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 여행은 또한 삶의 연속이다. 트래블 저널리스트가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공준(公準·postulate)이다. 일상적 비즈니스와 여행을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별히 해외여행은 일반인의 삶과 연결될 때 더욱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괴테도 일상에 지쳤을 때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 나폴리로 여행을 떠나 작가로서 영감을 다시 얻게 되는 을 저술했다. 그리고 “여행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서 간다”는 명언을 남긴다.엔데믹이 되면서 해외여행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달러 강세와 세계 곳곳
경기 수원에서 친모가 영아 2명을 살해하고 냉동고에 은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지난해 6월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 나섰다.미등록 아동은 ‘그림자 아기’ 또는 ‘유령 아동’이라 불린다. 병원 출산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영유아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변화를 겪은 곳이 있다. 베이비박스.국내에 2곳이 있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가 그중 하나를 운영한다. 여기에 가려면 교회와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오르막길을 5분 이상 올라야 한다.주사랑공동체교회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
1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10명과 활동가 4명이 피켓을 들었다. 탈시설장애인당의 첫 공식 활동.탈시설장애인당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만든 ‘가짜 정당’이다. 총선에서 장애인 정책을 정치권에 요구하기 위해 출범했다. 캠페인성 정당이라 ‘정당(政黨)’이 아니라 ‘정당(正當)’이라고 쓴다. 장애인의 정당(正當)한 권리를 실현한다는 뜻을 담았다.당원 박현 씨(48)는 “정당이 쉽게 위성정당을 만드는 걸 보고 우리도 정당 만들어서 캠페인처럼 활동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에서
총선정책제안기독시민운동연대에는 기독교 시민단체 7곳이 참여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명문화 라이프호프,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희년함께이다. 기독교적 가치와 공공선이라는 지향점을 공유한다.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사무국장은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고, 약자를 돌보고 불평등을 해소하는는, 소위 말하는 공공선에 기반한 선거 또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교회가 역할을 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라고 말했다.이런 움직임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했다. “정책이 너무 중요한데 잘
“제대로 반영이 안 됐으니까 이런 시민운동이 계속 있는 거 아니겠어요? 국민 눈높이가 높아지고 21대 국회는 정쟁이 너무 심하고, 패거리 정치가 심하다 보니까 그런 공론(총선 관련 시민운동)이 유권자한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1월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김송원 조직위원장이 자격미달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이에 앞서 1월 17일 경실련은 현역 의원을 자체 검증해 ‘공천 배제’와 ‘철저한 검증’를 요구할
“보세요, 누가 암경험자고 누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나요?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회복해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어요.”서울 중랑구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홍유진 캔프협동조합(캔프·Can.F) 이사장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자리에 앉은 기자에게 그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캔프를 만든 암경험자 8명과 가족의 모습이었다. 국내 암유병자는 약 247만 명. 그중 72.1%가 암에 걸리고 5년 이상 생존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의 수치다. 국가암등록통계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습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이 2023년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는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천 조건으로 내걸었다.다음 날인 12월 27일,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정자 14명이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밝히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동 선언했다. 이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이들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일하는 시간이 자유롭고 (언제든 제가) 원할 때 할 수 있어서 관심이 갔어요. 혼자 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같고요.”1월 3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청소연구소’ 상설 교육장. 50, 60대 수강생 사이로 젊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연극 강사인 31살 박주현 씨. 방학 기간에 부업으로 청소일을 하려고 이곳을 찾았다. 유튜브에서 업체 후기를 보고 왔다.필수 사전교육을 받고 하루 최대 4시간, 주 3~4회 일할 계획을 세웠다. 박 씨는 “(청소에 대해) 이질감은 크게 없다. 요즘은
“기르던 강아지가 죽고 마음이 헛헛해서 경마장에 오기 시작했어. 그게 벌써 4년이나 됐네.”송이남 씨(73)는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경마장(과천 경마장)을 찾는다. 의지하던 강아지 뽀삐가 노환으로 죽은 뒤, 경마장이 유일한 낙(樂)이다.그는 ‘늙은 사람들’이나 경마장에 취미를 들인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사행산업인 경마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2023년 12월 23일 과천 경마장을 갔다.이용객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휴대전화로 말 경기 이력을 검색하면서 마권 구매표에 컴퓨터 사인펜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주민들이 커피를 손에 쥐고 이야기하고 반려견과 공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주민 이순영 씨(62)는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갈 만한 공원도 없는데, 다 부수면 폐허처럼 동네만 무서워질까 걱정이야.”플래카드에는 ‘혁신파크의 새로운 변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라!’, ‘상업 개발 반대! 공공의 공간으로 유지하라!’라는 문구가 보였다.혁신파크는 총면적 11만㎡. 광장과 운동기구가 있는 공원, 그리고 건물 14동과 카페가 있다.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과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만든 복합
“한 움큼씩 싣고 와요. 아기 자동차 같은 거나 자전거로 싣고 오기도 하고…. 빈 수거기를 찾아서 멀리서도 오던걸?”12월 5일 낮 12시 5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13호점 ‘노량진 폭탄밥’을 운영하는 하애경 씨(59)가 4500원짜리 컵밥 재료를 뒤적이며 말했다.하 씨가 말한 수거기는 재활용품 무인 회수기 ‘네프론’이다. 빈 음료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하나당 10포인트를 받는다. 1포인트는 현금 1원으로, 2000포인트를 넘기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재활용품은 업체가 수거해 재생 소재로 바꾸는데 활용한다.이렇게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연말마다 ‘볼 드롭(ball drop)’ 행사가 열린다. 타임스퀘어에만 5만 명 넘게 몰린다. 그런데도 대형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뉴욕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군중 이동과 출입을 조절하기 때문이다.홍콩은 1993년 란콰이퐁 거리에서 21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고 해마다 핼러윈 축제가 다가오면 인파 통제에 나선다. 일부 도로를 폐쇄하고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비상로를 확보한다.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택한 건 하드웨어 정비였다. 지난해 12월 25개 자치구에 다중인파 밀집 사고를 막는다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구는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겠다며 인파 시뮬레이션을 했다. 다중인파 밀집지역 안전사고를 예방하라며 서울시가 보낸 특별조정교부금 13억2700만 원이 들어갔다.인파 시뮬레이션은 지형 특성과 보행량을 고려해 위험 구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다. 어디가 압사 등 사고 위험이 많은지 특정할 수 있고, 어떤 예방 조치가 필요한지도 알 수 있다.그런데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이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확인했더니 인파 시뮬레이션 용역이 끝나기 전에 도로나 도로시설물 정비 등 보행환경개선사업을 마무리한 곳이 7개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최했다.행사 이름은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전국에서 보낸 신발 3000 켤레가 희생자를 상징했다. 한 뼘도 안 되는 어린이 신발 위의 국화가 눈길을 끌었다.기자회견은 오전 10시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가족, 친지의 신발 50켤레를 모아 기증한 고교생 진영인 양(18)은 “어린 나이에 끔찍한 환경에
“오빠가 너무 심하게 때리니까 거실에 있는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저를 방관한 게 너무 상처였죠. 학대가 점점 심해지니 이대로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예은 씨(25)는 9년 전 집을 나왔다. 당시 16살이었다. 가정폭력이 원인이었다. 부모가 이혼하고 오빠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김 씨에게 훈계하며 폭력과 폭언을 행사했다.집을 떠나 혼자 자취하기로 어머니와 합의하고 모든 경제적 책임은 김 씨의 몫이었다. 평일에는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했다.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으나 누구도
박예현 씨(28)는 인스타그램으로 소아 작업치료의 내용을 공유한다. 자신의 업무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새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4000명 이상이 소아작업 치료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소아작업치료사는 발달 지연이나 자폐, 지적 장애를 겪는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놀이나 운동 등 재활 치료를 돕는 직업이다. 하루 5~6시간을 쉴 틈 없이 일하기에 힘들 때가 많지만 아이들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9년차 김도진 씨는 성인 치료로 작업치료사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밝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며
서울 강동구는 둔촌2동 614-3 앞 계단을 8월에 고쳤다. 상업지역이나 유흥지역이 아니고 개발제한구역 인근 주택가라 조용했다.계단 앞에서 7~8년 동안 행상을 했다는 유희길 씨(61)는 주말과 평일 모두 오가는 발길이 아주 적다고 했다. “계단이 가팔라 행인이 차도로 다니지, 계단으로 다니지 않는다. 공사를 잘못했다.”동네 주민(60대 남성)은 다중 인파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서울시 특별조정교부금으로 계단을 고쳤다는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이태원(참사)하고는 전혀 관계가 안되지(없지). 여기 사람이 보여? 안보이지. 여기(이 주
대한적십자사에서 10월 5일 문자가 왔다. 추석 연휴로 인해 혈소판이 부족하다며 5일부터 9일까지 혈소판을 헌혈하면 커피교환권을 준다고 했다.혈액 수급 어려움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헌혈 가능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발표한 ‘2022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헌혈 가능 인구 대비 헌혈률은 2016년 7.3%, 2019년 7.08%, 2022년 6.8%로 감소추세.헌혈이 가능한 나이는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이다. 헌혈에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누가 헌혈하는지 궁금해서 10월 6일 오전 9
시민 7만여 명이 10월 15일 서울 잠수교 일원에서 ‘2023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즐겼다. 이들은 2026년 전면 보행화 예정인 잠수교와 반포한강공원 일대를 거닐며 놀거리와 먹거리를 즐겼다.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는 푸드트럭 10대가 있었는데, 여기서 파는 모든 식음료는 일회용기가 아니라 다회용기에 담았다.다회용기는 겉으로 보기엔 일회용기와 비슷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시민들은 일회용기와 다름없이 편리하다며 다회용기에 긍정적인 반
일본 도쿄전력이 10월 5일 후쿠시마 오염수를 2차로 방류하자 현지에선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에게 자국 발표를 믿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변국 우려와 달리 일본에선 정부를 신뢰하는 분위기다.여행으로 서울 중구 명동을 들른 주부 나카자키 씨(48)는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물질을 철저히 걸러내 바다에 흘려보낼 것이다. 안전하다는 일본의 발표를 굳게 믿는다”라고 말했다.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아이치현의 회사원 마츠다 씨(36) 역시 일본이 과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