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뛰어난 남자는 아니었지만, 사랑했다. 때문에 남자친구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고 싶었다. 심지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촬영하자는 부탁까지도 들어줬다. 그를 믿고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와 5년을 만났다.그를 여전히 사랑하긴 했지만, 더 이상 그와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없었다. 생활력 없는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 같았다. 그래서 헤어졌다.그 때부터 새로운 악몽이 시작됐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5년 동안 나와 만나며 모아둔 사진과 영상을 함께 편집해 인터넷에 유포했기 때문이
직장인 김태원 씨(26)는 매일 6단계에 걸쳐 화장을 한다.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로 피부 잡티를 가리고 눈썹을 그리는 건 기본이다.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또렷하게 한 뒤 코와 턱에 섀딩(shading‧음영효과를 주는 화장법)도 한다. 마무리는 입술에 붉은색 틴트 바르기다. 20살 때부터 8년째 화장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 어머니와 화장품을 같이 쓰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김 씨는 ‘태원쁘띠’, 줄여서 ‘태쁘’라는 별명으로 통한다.외모 가꾸기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폭력예방교육제도가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년 형식적인 연수가 진행되거나 강사에 따라 강의의 질이 좌우되고,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2013년 6월부터 확대 실시한 여성가족부의 폭력예방교육 지침에 따라 각 학교는 연 1회 이상 성희롱방지조치, 성매매‧성폭력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성희롱 등의 개념과 피해학생 도움방법, 교사의 행동강령 및 징계 등을 다룬다.교사 성희롱 등 폭력예방연수의 내용은 매년 비슷
“왜 이런 걸 묻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취업준비생 김가영 씨(27)는 가족의 직장과 최종학력, 주택소유 여부를 묻는 이력서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그는 불이익을 받기 싫어 모두 기입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1년간 구직활동을 했던 김상훈 씨(28) 역시 이력서를 쓰며 불쾌했던 적이 많다. 몇몇 기업은 대놓고 요직에 있는 지인을 적으라고 했다. 그는 결국 해당 문항을 비워둔 채 이력서를 제출했다. 송수빈 씨(25)는 이력서에 신장과 몸무게, 주량과 흡연 여부를 써야 했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조건은 무엇일지 한참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체제에서 의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대 편입학 전형이 복잡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학마다 편입생 모집 기간과 전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입시 전형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학생들은 학원에 몰리고 있다.의전원이 있던 전국 27개 대학 중에 22개 대학은 의대로 '회귀' 중이다. 이 대학들 중 올해부터 의대로 전환한 가톨릭대, 경희대 등 11개교가 편입 시장에 합류하면서 수험생들이 분석해야할 학교 수가 늘어났다. 수험생들은 의전원 입학과 의대 편입을 동시에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의전원이
대학 졸업반인 이수현 씨(24)는 대학 4년 동안 성폭력 예방교육을 3시간밖에 받지 못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때 들은 수업 2시간과 온라인 강의 1시간이 전부다. 그는 이마저도 열심히 듣지 않았다. 이씨는 “교과서에나 실릴 법한 내용을 들어야 해 지루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대학 성폭력 예방교육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간이 짧고, 가르치는 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콘텐츠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대학생은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의무가 없으나 2014년 국민대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밤 10시 반부터 새벽 6시 반까지. 2017년 대입을 마친 박 씨(19)는 인도 여행을 꿈꾸며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8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매주 일주일에 두 번씩 밤을 꼴딱 새워서 박 씨가 두 달째부터 받은 대가는 시급 5,400원이다. 첫 달에는 5,200원을 받고 일을 했다. 2016년 최저시급 6,030원에서 첫 달에는 830원이 모자란 금액을, 두 번째 달부터는 630원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일을 했다.박 씨는 일주일에 토, 일은 야간으로 화, 목은 주간으로 하루에 8시간씩 넉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스몰비어(small beer, 작은 공간에서 싼 가격으로 간단한 안주를 판매하는 소규모 맥주집)를 운영하는 홍모 씨(55)는 요즘 고민이 많다. 퇴직금을 털어서 맥주집을 열었는데 월 매출액이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홍 씨에게 이 정도 상권이면 한 달에 300만원은 손에 쥘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기도 부천에서 8평 남짓한 스몰비어를 운영하는 김모 씨(37)는 매장을 처분할 예정이다. 현재 김 씨의 매장은 본사가 예측한 월 매출액의 50%만 달성하고 있다.소자본 프랜차이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변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곽정숙 씨(61)는 다섯 달 전, 중국 유학생이 이사를 나갈 방을 정리하러 갔다 깜짝 놀랐다. 바닥의 장판은 군데군데 뜯겨 있었고, 벽지에는 여기저기 기름이 튀어 있었다. 심지어 방 한쪽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중국어를 못하는 곽 씨는 당일 이사를 나가는 중국인 세입자에게 큰소리로 따졌지만, 돌아온 건 의아하다는 표정뿐이었다. 신촌 이화여대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는 김서연 씨(26·가명)는 여러 명이 다른 나라 언어로 크게 떠드는 소리에 일주
돈을 내지 않고 참여만 해도 기부할 수 있는 신개념 기부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SNS에서 게시물만 공유해도 적게는 1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기업이 후원하는 모금액이 커지기에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나눔도 할 수 있는 착한 기부 방식이다.서울 지하철 2호선에 있는 시청역 5번 출구에는 걷는 것만으로 장애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계단이 있다. 바로 ‘건강기부계단’이다. 계단을 밟으면 센서가 사람을 인식해 한번 오르내릴 때마다 10원씩 적립한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모 군(15)은 학교 숙제를 하다 ‘아빠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방학 과제인 ‘부모 직업체험’을 하기 위해 가구 조립, 설치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갔다가 하루 종일 고생했기 때문이다. 김 군은 담임교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나는 무시당하고 폼 안 나는 직업을 얻기 싫다”고 적었다.한편 같은 반 이모 양(15)의 보고서에는 “나도 나중에 커서 아버지처럼 회사에 다니고 싶다”라고 적혀있었다. 해외 바이어들과 일하는 모습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더 높아졌다”고도 했다. 이 양의 아버지는
대리운전 기사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콜(호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각종 도구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리 기사들을 주요 소비자층으로 삼는 교통수단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후의 노동’인 대리운전이 최근 들어 증가하는 이면에는 중장년층의 자영업 붕괴와 청년층의 실업난이 자리한다.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12일 밤 12시. 일산에서 만난 대리 기사 조영락 씨(46)는 한 시간 째 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보여 준 스마트폰 화면에는 근처의 다른 대리운전 기사들을 표시하는 빨간 점들이 마
최근 토속적인 분위기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는 ‘샤로수길’과 ‘망리단길’의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거리 곳곳 널브러진 쓰레기와 밤마다 들려오는 취객들의 고성방가, 늘어난 차들로 인한 통행불편 때문이다.‘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 정문 모양에서 따온 ‘샤’와 ‘가로수길’을 더한 이름으로,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뒤에 있는 골목길을 말한다. 2월 10일 밤 8시, 한파 속에 방문한 샤로수길 입구에서 가장 먼저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봉투였다. 샤로수길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봉투 위엔 누군
, , . 이름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과목들은 신촌대학교와 열정대학에서 실제로 개설된 강의들이다.‘대안 대학교’가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학위가 나오지는 않지만 기존 대학에는 없는 색다른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원할 경우 직접 강의를 개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로를 결정하기도 한다.대표적인 대안 대학교로 2015년 개교한 신촌대학교가 있다. 신촌대학교는 캠퍼스는 따로 없고 신촌 일대 스터디카페를 대여해 강의를 진행한다. 학기는 두
남성 출연자가 와인 잔 가득 소주를 퍼붓고는 단숨에 벌컥벌컥 마신다. 그다음 출연자는 소주 두 병을 꺼낸다. 그는 “소주 잔 따위는 필요 없다”며 양은 냄비에 소주를 콸콸 쏟아 붓는다. 또 다른 이는 바지 앞섶에서 소주병을 꺼내 잔에 가득 채운 뒤 한 번에 들이켠다.이 동영상을 올린 개인방송 진행자는 위 장면들을 '사나이의 소주 마시는 법'이라고 소개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잘 사용하면 여자 친구가 생긴다”며 폭음을 부추기기도 했다. 국내의 대형 주류회사 한 곳과 광고 계약을 맺고 제작된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얼마 전 김지연(27·가명)씨는 이성친구와 서울시내의 대형마트 한 곳을 찾았다. 식품관부터 전자제품관까지 함께 돌며 잡담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출출해질 때쯤 시식 코너에서 무료 음료수로 배를 채웠다. 시식용 떡볶이와 소시지, 빵 같은 간식도 맛봤다. ‘마트 데이트’는 김 씨가 6개월 전 직장을 관둔 뒤 이성친구와 매주 즐기는 데이트 코스다. 데이트 비용이 ‘0원’ 이다. 취업준비생 박소혜(25·가명)씨는 주말마다 이성친구와 ‘4400원 데이트’를 한다. 한 사람당 2200원만 내면 동네 청소년 수련관에서 서너 시간 동안
허수진(24・가명)씨는 매달 여성만이 겪는 신체변화를 겪을 때마다 그때 생각에 괴롭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는 기분이다. 지난해 대학에서 강의를 듣던 도중에 예상치 못하게 월경이 시작됐다. 조용히 강의실 뒷문으로 나가 급히 위생용품을 구매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강의실로 돌아왔다. 어디에 다녀왔냐는 교수에게 허 씨는 당황하며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교수는 ‘화장실에 그렇게 오래 다녀오는 게 말이 되냐’며 허 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면박을 줬다. 남학생들도 있었기에 허 씨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후
“조금 만 더 깎아주시면 안되나요? 돈이 부족한데….” 서울의 한 난방기구 판매점에서 소형 중고 난로를 한참 살펴보던 이 모(35) 씨가 판매상에게 애원조로 말했다. 겸연쩍은 듯 쭈뼛거리던 이 씨는 “만 5천 원은 안되겠죠?”라며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보였다. 그러나 판매상은 “원래 2만 5천 원에 파는 거라 그렇게는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몇 달 전 이 씨는 45만 원의 월세가 부담스러워 4평 남짓한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시간제로 일하던 음식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월수입이 100만 원 밑으로 뚝 떨어진 탓이다.
아이가 교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 다른 아이는 캐릭터 인형 모자를 쓰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짝꿍에게 씌워준다.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1교시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용 교사는 아이들 머리 위에서 돌아다니는 캐릭터 인형 모자를 잠시 빌려 쓴 채 고등학교 학생 11명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아이가 “선생님! 선생님 그 모자 쓰니까 진짜 엘모 같아요. 너무 웃겨요!”라고 소리치듯 말했다. 교실은 순식간에 초롱초롱한 눈빛과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들! 이제 잠 깼어? 그럼 다 같이 강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