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기침하면 얼마나 눈치 보이는지 몰라. 그래서 요새 차 끌고 다니잖아.”양수민 기자(26)의 아버지 양해권 씨(54) 이야기다. 양해권 씨는 대중교통 이용을 얼마 전부터 포기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데 승객 사이에서 계속 기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침을 할 때마다 동료들이 다 쳐다보니까 민망해서 일부러 외근을 나가려 한다.김종현 씨(28) 역시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조퇴했다. 전날 회식에 참석했는데 출근 이후에 잔기침이 계속 나왔다. 평소에도 음주 뒤에는 목이 건조해져 기
홍익대 신입생 김시현 씨(국어국문학과)는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고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어져서 아쉬워한다. 김 씨는 “친구들은 혼밥을 해야 할까봐 걱정한다”고 말했다.예년 같으면 학교는 꽃다발을 든 학생,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 엠티를 가려는 신입생으로 활기차다. 올해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전염병 확산으로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면서다.교육부는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신입생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1월 29일 각 대학에 요청했다. 성균관대 박수빈 씨(
김수헌 씨(26)는 2월 24일이 첫 출근이었다. 합격통보를 받고 대구에서 경기 시흥으로 이사했다. 지금까지 출근한 날은 하루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회사에서 휴가를 줬다. 대구·경북 출신의 신입직원에게만.그는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가 격리를 하게 됐다. 회사는 첫 출근날, 마스크 10개를 지급하고 둘째 날부터는 유급휴가를 줬다.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다. 휴지 3개, 손소독제 2개 등 생필품을 회사가 지급했다. 대인 접촉을 줄이라는 의미에서 음식은 모두 배달해 먹도록 한다. 식대는 회사가
김유진 씨(24)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나흘 앞두고 자료해석 과목에 집중하기로 했다. 1차 시험은 2월 29일 치를 예정이었다.핸드폰을 열람실 밖의 사물함에 넣어두고 문제를 풀었다. 잠깐 나왔다가 핸드폰을 꺼냈는데 인사혁신처의 문자가 보였다.“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 제1차 시험일정 연기를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열람실에서 공부하던 수험생이 혼란스러워 했다. 일부는 부모에게 연락했다. 대부분 몇 시간 되지 않아 짐을 싸서 돌아갔다.인사혁신처는 1차 시험을 나흘 앞둔 25일, 5급 공개경쟁채
정부의 정보공개포털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정부가 결재한 문서, 국민에게 원문 그대로 공개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국정신뢰도를 높이겠다며 행정안전부가 운영한다.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과 11월 15~17일, 중앙행정기관 1곳의 원문정보 공개문서를 모두 조사했다. 대상은 경찰청의 2018년 문서 2863건이었다.경찰청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9년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중앙행정기관 중 하나다. 원문정보공개 충실성 점수 10점 만점에 9.8점 이상이었다.행안부 정보공개정책과 고준석
“코로나보다 백수가 더 무섭다.” 취업준비생 양현주 씨(25)는 이 말에 공감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건강을 잃는 일보다 공부계획이 틀어지는 일이 더 두렵다는 얘기다.취준생 일상은 크게 세 가지다. 혼자 공부하기, 다른 취준생과 같이 스터디 하기. 책 읽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도서관이나 스터디룸 같은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되고 모임을 자제하면서 취준생이 불편을 겪는 중이다.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다중이용시설과 집단행사 대응지침을 2월 26일 발표했다. 내부청소와 소독을 강화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내용. 다수가 밀집하
아버지(김일수‧53)는 기자에게 2월 28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완전무장하고 내려와라. 마스크 꼭 쓰고 장갑도 있으면 챙기고.”이날 원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기자가 본가로 내려가려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확진자 동선을 가족의 단체채팅방에 올렸다.금요일 오후 5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승객으로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매표창구에 줄이 없었다. 창구 9곳 가운데 3곳만 열렸다. 혼잡을 막으려고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무색할 정도. 2층 대합실에 갔더니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확연히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헬스장. 평소 같으면 퇴근한 직장인을 중심으로 회원 발길이 늘어난다. 오후 9시 정도면 러닝머신 30여 개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기자가 찾아간 2월 26일에는 코로나 여파로 회원이 거의 없었다. 이날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는 ‘강남구 확진자’였다.신천지 교인이던 27세 남성과 대구 결혼식장을 방문했던 30세 여성의 동선이 공개됐다. 남성은 논현동에 머물렀고 기자가 다니는 헬스장 바로 앞의 강남구보건소를 방문했다. 여성은 논현동과 가까운 압구정동에 머물렀고 강남구보건소를 두 번 방문했다.
현유진 씨(21)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트레이더스 구성점의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2월 25일 오전 7시 15분경이었다. 마트 개점시간은 10시이지만 벌써 100명 정도가 줄을 섰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였다.오전 6시에 일어난 현 씨는 짜증이 났다. 다들 그래 보였다. 가끔씩 누군가 혼잣말을 했다. “이게 말이 돼? 마스크를 사러 이 시간에 나와서.” 다른 사람에게 침이 튀길까 조심스러워서인지 대부분은 조용했다.맨 앞줄의 고객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덜덜 떨었다. 오전 4시 반쯤 왔다고 한다. 일부는 접이식 간이의자를 가져왔다.
‘주문번호는 0000번입니다. 카운터에서 제품을 수령해주세요.’ 무인정보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가 늘면서 자주 듣는 말이다.신영증권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롯데리아는 전국 1350개 매장 중 826곳(61.1%)에, 맥도날드는 전국 420개 매장 중 250개 매장(59.5%)에 키오스크를 뒀다. KFC는 전국 모든 매장에, 버거킹은 전국 339개 매장 중 230개 매장(67.8%)에 도입했다.업체는 편리함을 위해서 도입했지만 장애인에게는 아주 불편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알아보기로 했다.기자는
지 모 씨(25)는 얼마 전,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몸이 간지러워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임질 판정이 나왔다. 그는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적이 없어서 남자친구를 의심했다.남자친구는 눈에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며 성병에 감염된 사실을 부인했다. 지 씨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을 동시에 만난다는 걸 알고 헤어졌지만 성병의 고통을 혼자 견뎠다.남성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성병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성병 감염자를 성별로 보면 알 수 있다.질병관리본부의 매개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르면 20
A 씨는 2회에 걸쳐 불법촬영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재작년 8월부터 작년 5월까지 116회에 걸쳐 114명의 하체를 동영상으로 불법촬영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왜 동일한 처벌을 받았을까.대법원은 범죄유형별로 선고할 형량의 범위를 양형기준으로 정했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문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와 관련해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 대학생 박소
김 모 씨(가명)는 진돗개 늘봄이를 기른다. 작년 4월부터 키웠다. 늘봄이는 2살이다. 50㎝에 17.5㎏으로 중형견. 하지만 작은 강아지가 많은 한국에서는 큰 편에 속한다. 늘봄이가 외출하면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너무 크다, 입마개 해라….김 씨는 지난 6월, 50대 남성을 고소했다. 서울 강북구 공원 북서울꿈의숲에서 늘봄이를 산책시키던 때였다. “시x, 개xx들.” 술 취한 남성은 “네 부모한테나 그렇게 해라” 등 막말을 쏟아냈다.견디다 못해 김 씨는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나중에 ‘엄벌탄원서’(진정서)를 작성했
“아직도 수업을 듣다가 쿵 소리가 나면 대피할 방법을 바로 생각해요. 노트북이랑 휴대폰을 챙겨서 저쪽 문으로 나가면 되겠다고….”한동대 4학년 조재율 씨(24)의 지진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고 땅이 움직이는 모습을 2년 전에 직접 봤다. 그에게 지진은 막연한 공포심이 아니다. 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두려움이라고 말했다.포항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발생했다. 본진의 규모는 5.4. 국내에서 지진을 1978년부터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정효경 씨(20)는 대다수 사람이 반려동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주고받으며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2018년)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약 2000만 가구 중 566만 가구가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개를 키우는 공건희 씨(21)는 이런 인식이 퍼진 원인으로 미디어를 꼽았다. 반려동물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MBC의 ‘하하랜드’, tvN의 ‘대화가 필요한 개냥’, KBS ‘개는 훌륭하다’가 그 예다. 유튜브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콘텐츠도 마찬가지다.‘펫’과 경제의 합성
대학에는 재학생이 졸업을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학의 인재상과 가치관을 반영한 특색 있는 과목이 눈길을 끈다. 이색 필수교양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강생을 여러 문제에 맞닥뜨리게 한다.서강대와 서울여대에는 합숙형태의 필수교양이 있다. 서강대 인성교육센터가 주관하는 ‘성찰과 성장Ⅰ’은 2박 3일 일정으로 목적은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감각 향상이다. 서울여대 ‘생활교육 36년사’는 ‘바롬인성교육’을 통해 소속감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신입생은 학교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학내소음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학보사 기사가 쏟아졌다. 학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심각하지만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어서 문제라는 내용이다.국가소음정보시스템은 ‘소음’을 기계, 기구, 시설 기타 물체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정의한다. 50㏈(데시벨‧소리의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이 소음으로 규정된다. 당뇨, 호르몬 교란 및 스트레스 유발 뿐 아니라 정서적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대학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연구와 수업에 지장을 준다. 이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
간호대 학생은 병원현장에 익숙해지기 위해 3학년부터 대학병원으로 실습을 간다. 하지만 겉핥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 간호학부 4학년 박정연 씨(22)는 “실습동안 간호대학생은 병풍”이라며 한숨을 지었다.실습은 간호 진단을 하고 간호 과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상과목으로는 성인간호학, 여성건강간호학, 아동간호학이 있다.현실은 다르다. 환자복이나 이불을 정리하고, 시간이 지나도 맥박이나 호흡을 재는 업무만 한다. 생식기 병동의 진료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의료인이 아니라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환자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현해탄을 오간 사랑유성태 씨(30)는 지인의 소개로 나가미네 쿠미카 씨(27)를 만났다. 2014년이었다. 유 씨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고 쿠미카 씨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다.둘은 영어로 대화했지만 유창한 편이 아니라서 답답할 때가 적지 않았다. 유 씨가 일본어 공부에 전념하면서 장거리 연애를 이어갔다. 두 달에 한 번씩,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랑을 쌓아갔다. 둘은 일본에서 직계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남자가 집과 혼수를 준비해야 하는 문화가 있어서 유 씨는 돈을 더 모아야 했다. 결혼 후 1년 동안은 같
치매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소재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꽃보다 아름다워…. 마음이 아프다며 빨간 약을 가슴에 바르고,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어린이가 되는 어른.이정순 씨(90)는 치매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할 일을 스스로 정하고, 빨리 하지 않으면 못 견뎠다. 아침이면 매일 돋보기를 쓰고 성경을 읽고, 텔레비전을 볼 때면 화면자막을 이면지에 받아 적었다.꽤 먼 거리의 미용실을 혼자 걸어 다녔고, 분리수거와 빨래와 설거지를 능숙하게 했다. 다음날 일어나야 하는 시각을 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