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보육·교육 업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같은 달 15일 결의대회를 열고 이를 비판했다.교육부는 올해 안에 늘봄학교를 전국에 도입하겠다고 1월 24일 발표했다. 전교조는 같은 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총선을 앞두고 전교조가 이렇게 교육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됐다. 조합원은 4만 명 정도.전교조는 1월 2일부터 1월 12일까지 패들렛(여러 명이 메모를 공유하는 웹사이트)으로 조합원에게 총선
“저출생이 문제라고 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부터 책임져야죠. 지금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세상이에요.”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손민희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활동가(41)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칸나희망서포터즈 사무국장.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을 돕는 단체다. 피켓에는 ‘아동 살리는 민생법안 양육비 이행법 개정하라’는 문구가 보였다.국회 앞에 모인 양해연 회원은 3명. 시위는 1월 23일 시작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한부모 가정의 부
파타고니아에 바람이 분다. 강풍이 불 때는 몸을 낮추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파타고니아의 건물은 땅바닥까지 바짝 엎드렸다.지난 한 해 견뎌내기 힘든 강풍과 마주했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위기야 항시 오기 마련인가. 지나가는 바람의 의미를 어떻게 깨달을까.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에는 바람이 사시사철 분다. 지구상에서 제일 센 강풍이란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여름에 해당하는 1월과 2월에는 잠잠할 때도 있다. 관광객이 찾는 시기다.이 초원의 지평선 너머에 타워의 삼각봉이 송곳니를 뒤집은 모양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의 차별을 예방·철폐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최초 시안은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이었고, 법무부가 같은 해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정부와 국회의 지지부진한 태도를 비판하며 시민사회 목소리를 모았다. 2007년 ‘반차별공동행동’으로 시작해 2011년 차제연으로 이름을 바꾸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촉구했다.차제연에는 167개 단체(2023년 8월 기준)가 함께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
행정안전부 인구통계를 보면 총선에서 투표권이 있는 18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4425만 5283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977만 5810명(약 22%). 유권자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노인 유권자의 향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이에 따라 정치권이 노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대한노인회와 ‘어르신 정책 간담회’를 1월 열었다. 노인 의견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노인을 겨냥해 ‘실버 정책’을 내놨다.대한노인회는 노인의 권익과 복지를 늘
“이번 총선에서 여성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고 여성들이 가시화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의 양이현경 공동대표는 1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어퍼’ 설립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이 퇴행하고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이라는 용어 자체가 삭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여연은 제22대 국회에 여성 유권자 목소리를 반영하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퍼를 기획했다. 어퍼는 성차별 사회를 뒤집어 ‘엎어’라는 뜻과 영어 ‘Upper’로 모두의 평등한 삶의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 출범식이 1월 3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의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렸다. 전국 17개 연대기구와 7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낙선운동과 정책 제안 등 공동행동을 예고했다.슬로건은 기억, 약속, 심판. 반개혁 입법에 나서거나 부도덕한 정치인을 ‘기억’하고, 22대 국회에서 추진할 정책을 ‘약속’시키며, 낙선운동 등으로 부적격 후보를 ‘심판’한다는 뜻이다.활동가 40여 명은 “위기와 혐오를 넘어 희망의 정치로”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을 통해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의 자성을
삶은 여행이다. 여행은 또한 삶의 연속이다. 트래블 저널리스트가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공준(公準·postulate)이다. 일상적 비즈니스와 여행을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히 해외여행은 일반인의 삶과 연결될 때 더욱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괴테도 일상에 지쳤을 때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 나폴리로 여행을 떠나 작가로서 영감을 다시 얻게 되는 을 저술했다. 그리고 “여행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서 간다”는 명언을 남긴다.엔데믹이 되면서 해외여행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달러 강세와 세계 곳곳
경기 수원에서 친모가 영아 2명을 살해하고 냉동고에 은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지난해 6월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 나섰다.미등록 아동은 ‘그림자 아기’ 또는 ‘유령 아동’이라 불린다. 병원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영유아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변화를 겪은 곳이 있다. 베이비박스.국내에 2곳이 있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가 그중 하나를 운영한다. 여기에 가려면 교회와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오르막길을 5분 이상 올라야 한다.주사랑공동체교회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1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10명과 활동가 4명이 피켓을 들었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첫 공식 활동.탈시설장애인당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만든 ‘가짜 정당’이다. 총선에서 장애인 정책을 정치권에 요구하기 위해 출범했다. 캠페인성 정당이라 ‘정당(政黨)’이 아니라 ‘정당(正當)’이라고 쓴다. 장애인의 정당(正當)한 권리를 실현한다는 뜻을 담았다.당원 박현 씨(48)는 “정당이 쉽게 위성정당을 만드는 걸 보고 우리도 정당 만들어서 캠페인처럼 활동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에서
총선정책제안기독시민운동연대에는 기독교 시민단체 7곳이 참여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명문화 라이프호프,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희년함께이다. 기독교적 가치와 공공선이라는 지향점을 공유한다.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사무국장은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고, 약자를 돌보고 불평등을 해소하는는, 소위 말하는 공공선에 기반한 선거 또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교회가 역할을 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라고 말했다.이런 움직임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했다. “정책이 너무 중요한데 잘
“제대로 반영이 안 됐으니까 이런 시민운동이 계속 있는 거 아니겠어요? 국민 눈높이가 높아지고 21대 국회는 정쟁이 너무 심하고, 패거리 정치가 심하다 보니까 그런 공론(총선 관련 시민운동)이 유권자한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1월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김송원 조직위원장이 자격미달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이에 앞서 1월 17일 경실련은 현역 의원을 자체 검증해 ‘공천 배제’와 ‘철저한 검증’를 요구할
“보세요, 누가 암경험자고 누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나요?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회복해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어요.”서울 중랑구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홍유진 캔프협동조합(캔프·Can.F)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자리에 앉은 기자에게 그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캔프를 만든 암경험자 8명과 가족의 모습이었다. 국내 암유병자는 약 247만 명. 그중 72.1%가 암에 걸리고 5년 이상 생존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의 수치다. 국가암등록통계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습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이 2023년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는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천 조건으로 내걸었다.다음 날인 12월 27일,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정자 14명이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밝히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동 선언했다. 이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이들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고 (언제든 제가) 원할 때 할 수 있어서 관심이 갔어요. 혼자 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같고요.”1월 3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청소연구소’ 상설 교육장. 50, 60대 수강생 사이로 젊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연극 강사인 31살 박주현 씨. 방학 기간에 부업으로 청소일을 하려고 이곳을 찾았다. 유튜브에서 업체 후기를 보고 왔다.필수 사전교육을 받고 하루 최대 4시간, 주 3~4회 일할 계획을 세웠다. 박 씨는 “(청소에 대해) 이질감은 크게 없다. 요즘은
“기르던 강아지가 죽고 마음이 헛헛해서 경마장에 오기 시작했어. 그게 벌써 4년이나 됐네.”송이남 씨(73)는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경마장(과천 경마장)을 찾는다. 의지하던 강아지 뽀삐가 노환으로 죽은 뒤, 경마장이 유일한 낙(樂)이다.그는 ‘늙은 사람들’이나 경마장에 취미를 들인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사행산업인 경마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2023년 12월 23일 과천 경마장을 갔다.이용객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휴대전화로 말 경기 이력을 검색하면서 마권 구매표에 컴퓨터 사인펜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주민들이 커피를 손에 쥐고 이야기하고 반려견과 공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주민 이순영 씨(62)는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갈 만한 공원도 없는데, 다 부수면 폐허처럼 동네만 무서워질까 걱정이야.”플래카드에는 ‘혁신파크의 새로운 변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라!’, ‘상업 개발 반대! 공공의 공간으로 유지하라!’라는 문구가 보였다.혁신파크는 총면적 11만㎡. 광장과 운동기구가 있는 공원, 그리고 건물 14동과 카페가 있다.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과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만든 복합
“한 움큼씩 싣고 와요. 아기 자동차 같은 거나 자전거로 싣고 오기도 하고…. 빈 수거기를 찾아서 멀리서도 오던걸?”12월 5일 낮 12시 5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13호점 ‘노량진 폭탄밥’을 운영하는 하애경 씨(59)가 4500원짜리 컵밥 재료를 뒤적이며 말했다.하 씨가 말한 수거기는 재활용품 무인 회수기 ‘네프론’이다. 빈 음료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하나당 10포인트를 받는다. 1포인트는 현금 1원으로, 2000포인트를 넘기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재활용품은 업체가 수거해 재생 소재로 바꾸는데 활용한다.이렇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연말마다 ‘볼 드롭(ball drop)’ 행사가 열린다. 타임스퀘어에만 5만 명 넘게 몰린다. 그런데도 대형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뉴욕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군중 이동과 출입을 조절하기 때문이다.홍콩은 1993년 란콰이퐁 거리에서 21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고 해마다 핼러윈 축제가 다가오면 인파 통제에 나선다. 일부 도로를 폐쇄하고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비상로를 확보한다.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택한 건 하드웨어 정비였다. 지난해 12월 25개 자치구에 다중인파 밀집 사고를 막는다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구는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겠다며 인파 시뮬레이션을 했다. 다중인파 밀집지역 안전사고를 예방하라며 서울시가 보낸 특별조정교부금 13억2700만 원이 들어갔다.인파 시뮬레이션은 지형 특성과 보행량을 고려해 위험 구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다. 어디가 압사 등 사고 위험이 많은지 특정할 수 있고, 어떤 예방 조치가 필요한지도 알 수 있다.그런데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이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확인했더니 인파 시뮬레이션 용역이 끝나기 전에 도로나 도로시설물 정비 등 보행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한 곳이 7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