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 협의체를 통해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 선거법을 바꾸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은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1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자문위원단에서 활동했다. 자문단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 개정안의 기초를 마련했다.장 교수는 3월 24일 고려대에서 만난 취재팀에게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 의사와 의석이 계속 분리됐기 때문에 개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개정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비례의석용으로 미래한국당이 생기도록 했다. 이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목적으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양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이름도 엇비슷한 정당이 선거 한 두 달 전에 생겼다. 유권자는 어느 당끼리 같은 편인지 구분하느라 바빴다.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 8명은 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위성정당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독일은 1953년부터, 뉴질랜드는 1996년부터 연동형 비례제를 운용하지만 한국과 같은 위성정당 문제를 겪은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됐다. 헤밍웨이의 에서 참다랑어를 잡았는데 마지막에 뼈다귀만 남은 그런 모습이다. 중간에 다 뜯겨나간 데다 위성정당이 나오면서 뼈마저 없어졌다.”중앙대 조성복 교수(독일유럽연구센터)는 선거제 개혁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누더기 법안’이라고 평가했다.많은 전문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선거제 논의가 달라질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헌법학회장을 지낸 건국대 홍완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을 국회의원실에서 만났다. 10월 8일 오후 2시였다. 악수를 하면서 그는 “국감 준비회의가 길어졌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웃었다. 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젊다.그는 33세에 초선 국회의원이 됐다. 처음부터 의원을 꿈꾸지는 않았다.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했다. 삶을 변화시킨 첫 번째 문제의식은 대학에서 잘못된 주장이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는 현실이었다.교사를 꿈꾸면서 가졌던 취미이자 특기가 글쓰기였다. 그래서 재능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바이트’라는 시사
스토리오브서울 특별취재팀이 뉴스통신진흥회의 제1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에서 가작을 수상했다. 취재팀이 출품한 5부작은 “부마항쟁 40주년을 맞아 부마항쟁의 현대적 의미와 세대적 공감대 형성의 문제를 심층성 있는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팀에는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의 13기 3명(강수련 조윤하 최다은)과 주니어반 4명(남동연 소설희 오수민 이주미)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9월 9일 낮 1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1층의 뉴스통신진흥회 대회의실에서 열렸
“여성이 정치를 한다고 나섰을 때 ‘얼마만큼 사람을 모아올 수 있어?’, ‘조직 표가 얼마나 있어?’ 아니면 ‘경력이 있어? 전문성이 있어? 얼마나 유명해?’ 이런 질문을 받는데, 저는 그것이 없는 여성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성이 이 프로젝트 안에서 성장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29)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연소 서울시장 후보로 4위의 득표율을 올렸다. 1년 후, 신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고 싶던 여성 100명을 모아 를 시작했다.
토요일마다 서울 종로구의 광화문광장을 찾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를 애국시민이라고 말한다. 20대와 30대는 찾기 힘들다. 이들은 집회에 왜 나오지 않을까. 보수 성향 젊은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취재를 시작했다. 2월 2일부터였다. 명절을 앞뒀지만 열기가 식지 않았다. 구호와 함성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익숙한 노래가 들렸다. ‘생일 축하합니다.’집회에서는 ‘빨갱이 처단하라’, ‘문재인 다시 찍고 싶다, 도끼로’ 등 거친 표현이 많았다. 평소 분위기와 다른 노래가 나와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궁금증이 곧
대한애국당 행진은 오후 1시 30분, 서울역에서 시작한다. 서울시청 앞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한다.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서는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의 집회가 열린다. 행진은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다. 여러 단체가 뒤섞인다.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풍자한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환호했다.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 자리서 물러나라.’ 음악에 맞춰 계속 행진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중장년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옷차림이 눈에 띈다. 몸에 태극기를 하나 이상
행렬 근처를 서성이니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취재팀이 머뭇거리자 해치지 않는다며 웃었다. 40대 여성 두 명이었다.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 조카처럼 친근하게 대했다.두 사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서로를 알고 집회에서 함께 다닌다. 이전에 친분이 없었지만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연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더 많은 여성 참가자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는 응했고, 누구는 무시했다. 일민미술관 앞에서 만난 여성 3명은 기자가 다가가자 일행이 온다며 자리를 떠났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취재팀은 이
여성에게 집중했지만 한 달 정도까지는 대화가 15분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삶과 생각을 자세히 말했다. 30분 이상씩 들려줬다.허 모 씨(58)는 단칼에 거절하다가 신분과 취재기간을 밝히자 대화에 응했다. 태극기가 아니라 성조기를 흔드는 이유를 물었다. “태극기 흔들어봤자 소용없어. 왜냐면 문재인 정권에선 태극기 들고 있는 국민한테 눈 깜짝 안 해. 근데 미국은 이 사람들이 함부로 못 한다고요.”미국을 신뢰하는 이유는 중국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남편이 치료차 중국에서 지낼 때, 함께 갔다. “둘째 딸을 중국
집회는 늘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또 사안에 따라 변했다. 세월호 추모행사가 열린 4월 13일이 특히 그랬다. 과격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적었다.“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표현방식이 달라요.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야 풀리는 사람이 있고. 사람마다 무얼 중요시하는지가 다르니까.” 취재 초기, 교보문고에서 만난 김용인 씨(60)의 말이다. 취재가 끝날 무렵에 떠올랐다. 광화문광장에서 3개월을 취재했다. 여성 참가자를 중심으로 관찰하고 대화했지만 남성과 특별히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비슷한
자유한국당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임명을 청와대가 강행했다며 1월 24일 국회를 보이콧했다. 때문에 임시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2월에 처리되지 못했다.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이콧 소식에 국회가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 정치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보이콧은 한 달 넘게 계속됐다. 자유한국당은 3월 4일 국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박시훈 씨(23)는 “보이콧 기저에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진행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보이콧은 자유한국당의 전유
서울 영등포구의 대한애국당 당사를 찾은 날은 7월 15일이었다. 기온이 35도를 넘었다. 10층짜리 건물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렸다. 입간판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불법감금 470일.’ 빨간색으로 인쇄한 숫자 ‘470’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일수를 뜻한다.오른쪽 사무실을 기웃거리자 누군가가 쳐다보고 문을 열었다. 대한애국당의 인지연 전 후보였다. 작은 선풍기만이 돌아가서인지 더운 공기에 숨이 막혔다. 부채질을 하며 들어가니 회의실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커피를 건넸다.그는 약속을 잊고 있었다며 인터뷰를 준비했다.
우리미래당 당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의 한송빌딩 4층에 있다. 기자가 7월 16일 찾아가자 우인철 전 후보는 깔끔한 흰색 셔츠에 정장바지 차림으로 나왔다. 그는 “당원들이 모두 휴가를 가서 저밖에 없네요”라며 웃었다.당사는 공사 중인 건물의 바로 옆이었다. 소음이 시끄러워서 문을 항시 닫으니 노크를 해달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소음이 심해서 건물주가 월세를 싸게 할 테니 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흰색 벽지에 흰색 가구가 많아 내부는 깨끗하고 깔끔했다. 전자제품과 가구의 대부분은 물려받거나 기증받았다고 한다. 인테리어를 칭찬하자 우 전
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지 4개월이 돼간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원순 후보가 52.2%의 득표율로 당선돼 7월부터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는 6월 18일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7월 12일 정치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히고 독일에 머무는 중이다. 다른 정당 후보는 어떻게 지낼까.정의당 당사를 찾아간 날은 7월 24일이었다.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이었다. 당사 규모는 100평 남짓했다. 갈색 가구가 많았는데 대부분 손때가 묻은 상태였다. 합판으로 벽을 만
서울 서초구의 카페에서 유정옥 할머니를 만났다. 1933년생이다. 나이대로면 1954년 실시된 제3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유권자가 되지만 출생신고가 2년 늦어서 1958년의 제4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투표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유 할머니는 인천여고를 졸업했다. 학력을 기준으로 하면 비슷한 연령대에서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서 투표권이 생기고 투표를 하게 되자, 정치인을 자신의 손으로 뽑는다는 사실에 벅찬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1948년 5월 10일에 첫 총선이 있었다. 당시에도 유세차량이 도심 곳곳을 돌아다녔을까. 선거 포스터는 지금과 비슷할까. 선거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의 풍경은 어떠했을까.강원 동해시로 향한 날은 6월 2일 토요일이었다. 기자의 할아버지가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름은 주행수, 올해로 91세다.할아버지는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입었다. 안부를 물었다. “늙은이가 어떤 말을 해야 도움이 될까 고민하느라 간밤에 밤잠을 설쳤지 뭐야(웃음).”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민주항쟁 등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대한민국헌정회 사무실을 찾았다. 비서실에서는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전화를 걸었더니 유용태 회장은 흔쾌히 응했다. 6월 8일 인터뷰에는 황학수 부회장과 김의재 정책연구위원회 의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이 모인 단체다. 유 회장은 원로로서 국가와 정치가 국민과 함께 가도록 기여해야 하는 소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신념을 보였다. 유 회장은 헌정회의 제20대 회장이다. 제15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