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서 서울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선희 씨(21). 부담스러운 교통비 때문에 매달 고민이다. 용돈으로 받는 한달 생활비는 35만원 정도. 그 중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교통비로 쓰고 있다. 월말이 되면 통장 잔액이 부족해 먹고 싶은 음식도 쉽게 사먹지 못한다. 지난 달에는 찜닭을 먹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 탓에 2천원짜리 주먹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교통카드를 충전할 돈이 모자라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일산서구 주엽동에서 성신여대를 오가려면 어쩔 수 없다. 2016년 현재 전국에 있는 4년제 대학은 189개.
검은 옷걸이를 든 여성들“몸 상하는 것도 비난받는 것도 모두 나~ 나도 사람이란다~”지난 10월 15일 오후 2시, 검은 옷을 입은 300여 명의 사람들이 부른 노래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을 가득 메웠다.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는 무리 중에는 입술에 검은 립스틱을 바른 사람들도, 손에 검은 옷걸이를 든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여성이었지만 삼십여 명의 남성도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모두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이하 검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여성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낙
편의점에서 집밥 먹고 빨래까지?이화여대 후문과 연세대 동문 사이에 위치한 위드미 편의점. 저녁 6시가 되자 “화학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집밥”이라고 적힌 팻말이 계산대 앞에 세워졌다. 이 편의점은 저녁시간에 백반을 판다. 일반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도시락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보통 편의점 도시락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해동해 먹는 반면, 이 편의점의 백반은 주방에서 요리사가 직접 만든다. 또 편의점 도시락은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 있지만, 이 백반은 가정용 그릇과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기본백반은 밥, 국, 세
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8세 비무장 소년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경찰의 총격이었다. 그는 마이클 브라운으로 토요일 정오, 대학교를 가던 중 총알을 맞았다. 브라운은 과거 범죄경력도 없었고 목격자들은 그가 경찰의 명령에 따랐다고 진술했다.2015년 1월 히스패닉 제시 하난데(Jesse Hernandez,17), 2월 백인 남성 데븐 길포드(Deven Guilford,17) 등 비무장 시민 114명이 같은 해 경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사망사건이 연이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신뢰할 만한 자료가 없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 있는 조나단 보롭스키의 ‘노래하는 사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입을 열었다 닫으며 노래하는 조각상의 모습이 신기한 듯 작품을 관찰하던 사람들은 교육 강사의 설명이 시작되자 행동을 멈추고 집중했다. 한 쪽 손은 보호자들의 손을 잡은 상태였다. 모두가 미술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때, 5살 영서는 거대한 조각상이 무서운 듯 보호자의 다리 뒤에 숨은 채 칭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남궁홍 씨(32)가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영서야, 선
하루 평균 노인 2540명이 드나드는 곳.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의 서울노인복지센터다. 3층짜리 본관과 본관 양 옆의 분관, 별관에는 노인들의 문화 및 여가 활동을 위한 미술관, 도서관, 영화관, 체력 단련실, 컴퓨터실, 방송국이 있다. 수십 개의 노인 동아리 활동과 문화 프로그램이 내뿜는 열기가 연일 가득하다. 이 열기가 순간에 그치지 않고 오래 남도록 힘쓰는 이들이 있다. 센터의 ‘시니어 기자단’이다. 센터는 2015년 4월부터 시니어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연초에 면접을 거쳐 10여
“문은 모든 건물을 들어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니까 힘든 점이 많아요.” 김민성(22)씨는 다리가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탄다. 그래도 발을 쓸 수 있어 다른 장애인보다 사정이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발로 문을 밀면서 앞으로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의존하는 장애인은 대부분 발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지나가기 힘들어요.” 김씨가 건물 출입의 불편한 고충을 토로했다. 대부분 건물에 흔히 볼 수 있는 문은 유리로 된 여닫이 문이다. 비장애인은 손이나 상체로 쉽게 열지만, 장애인은 다르다. 양 방향으로 자유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끊임없이 제기됐던 주차장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시장 주차장은 지난해 실시된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에서 전통시장 내 필요한 시설 1위로 선정됐다. 작년보다 24.6%나 늘어난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 면수와 적지 않은 요금이 문제로 꼽힌다. 또한 이용객이 보조로 이용할 수 있는 사설주차장도 문제가 있어 자동차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25일 오후 숭례문 옆 남대문시장 관광버스 공용주차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로 만석이었다. 남대문시장은 정부에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 됐던 이번 여름,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잊고자 피서를 다녀오거나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연휴에는 무려 20만명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정도로 피서관광이 절정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피서를 어떻게 계획할까.이번 여름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던 송수지(22)씨는 여행 일정을 짜는데 ‘SNS'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제주도에 대해 잘 몰랐는데,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나 동영상 덕분에 여행계획을 쉽고 빠르게 세울 수 있었어요.” 송씨는 특히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가 여행
지난해 교육부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원 옥외가격 표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학원 옥외가격 표시제’란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8조 1항 제2호에 따라 학원이 건물이나 학원 출입문 주변에 교습료를 공시해야하는 제도를 말한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에선 충북 교육청이 가장 먼저 이 제도를 의무화했고 대구교육청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구에 이어 지난 7월부터 학원들의 옥외가격 표시를 의무화했다.제도를 시행하는 지역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
어느 월요일 오후 6시 종로구 통의동 스타벅스 창가에 앉은 젊은 남녀 네 명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의논했다. 그 옆에는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 세 명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맞은편에선 커플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은 『수학 콘서트 플러스』 책을 읽었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머리가 희끗한 남성은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지 몸을 배배 꼬았다. 빈 테이블은 거의 없었다.1999년 이화여대 앞 스타벅스 1호점은 신식 서구 문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커피전문점 커피는 일부 젊은이들
입사한 지 3년 8개월만이었다. 신상보호를 위해 익명을 요청한 27살 A씨는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10월 퇴직했다. 40개에 달하는 입사원서를 쓰고, 2달이 넘는 인턴을 거쳐 들어간 회사였다. 하지만 A씨는 “퇴직 날의 회식이 가장 재밌고 행복했던 순간 이었다”고 고백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근무는 기본이었고, 바쁠 때는 12시까지도 일해야 했다. A씨는 “시급으로 계산해 보니 시급이 7천 원이더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문제는 일선 실무에다가 일을 할 때마다 늘어만 가는 보고서였다. 한 방송사의 ‘세월호 참사
김벼리(26)씨는 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아랑’에 들어가 매일 채용정보 공고를 확인한다. 김 씨는 중소신문사부터 인터넷 신문사까지 지원 중이다. 그러나 김 씨의 꿈은 기자가 아니라 영화 평론가다. 영화평론가가 되는 방법은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와 씨네 21의 평론상 공모뿐이다. 작년에 뽑은 평론가 수는 모두 4명이었다. 그것만 보고 일 년을 더 준비하기엔 턱없이 적은 수였다. 김 씨는 “이동진 기자처럼 기자를 하다 평론을 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며 “직장을 두세 번 옮길 각오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걷고 싶은 거리’가 걷고 싶지 않은 곳이 됐다. 매일 거리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조차 걷고 싶은 거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아는 학생들도 걷고 싶은 곳은 아니라고 말한다.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업은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8년 처음으로 시행됐으며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지정한다.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시가 지정한 ‘걷고 싶은 거리’ 1호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걷는 길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대학가의 ‘걷고 싶은 거리’들은 사정이 달랐다.“여기가 걷고 싶은
“빨리 뛰세요! 경춘선 막차입니다!”“너무 힘들다. 겨우 탔네.”매일 밤 11시 8분, 상봉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용문행 중앙선 열차에서 하차한 승객들은 경춘선을 환승하기 위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경춘선 플랫폼을 향해 달린다. 11시 6분에 도착했어야 할 중앙선 열차가 늦어진 탓에 한밤의 질주가 벌어진다. 경춘선 막차의 출발 시간과 같거나 더 늦게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수도권 인구의 약 30%인 310만 명이 매일 코레일 광역 전철을 이용한다. 그러나 일부 이용객들은 광역 전철의 연착으로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가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여행. 누군가에게는 고된 여정이 되기 십상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장애인 여행 설문조사(2015)’에 따르면 장애인 100명 중 87명은 국내여행 여건이 불편하다고 느낀다. 설문조사에 응한 장애인들은 국내여행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로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부족’을 꼽았다.‘열린 관광지’는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영유아 동반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과 관광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이 없는 관광지’를 뜻한다.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관광매력도, 무장애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