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창립한 언론 매체에서의 일은 고되다. 전례가 없고 새로운 사람끼리 모여 손과 발을 맞춰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경험이 생기기도 한다.한국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이 생긴 10여 년 전, 개국 멤버는 새로운 방송국 설립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많이 했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파키스탄 방송기자 아넘 하니프 역시 비슷하다. 2015년 개국한 네오뉴스에서 뉴스 프로듀서로서 밤새면서 일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을 만든 경험이
모하메드 아스뮤 바 기자는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시에라리온의 앵커다. 공영방송인 시에라리온브로드캐스팅코퍼레이션(SLBC)에서 독한 질문을 많이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는 시에라리온기자협회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2019년 현지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혐의 없이 경찰에 구류됐을 때나 2020년 기자들이 대통령실 경호원에게 폭력을 당했을 때도 비판하거나 기자 석방에 앞장섰다. SLBC는 2010년부터 공영방송이 됐다. 내전 이후, 유엔 등이 참여한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다. 전에는 관영방송(시에라리온브로드캐스팅시스템‧SLBS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8년간 써온 연재 칼럼이다. ‘9988’은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을 줄인 말이다. 칼럼 제목에 맞게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담는다.그는 2019년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인터뷰에서 복지전문기자로서의 신념을 ‘긍휼지심(矜恤之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신념 덕에 그는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의과학취재상’을 받았다. 협회
일본의 취업난은 이제 옛말일까. 일본의 취업 빙하기는 버블 붕괴와 저성장 기조가 겹친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 저출생으로 청년 인구가 줄어든 2010년대 들어 해소됐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년부터 1949년 출생)의 정년퇴직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점도 이 시기 기업들의 고용 여력 확대에 기여했다. 인구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취업난도 개선됐다는 것이다.앞서 1부에서는 한국의 구직난을 미국의 구인난과 비교해 소개했다. 2부에서는 마찬가지로 취업난이 해소됐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누가 일으켰느냐?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하고 함께 해서 일으켰대!”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2020년 5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2002년 신문 광고를 시작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끊임없이 주장했다.‘카더라’ 수준이던 북한군 침투설에 김명국이라는 인물이 힘을 실었다. 그는 2013년 5월 채널A에 출연해 자신이 5.18 당시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이후 지 씨는 2015년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영상을 편
미국은 세계 최대 언론 시장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저널리즘스쿨도 여럿 있다. 이 때문에 연수나 취재차 미국을 찾은 기자가 많다.필자가 공부하는 험프리 프로그램에서도 여러 나라 기자를 만날 수 있다. 공영방송 앵커도 있고, 팩트체크 교육자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기자가 있었지만 인터뷰에는 실패했다. 서면 인터뷰를 승낙했지만 결국 답변이 오지 않았다. 언젠가는 인터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필자가 만난 기자 중에 방글라데시 영자지 부장인 엘리타 카림이 있다. 방글라데시 언론계에서는 꽤 유명 인사다. 위키피디아에는 ‘가수, 저널리
앞서 소개한 롭 헤이스 교수가 미국 지역신문의 호황기를 겪은 선배 세대 기자였다면, 닉 팰선 기자는 지역신문의 변혁을 몸으로 느끼고 향후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세대다. 올해로 23년차로 리하이 밸리 라이브라는 온라인 매체의 편집국장이다.우선 이 매체의 성격과 디지털퍼스트 전략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리하이밸리라이브의 전신인 익스프레스타임스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필라델피아 북서부에 있는 ‘리하이 밸리’ 지역(이스턴, 베들레헴, 앨런타운)을 커버하는 지역 대표 일간지다. 1855년 이스턴데일리익스프레스라는 제호로 창간했다.회사는 이
초년병 시절 선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들었다. “다른 걱정 없이 기사나 평생 쓰다가 은퇴했으면 좋겠다.”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언론사에서 매년 한두 명씩 정년 퇴임하는 기자가 가끔 보인다. 어떤 기자는 현장 기자로 일하다가 저널리즘 교육자로 변한다. 일부는 두 가지를 겸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에 있는 노스햄턴커뮤니티칼리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롭 헤이스 교수는 기자와 저널리즘 교육자로 평생 일했다. 그는 1974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 이스턴에 있는 일간지 익스프레스타임스에서 일했다. “진정한 미국
베이징(北京)이란 한자어는 북쪽의 수도를 나타낸다. 난징(南京)은 남쪽의 수도, 시안(西安)은 서쪽의 수도를 칭한다. 베이징은 한때 연경(燕京)으로 불렸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燕)나라의 수도였다.금(金)과 원(元)에 이어서 명(明)과 청(淸), 그리고 현재 중국의 수도이다. 명의 영락제가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지금부터 600년 전인 1421년에 천도했다. 천년 중국을 이해하려면 베이징을 보란 말이 있다. (이유진,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5쪽)방문객으로 중국 천년의 역사를 베이징 고궁에서 엿볼 수 있다. 천안문(天安
4월 20일, 서울 중구의 덕수궁 뒤편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공연 중이었다. 시작과 함께 무대 양쪽 모니터에 자막이 등장했다. ‘쇼맨’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그런데 배우가 하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됐다. 가사는 음표와 기울임체로 구분했고, 누구의 대사인지도 적혀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에서 내는 소리나 내레이션, 효과음도 자막으로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관객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는 세 가지 유형의 화장실이 있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그리고 모두의 화장실.‘모두의 화장실’ 입구 표지판에는 픽토그램(그림문자) 6개가 그려졌다. 남성, 여성, 유아, 유아의 기저귀를 가는 사람, 휠체어를 탄 장애인, 치마와 바지를 반반씩 입은 사람 모양.모두의 화장실은 성별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이용하는 성중립화장실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성공회대가 3월 16일부터 설치했다. 성소수자가 마음 놓고 쓰는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생겼다. 이성 보호자와 함께 다니는 유아, 장애인, 노인도
거리에는 붉은색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중국 노래와 중국어가 흘러넘친다.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2월 18일 찾았다.차이나타운은 서울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대림중앙시장에 이르는 상가에 있다. 입구에서 200m 정도 걸었을까. 가게 20여 곳 중 5곳만 한국어 간판을 달았다. 나머지는 안내문과 제품명을 중국어로 표기했다.대림중앙시장을 벗어나 대동초등학교 부근에 갔다. 정문이 있는 대림로21길의 피아노 학원, 문구점, 옷가게는 간판이 모두 한글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못한 점은 무엇입니까?”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시민의 소리 취재팀이 시민의 소리 패널단에 물었다. 그들은 문 정부가 못한 일로 ‘경제·부동산’과 ‘사회통합’을 꼽았다.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시민의 소리 패널단은 총 43명이었다. 추가 인터뷰에는 9명이 참여했고, 인터뷰는 카카오톡 채팅과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90년생부터 02년생까지 모두 2030 세대다.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문재인 정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며 국민에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과 적폐 청산을 외쳤던 촛불로 탄생한 정부. 일명 촛불시민혁명의 성공으로 당선된 대통령. 새로운 5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5년이 지난 2022년 5월 9일, 문 정부는 막을 내린다. 청년세대는 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앞서 기사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취재팀은 4월 6일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유정민 씨(25). 구직 시장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취업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씨처럼 취업 준비를 또 준비하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대학 저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유 씨는 "나처럼 취업을 2순위로 뒀던 사람들이 취업난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구직 시장의 '상향평준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가산점이 주어지는 자격증을 기본으로 갖춰야하고, 부차적으로 더 많은 역량을 추가해야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유 씨는 "이른바 '갓생'사는 취준생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갓생’은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14층 강당에서 4월 2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입법추진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9명의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필리버스터는 5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무제한 선언에 나설 변호사 및 시민께서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의장을 맡은 이종협 변협 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다. 첫날 연사 중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제외한 8명이 현직 변호사거나 변호사 출신이었다
"검수완박 졸속 입법을 저지하고 진정한 검찰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시민의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땅땅땅"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시민의회가 열렸다. 국회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다. 시민의회 의장을 맡은 변협 회장 이종엽 변호사가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렸다. 시민의회는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시민의회는 검수완박 입법(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과 변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기획했다. “형사 사법체계는 신중하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 : 프롤로그“저는 5월 9일 18시, 업무를 마치는 퇴근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입니다.” 4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임기 마지막 날 일정이다. 이제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까지 일주일이 남았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임기 말 그 어떤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같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나타났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19년 7월 26일 전주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이 최종 거부됐다.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결정으로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결정 뒤에는 7개월간 끈질기게 이어진 동아일보 교육팀의 보도가 있었다.자사고 보도를 시작한 사람은 최예나 기자였다. 2019년 1월 4일, 최 기자는 “확 높인 ‘자사고 기준’, 무더기 지정취소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새 정부
강원일보 최기영 기자(정치부)는 납북 귀환 어부에 대한 전화를 2021년 8월에 받았다. 발신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였다. 위원회는 1970~1980년대 서해안 백령도 일원과 강원 동해안에서 납북됐다가 귀환 후 간첩으로 몰린 어부를 조사 중이었다.“억울한 피해를 입은 어민이 3600명에 달하는데 신고한 이는 3명에 불과해 조사가 원활치 못하다”는 상황 설명과 함께 “피해자 대다수가 거주하는 강원도의 대표 언론, 강원일보가 사건을 조명해 주면 좋겠다”고 위원회 직원이 말했다.최 기자는 충격을 받았다. 지역에 수천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