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이 다 피지 않아서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꽃이 피어야 많이 올 텐데….”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호수벚꽃축제’에서 솜사탕을 파는 신성근 씨(30)는 3월 27일 솜사탕 기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석촌호수 벚꽃 축제는 이날 시작됐다. 가벼운 옷차림의 상춘객이 눈에 띄었다. 유아차를 끌고 온 부부, 손을 잡고 산책하는 연인,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여고생들,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나온 여성 등 많은 시민이 찾았다.그런데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는 석촌호수가 아니었다. 시민들은 벚꽃을 찾아 호수 바깥쪽 대로변에 있는 벚
티에라 파타고니아에서 사흘째이다. 아침부터 서둘렀다. 조반 후 승합차를 타고 9번 도로(Ruta 9)를 따라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 밖으로 나갔다.아르헨티나 국경을 향해서 북동쪽으로 21㎞를 달렸다. 세로 기도 마을(Villa Cerro Guido)에서 내렸다. 건물 여러 채가 황량한 초원에 덩그러니 모여있다. 마을이 텅 비었다. 사람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코로나가 퍼지던 시기여서인가.하얀 페인트칠을 한 건물에 ‘SUM Esuela Cerro Guido’라고 쓰여있다. 스페인어로 ‘세로 기도 학교의 다목적 시설’이란 뜻이다. 이
일요일이었던 3월 3일 오후 2시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 점심시간이 막 끝난 후라 병원은 붐볐다. 어린 환자와 보호자 등 40여 명이 진료를 기다렸다. 어린이 환자는 대기실에서 게임을 하거나, 책을 펴고 공부했다. 일부는 수액을 맞으며 입원을 기다렸다.보통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주말에 문을 닫지만 튼튼어린이병원은 열려 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경증 소아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이다.달빛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업이다. 병의원이 시군구에 참여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시도가 지정
토요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어느 빌딩에 청년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졸업, 취업, 친구 관계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이 조금 달랐다.누군가 같은 이야기를 10분 넘게 계속하자, 다른 청년이 “이 얘기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계속됐다. 다른 청년은 대학에 합격한 이야기를 반복했고, 또 다른 청년은 ‘내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나이를 먹어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5분마다 되풀이했다.이들은 느린학습자시민회에서 주최하는 3월 청년 모임 참가자. 모두 ‘경계성 지능인’이다. 대부분 지능
실업급여를 받는 약사가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 12명이었던 기타 상품 전문 소매업의 보건의료직 실업급여 수급자는 작년 1361명. 5년 만에 113배 늘었다.고용정보원 김두순 연구원은 “기타 상품 전문 소매업에는 의약품, 화장품, 방향제 판매업 등이 포함된다”며 “보건의료직이 종사할 만한 업종은 의약품 판매업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가 대다수”라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지방 약국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장섭 씨(67)는 코로나 확산 시기에 처방 환자 감소로 직원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여성 노동자들이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는 3월 8일 낮 12시 20분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 파업 대회를 열었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라는 구호 아래 주최 측 추산 700여 명이 모였다.대부분 건설, 교육, 반도체, 돌봄 분야 등 종사자. 이 중에서 금속노조 KEC 지회와 국민건강보험(건보)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평일인 이날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건보 고객센터와 두어 차례 연결을 시도했더니 ‘오늘
“잡았다, 나이스!” 3월 1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학생 3명이 리그오브레전드(LoL·롤)에 열중하고 있었다.게임용 컴퓨터를 갖춘 PC방 같아 보이지만, 이곳은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인가를 받은 학원이다. 학생들은 프로게이머 출신 사석찬 코치가 하는 ‘피드백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는 프로게임단 ‘농심 레드포스’ 산하의 교육 기관이다. 프로게이머 육성이 목적이다. 5단계 육성 시스템으로, 연습생인 5군에서 프로게이머인 1군까지 승격하는 체제다. 농심 레드포스 소속 프로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샌디에이고에는 돔구장이 없는데 한국에서 돔구장을 보니 신기합니다.”마리아나 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프닝시리즈(개막전)를 보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왔다. 그는 김하성 선수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응원 도구를 보여주며 “이번 개막전은 김하성의 고향 방문이라 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3월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에는 마리아나 씨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야구팬 1만 6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89.7%)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10명 중 6명(64%)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2월 6일 결정했다. 여기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지만 정부는 대학별 정원을 3월 20일 발표했다.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시민 생각이 궁금했다. 찬성과 반대를 넘어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토론에 참여할 시민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실물 카드를 구하지 못한 시민이 여전히 많다. 서울시가 물량을 더 풀었지만 중고 사이트에선 가격을 올린 카드를 파는 중이다.“웃돈 주고 살까도 고민해봤어요.” 기후동행카드를 아직 구매하지 못한 취업준비생 박성영 씨(26)의 말이다.그는 2월 27일 오후 2시경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고객안전실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안내문을 보니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9시경 지하철 7호선 공릉역에 있는 편의점에 갔지만 여기서도 못 구했다.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주최=통계청 통계개발원·서울대 한국사회과학자료원주제=격차사회에서 포용사회로일시=2024년 3월 15일 금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0분장소=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Youtube 생중계개회사=최연옥(통계청 차장)기조연설=김석호(서울대 교수)발표=유경원(상명대 교수) 권현지(서울대 교수) 박수경(건강보험연구원 의료자원연구센터장) 하상응(서강대 교수)좌장=최바울(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토론=윤인진(고려대 교수) 김경배(세종대 교수) 제4회 한국의 사회동향 포럼이 3월 15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열렸다. 주제는 ‘
박도훈 씨(24)는 경희대를 2월에 졸업했다. 그는 졸업식에 꽃다발을 사오겠다는 친구들을 만류했다. 전날 받은 꽃다발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사진 한번 찍기 위해 꽃다발을 새로 사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친구들이 모두 사회 초년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인데 꽃다발 가격은 5만 원이 훌쩍 넘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박 씨 같은 졸업생이 늘면서 졸업식 꽃다발 특수는 옛말이 됐다. 고물가로 인해 꽃다발을 사지 않는 20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 꽃다발을 산다. 중고 거래가 늘어나니 생화 거래량은 줄었
“여기 있는 모두가 활기차 보이는 게 흥미로워요.”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의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독일인 교환학생 샤이엔 씨(22)의 말이다.영하 8도로 기온이 떨어졌지만 관람 시작 시각(오전 9시)부터 시민 발길이 늘었다. 15분 만에 입장 대기 줄이 생겼다. 가족 단위의 시민이 가장 많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손바닥만한 태극기를 들었다.“엄마, 저거 뜨거운 물이야?”“뜨거운 물은 아니겠지, 설마.”“뜨거운 물이에요.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가면서 부었어요.”물고문을 재현한 현장에서는 관람객끼리 서로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늘봄학교가 3월 4일 시작했다. 정규수업 외의 종합 교육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통합해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돌본다.교육부는 “전국 2700여 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며,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다”라고 2월 4일 발표했다.2학기에는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모두를 돌본다.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학생·학부모·교원 모두 만족하는 늘봄학교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교사들은 업무가 늘어난다고 호소했다. 2월 17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아파트. 2월 28일, 한낮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1월 14층 한 세대에서 불이 나 주민 95명이 대피했던 곳이다. 입주민이 이웃을 빨리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지만 방화문이 닫혀 있지 않아 연기가 급속도로 퍼졌다.지금은 어떨까. 불이 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파트 15개 층에서 방화문이 닫힌 곳은 5개 층에 불과했다. 같은 아파트 나머지 4개 동은 모든 층의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화재 시 유독가스 확산을 막아야 하지만 많은 주민이 방화문을 열어 놓거나 물건을 복도에 쌓아뒀다.이곳은 장애인과 고
해시태그(#)라는 기호가 있다. SNS 사용자라면 대부분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샵’, ‘우물 정(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면 SNS 트렌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을지 모른다.SNS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구독자 63만 명을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해시태그’보다 ‘우물 정(井)’이 익숙하면 더욱 그렇다. ‘충주시 홍보맨’으로 이름을 알린 김선태 주무관 이야기다.경기도 광명 AK플라자에서 3월 5일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 행사에서 김 주무관은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 청년 400여 명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2019년 4월 내렸다. 임신 중절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안을 개정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법안은 공백 상태다.기자는 2월 7일 서울 강남구의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사무실을 찾았다. 이봉화 상임대표는 “조금이라도 법안이 태아에게 유리하고, 많은 생명을 살리고자 시민단체가 모였다”고 결성 계기를 설명했다. 개정 법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소속 단체에는 종교단체도 있다. 낙태를
“이주노동자 수가 늘어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노동 환경 개선, 권리 보장과 같이 제도와 처우 개선이 먼저여야만 해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정부가 올해 이주노동자 16만 5000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다 수준. E-9(고용허가제) 도입 인원을 늘리는 게 주요 골자다.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사업장이 외국인력을 고용하도록 정부가 허가하는 제도다. 2003년 국회를 통과하고 해마다 5만~6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만성적 인력난으로 규모를 작년 12만 명, 올해 16만 5000명으로 확대
파타고니아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파란 하늘과 파란 호수와 파란 빙하가 떠오른다. 남미를 대표하는 절경이라는데 그게 전부일까.천고마비의 계절이 오면 한반도 하늘도 이곳만큼 아름다울 때가 있다. 비가 막 그친 초여름 시애틀의 화창한 하늘보다 더 청명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레이 호수(Lago Grey)에서 만난 빙하나 토레스 델 파이네 삼각봉 아래의 에메랄드빛 호수도 알래스카의 빙하나 캐나다 로키산맥의 밴프나 재스퍼 국립공원 내 호수보다 더 푸르다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려고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서 이곳에 왔을까. 토레
높은 보수는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고 제안한 데 이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독립기구를 설치해 국민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의원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예비후보는 이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정말 과도한 수준일까. 외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의원은 법에 따라 수당과 경비를 받는다. 수당은 일반수당·관리업무수당·정액급식비로, 경비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뉜다.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의원에게 매달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