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서 지옥이 펼쳐졌다. 무수히 많은 성착취 영상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제조·유포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자였다. 현장은 섬뜩했다. 누군가는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은 대학생 탐사취재팀인 ‘추적단 불꽃(불꽃)’과 함께 9개월간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을 취재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3월 9일부터 ‘n번방 추적기’ 시리즈를 5일 연속 보도했다.한국기자상 시상식 하루 전인 2월 18일, 국민일보 건물의 카페에서 박민지 기자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수상’이 아니라 ‘연대’를 강조했다.불꽃이
편집국 전화기가 울렸다. 작년 10월, 택배 업계 관계자의 제보 전화였다. “지인이 이틀 전에 일을 하다가 죽었다.” 제보자는 “배송 중에 호흡 곤란을 호소하자 대리점 사장이 직접 만나러 갔다가 물 먹으면 괜찮아진다며 그냥 보냈다”고 설명했다.택배기사는 응급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결국 숨졌다.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의 김원종 씨 이야기다.취재팀장을 맡았던 박준우 JTBC 기자는 “전에도 과로사 문제가 자주 제기됐지만 일하는 도중에 숨진 케이스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과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 기획을 이렇게 평가했다.시작은 작은 물음이었다. 부동산 시세는 왜 잡히지 않고 특히 청년에게 점점 더 멀어지는가. 생활공간의 의미를 넘어 사회‧경제 계층을 보여주는 지표. 취재팀은 부동산을 해부하기로 했다. 부동산은 계급이라는 명제를 데이터로 증명하고자 했다.김동현 세종팀장의 아이디어로 처음에는 부동산 등기등본만 떼려고 했다. 회의를 하며 기획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경제부 전체(김동현
기자는 늘 묻는다. 질문하며 권력을 감시한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 힘든 기관이 있다. 검찰과 법무부다.“절차대로 했다. 하지만 그 절차는 비공개라 알려드릴 수 없다.” 검찰은 수사의 밀행성을, 법무부는 업무의 현저한 지장을 이유로 규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비공개 내규는 감시 역할을 어렵게 했다.경향신문이 취재를 시작했다. 윤지원 기자가 검찰, 허진무 기자가 법무부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 내규 48개, 법무부 내규 16개를 공개했다.검찰 내규에서 4개는 전문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비공개 내규 전
전북 부안의 A 씨는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노모를 보고 놀랐다. 엉치뼈 쪽에 주먹만 한 욕창이 생겨서다. 뼈가 보일 정도였다. 코로나 19로 면회가 금지된 두 달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요양병원은 노모가 숨지기 하루 전에야 연락했다.피해를 제보한 건 A 씨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하루에 수백 통씩 들어오는 전화 중 요양병원 사례가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면서 제보가 늘었다. 홍혜림 기자는 “(취재에 응할) 제보자를 찾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요양병원의 집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오전에 형제가 사는 빌라를 방문했다. 시커멓게 탄 집기 위에 아이들이 신었을 장화와 흰 실내화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와 살던 형제는 평소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릴 시간이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아이들을 돌보던 ‘최후의 보루’인 학교조차 문을 닫으면서 제도권에서 돌봄 사각지대를 놓쳐버린 사회적 참사라는 게 명확해졌다.”경인일보 사회부 공승배·박현주 기자와 사진부 조재현 기자는 인천 초등생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을 작년 9월 단독으로 보도했다.취재팀은 형제가 방치됐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어진 취재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보도를 하고 싶다. 지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작년에 (광주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면서 그 고민을 하게 됐다.”KBS광주 탐사팀의 김효신 기자는 기획배경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농업과 경제 등 여러 분야를 교차해 얕은 보도를 하면서 피로를 느꼈다. 해답까지 이끄는 보도를 위해 농업 분야에만 집중하는 1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농가에서 쪽파를 직접 출하하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과 광주 도매시장에서 한 달 넘게 살았다. 새벽시장 경매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다.공
제 7회 전국 지방선거(2018년)에서 당선된 광역 및 기초의원은 3750명이다. 같은 해에 지방의회 예산은 2342억 원이다.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167개 지방의회가 감사 대상이 아니다. 시민단체 ‘주민참여’의 최동길 대표는 지방의회를 “행정 감시 활동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전국 기초의회 226곳 예산집행 내역을 분석했다.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배여운 기자는 “기초의회 의원은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인데 상대적으로 덜 조명을
부산일보 이대진 기자는 한국기자상 수상의 공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그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다룬 을 기획하고 동료 이승훈 기자와 증언을 기록했다.취재팀은 피해자를 매주 한 명씩 만났다. 인터뷰를 6개월 이상 계속하면서 영상 콘텐츠와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제작했다. “(피해자 얘기를) 들어드린 게 다”라고 했지만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서 운영된 복지시설이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거리에서 무고한 시민을 잡아다 불법 감금한 뒤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인
“독일의 소녀상은 한국의 피해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 아시아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평화의 소녀상이) 베를린에 세워져 있어야 한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14일 독일 베를린시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며 이같이 말했다.베를린 소녀상은 지난해 9월 25일 독일에서 세 번째로, 야외 공공부지에는 처음으로 설치됐다. 일본이 항의하자 미테구청이 10월 7일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다.하지만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Kor
“저는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자가 아니에요. (I’m not a starry-eyed optimist.)”뉴욕타임스(NYT)의 다나 골드스타인(Dana Goldstein) 기자가 작년 3월 주코프스키 포럼(Joukowsky Forum)에서 했던 말이다. 미국 교육제도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질문을 했던 미국 브라운대의 루터 스포어(Luther Spoehr) 교수는 1996년 지적된 교육문제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비관적으로 봤다.골드스타인 기자는 현재 상황이 과거보다 낙관적이
디지털 기술이 지역 언론을 되살릴 수 있을까. 흥미로운 성공사례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디지털 매체, 샬롯 어젠다(Charlotte Agenda) 이야기다. 웹사이트 방문자가 한 달 평균 65만 명. 팬데믹 여파에도 지난해 매출이 약 200만 달러를 기록했다.이런 샬롯 어젠다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Axios)가 500만 달러(약 5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작년 12월 17일 보도했다. 샬롯 어젠다의 발행인 테드 윌리엄은 “악시오스와 함께라면 중요한 지역 이슈를 더 좋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모든 작문 수업과 저널리즘 수업에서 읽어야 할 책.’로이 피터 클락(72)의 ‘짧게 쓰는 법(How to Write Short)’을 읽고 미국 세계기독교방송(WBC)의 수석특파원 폴 래드(Paul Ladd)가 트위터 계정에 남긴 글이다.클락의 다른 저서 ‘글 쓰는 사람을 위한 50가지 필수전략(Writing Tools: 50 Essential Strategies for Every Writer)’을 읽은 독자(아이디 LJMax)는 미국의 책 애호가 커뮤니티(Library Thing)에 다음과 같은 후기를 올렸다. “이 책을 읽고 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좋아한다. 대통령 전용기를 좋아한다. 행정권이 얼마나 강력한지 안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대통령이 가진 권력에 관심 있었을 뿐이다.”매기 하버만이 2018년 2월 토크쇼 ‘레이트 나잇’에서 했던 말이다. 성공한 사업가 트럼프는 왜 미국 대통령이 되길 원했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한 대답.하버만은 기자다.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취재한다. 모르는 게 없다. 언제 화를 내는지, 무슨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지, 누구와 가장 친한지까지.
SNU팩트체크센터는 2017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언론사와 협업해 콘텐츠를 팩트체크해서 공적사안에 대한 유권자 또는 정보 소비자의 지식과 이해를 도우려 한다.센터의 양소은 연구원은 정치적 견해가 들어가지 않도록 객관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팩트체크를 하고, 어떠한 근거자료로 판정했는지를 독자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센터를 설립할 때는 언론사 15곳과 함께 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30곳이 참여한다. 언론사는 일반 기사와 팩트체크 기사를 구분해서 올린다. 센터는 대학생과 대학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의 장다빈 양(19)은 어느 음식점을 찾았다. 신메뉴 출시를 기념하는 이벤트 예고를 SNS에서 보고 나서였다.하지만 이벤트는 없었다. 신메뉴도 없었다. 누군가 SNS에서 관심을 끌기 위해 가짜로 사진을 만들어 그럴듯한 글과 함께 게시물을 올리면서 생긴 일이다.허위조작정보는 이렇게 남을 속이기 위해 조작한 정보를 뜻한다. 누군가를 오도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조작정보가 많다. 바이러스, 확진자의 동선, 방역과 관련하여 잘못된 내용이 SNS에서 확산한다.구독자 50만 명 정도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규범이 아니다. (Privacy was no longer a social norm)”.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개인의 일상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퍼져나가는 디지털 시대를 두고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말을 외쳤다.실제로 페이스북에서는 2019년 12월에 가입자 2억 6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생겼다. 사용자의 ID, 이름, 전화번호와 같은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됐고, 유출된 정보는 인터넷 해커 포럼에 다운로드용으로 게재됐다.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터넷이용실태
“태울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면 네 스스로 불씨가 되어라.” 알릭스 스트라우스(Alix Strauss)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한 글이다. 그는 인생의 매 순간을 불태웠다.스트라우스는 뉴욕대에서 교육연극(Educational Theatre)을 전공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창의적 글쓰기, 픽션 글쓰기, 잡지 글쓰기를 가르쳤다. 뉴욕대, 뉴욕 예술센터, 컬럼비아대에서 강연하기도 했다.그의 인생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그는 어떻게 살았을까. 스트라우스는 프리랜
“카말라 해리스 전에 샤를로타 바스가 있었다.”(Before Kamala Harris, There was Charlotta Bass.)뉴욕타임스(NYT) 9월 4일 자 인터넷판 기사의 제목이다.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자 게재됐다. 기사는 샤를로타 바스(Charlotta Bass)라는 인물에 대한 회고로 시작한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서범준 씨(23)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지인과 소통하고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 이상이다. 캐스팅 담당자가 #배우, #영화, #캐스팅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서 씨의 게시물을 보고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촬영을 제안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디지털 미디어렙 DMC미디어의 보고서(2020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 및 광고 접촉 태도 분석)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소통, 정보 검색, 콘텐츠 소비와 같은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SNS를 활용하는 분야가 늘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이용층인 20대의 고민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