먹어야지.” (85세 노인)“가족은 나 여기 오는 거 몰라. 자식들한테 부담 주기 싫어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 11일)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투표율 48.7%로 전체 유권자 50만 603명 중 24만 3664명이 투표했다.당선자 윤곽은 개표를 시작하고 3시간 만인 오후 11시 반부터 드러났다. 최종 개표 결과 진 후보가 약 17% 차이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크게 이겼다. 진 후보는 오후 11시 40분경 승리 소감을 발표했고, 김 후보는 승복을 선언했다.선거 다음날인 10월 12일 오전, 진교훈 당선자 선거사무소에는 승리의 여운이 남았다. 새벽까지 축하 인파로 들썩였는데, ‘강서
“김세연(가명)”“응.”“박철수(가명)”“왜.”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순간은 수업 이후까지 계속됐다.“진해! 내가 이해한 게 정확한지 모르겠어서.”“어~ 아마 정확하지 않을 거야. 말해봐.”여기서 ‘진해’는 교수, ‘진해’를 부르는 자는 학생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4시 30분, 경희대 청운관 620호 강의실에선 교수에게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진다. 경희대 수업의 교수와 학생은 농담도 반말도 주고받는 관계다. 고작 2번의 수업을 청강했음에도 수업 형식의 독특함이
'좋은 지면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백수라 시간이 아주 불규칙해요(웃음). 기자님이 원하시는 날짜를 두세 개 주시면 맞춰보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흔쾌한 인터뷰 허락이었다. 출판사(북드라망)를 통해 섭외 시도를 했지만, 몇 주 째 묵묵부답. 수소문하여 알아낸 작가 이메일로 연락하니 곧장 답이 왔다. 첫 인터뷰이(interviewee)가 그녀라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답했다. 2023년 10월 2일.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추석 연휴. 대중지성과 시민대학의 혁명을 이끈 고전 평론가 고
“이력서를 보면 성공한 것만 적혀 있잖아요. 사실 그걸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건데요.”더 많은 것을 탐하고, 더 높은 곳을 선망하는 성공 지상주의 시대. 화려한 ‘성공’보다 모두가 외면하고픈 쓰디쓴 ‘실패’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목표를 이루기까지 쓰러지고, 부서지고, 무너졌던 나와 당신의 실패담을 찾아 듣는 기자, 바로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다.김지은 기자는 올해 2월부터 한국일보 인터뷰 시리즈 를 연재하고 있다.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는 지금까지 배우 김혜수, 피겨 국가대표 차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월 6일, 주민이 원하는 화곡동 재건축·재개발 추진(민주당 진교훈 후보) 힘 있는 구청장이 화곡을 바꾼다(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친윤도, 친명도 아닌 오직 민주편!(정의당권수정 후보). 거리마다 현수막이 걸렸다.국민의힘은 한 번 선택받았던 후보임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9년 강서 사람임을 내세웠다. 정의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제3정당은 양당 정치에 싫증이 난다면 무관심이 아닌 차선책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오후 4시 서울 강서구 등촌7단지 아파트 상가 앞. 민주당 진교훈 후보 지지자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쳤다. 서울 강서구에서는 실제 투표한 약 39만 표에서 이 후보가 8490표 많았다.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 11일)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추석 연휴 이틀 전인 9월 26일, 취재팀은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에 갔다. 화곡동은 강서구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이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에도 시장 거리에 활기가 돌았다.20대 후반의 이슬기 씨를 시장 입구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나라 정부도 IAEA 판단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경희대 정재학 교수(원자력공학과)는 해양 방류보다 방사성 핵종 수증기 방출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 교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20년 근무했고,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기자는 정 교수를 8월 12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수증기 방출 방식이 이미 미국에서 원전 사고 후 오염수를 처리한
피고인이 형사재판에서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에 혼자 참석하는 이른바 ‘나홀로 소송’이다. 9월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기자가 방청한 형사재판 13건 중 6건은 변호인 없이 피고인만 참석했다.오전 10시 열린 재판의 피고인은 50대 무직 남성이었다. 2022년 6월 15일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차 키를 20분 동안 돌려주지 않아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관 복부를 1회 때리기도 했다.그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형사8단독 이우정 판사는 피고인에게 비슷한 사건 중에서 차 키를 뽑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
“정말 작은 동물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특이할 수 있지만, 저와는 많은 교감을 나눴고 제가 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주고 갔어요.”안효정(39)씨는 지난달 반려 고슴도치 뽀순이(5)와 이별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펫포레스트’ 에서 장례를 결정하자 부고장이 나왔다. 가족들에게만 공유했는데 친동생이 보낸 부조금 5만원은 장례비용 30만원에서 차감됐다.추모식에선 종교에 맞춰 십자가와 천사를 놓고, 향을 피웠다. 밥그릇과 엄지손톱만 한 베개도 놓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화장하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적은 유골 조금이라도 더 남
이태원 참사가 10월 29일로 1주기를 맞는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4대 종단(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은 서울 중구의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이후 올 8월부터 격주로 화요일마다 추모 촛불 문화제와 기도회를 열었다.9월 12일 오후 7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선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문화제가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8월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고 처음이었다.문화제에는 약 50명이 참석했다. 한국진보연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