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병 시절 선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농담처럼 들었다. “다른 걱정 없이 기사나 평생 쓰다가 은퇴했으면 좋겠다.”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언론사에서 매년 한두 명씩 정년 퇴임하는 기자가 가끔 보인다. 어떤 기자는 현장 기자로 일하다가 저널리즘 교육자로 변한다. 일부는 두 가지를 겸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에 있는 노스햄턴커뮤니티칼리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롭 헤이스 교수는 기자와 저널리즘 교육자로 평생 일했다. 그는 1974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 이스턴에 있는 일간지 익스프레스타임스에서 일했다. “진정한 미국
베이징(北京)이란 한자어는 북쪽의 수도를 나타낸다. 난징(南京)은 남쪽의 수도, 시안(西安)은 서쪽의 수도를 칭한다. 베이징은 한때 연경(燕京)으로 불렸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燕)나라의 수도였다.금(金)과 원(元)에 이어서 명(明)과 청(淸), 그리고 현재 중국의 수도이다. 명의 영락제가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지금부터 600년 전인 1421년에 천도했다. 천년 중국을 이해하려면 베이징을 보란 말이 있다. (이유진,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5쪽)방문객으로 중국 천년의 역사를 베이징 고궁에서 엿볼 수 있다. 천안문(天安
4월 20일, 서울 중구의 덕수궁 뒤편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공연 중이었다. 시작과 함께 무대 양쪽 모니터에 자막이 등장했다. ‘쇼맨’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그런데 배우가 하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됐다. 가사는 음표와 기울임체로 구분했고, 누구의 대사인지도 적혀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에서 내는 소리나 내레이션, 효과음도 자막으로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관객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는 세 가지 유형의 화장실이 있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그리고 모두의 화장실.‘모두의 화장실’ 입구 표지판에는 픽토그램(그림문자) 6개가 그려졌다. 남성, 여성, 유아, 유아의 기저귀를 가는 사람, 휠체어를 탄 장애인, 치마와 바지를 반반씩 입은 사람 모양.모두의 화장실은 성별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이용하는 성중립화장실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성공회대가 3월 16일부터 설치했다. 성소수자가 마음 놓고 쓰는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생겼다. 이성 보호자와 함께 다니는 유아, 장애인, 노인도
거리에는 붉은색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고 중국 노래와 중국어가 흘러넘친다. 한국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2월 18일 찾았다.차이나타운은 서울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부터 대림중앙시장에 이르는 상가에 있다. 입구에서 200m 정도 걸었을까. 가게 20여 곳 중 5곳만 한국어 간판을 달았다. 나머지는 안내문과 제품명을 중국어로 표기했다.대림중앙시장을 벗어나 대동초등학교 부근에 갔다. 정문이 있는 대림로21길의 피아노 학원, 문구점, 옷가게는 간판이 모두 한글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못한 점은 무엇입니까?”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시민의 소리 취재팀이 시민의 소리 패널단에 물었다. 그들은 문 정부가 못한 일로 ‘경제·부동산’과 ‘사회통합’을 꼽았다. 4월 6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시민의 소리 패널단은 총 43명이었다. 추가 인터뷰에는 9명이 참여했고, 인터뷰는 카카오톡 채팅과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90년생부터 02년생까지 모두 2030 세대다.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문재인 정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며 국민에 약속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과 적폐 청산을 외쳤던 촛불로 탄생한 정부. 일명 촛불시민혁명의 성공으로 당선된 대통령. 새로운 5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5년이 지난 2022년 5월 9일, 문 정부는 막을 내린다. 청년세대는 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까.앞서 기사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취재팀은 4월 6일부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유정민 씨(25). 구직 시장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취업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씨처럼 취업 준비를 또 준비하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대학 저학년부터 취업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유 씨는 "나처럼 취업을 2순위로 뒀던 사람들이 취업난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구직 시장의 '상향평준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가산점이 주어지는 자격증을 기본으로 갖춰야하고, 부차적으로 더 많은 역량을 추가해야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유 씨는 "이른바 '갓생'사는 취준생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갓생’은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14층 강당에서 4월 2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입법추진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하는 9명의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필리버스터는 5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무제한 선언에 나설 변호사 및 시민께서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의장을 맡은 이종협 변협 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다. 첫날 연사 중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제외한 8명이 현직 변호사거나 변호사 출신이었다
"검수완박 졸속 입법을 저지하고 진정한 검찰 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시민의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땅땅땅"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시민의회가 열렸다. 국회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다. 시민의회 의장을 맡은 변협 회장 이종엽 변호사가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렸다. 시민의회는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시민의회는 검수완박 입법(검찰청법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과 변호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기획했다. “형사 사법체계는 신중하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2030 문재인 정부 5년을 말하다 : 프롤로그“저는 5월 9일 18시, 업무를 마치는 퇴근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할 계획입니다.” 4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임기 마지막 날 일정이다. 이제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까지 일주일이 남았다.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임기 말 그 어떤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같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월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나타났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19년 7월 26일 전주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이 최종 거부됐다.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결정으로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결정 뒤에는 7개월간 끈질기게 이어진 동아일보 교육팀의 보도가 있었다.자사고 보도를 시작한 사람은 최예나 기자였다. 2019년 1월 4일, 최 기자는 “확 높인 ‘자사고 기준’, 무더기 지정취소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새 정부
강원일보 최기영 기자(정치부)는 납북 귀환 어부에 대한 전화를 2021년 8월에 받았다. 발신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였다. 위원회는 1970~1980년대 서해안 백령도 일원과 강원 동해안에서 납북됐다가 귀환 후 간첩으로 몰린 어부를 조사 중이었다.“억울한 피해를 입은 어민이 3600명에 달하는데 신고한 이는 3명에 불과해 조사가 원활치 못하다”는 상황 설명과 함께 “피해자 대다수가 거주하는 강원도의 대표 언론, 강원일보가 사건을 조명해 주면 좋겠다”고 위원회 직원이 말했다.최 기자는 충격을 받았다. 지역에 수천 명의
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라는 미국 기자가 있습니다. 1953년 일리노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년 뒤에 워싱턴DC의 언론사로 옮깁니다. 뉴욕타임스에 1965년 들어갔다가 워싱턴포스트로 이듬해에 스카우트됩니다.그는 1970년대부터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아 언론계의 거물급(the heavies), 워싱턴 언론계의 학장(the dean of the Washington press corps), 기자에게 기자 같은 존재(a reporter’s reporter)로 불렸습니다.브로더가 2011년 세상을 떠나자 버락 오바마 대
유서현=시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한 일이 100번 남짓 됐을까. 거절에 익숙해졌다. 중년 남성은 대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치고 도망갔다. “나는 대선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도 없어.” 미화원은 이렇게 말하며 떠났다. 어느 할아버지는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취재를 거절한 이유는 다양했다. 그만큼 취재에 응한 이들의 이야기도 다채로웠다. 숫자가 아니라 시민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기획의 의미가 와닿았다. 마지막으로 취재했던 날, 60대 취재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라디오로 뉴스를 듣던 그는
강지수=당선인의 동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법조단지와 아크로비스타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자랑스러운 선배였고 친근한 주민이었다. 취재 중에 당선인의 이웃을 만났다. 60세 여성. 윤 당선인 자택 맞은편에 산다. 자랑할 게 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나 진짜 이웃이라니깐.” 당선인의 아침 출근길 사진을 보여줬다. 윤 당선인의 인상이 어땠냐고 물었다. “무릎 나온 바지 입고 다니는 ‘주민 1’이지 뭐.” 취임 이후 한달 가량 자택에서 출퇴근한다는 소식에 딱 잘라 말했다. “전혀 안 불편해요, 단 하나도. 오히려 경호팀이 있어서 치
스토리오브서울 은 4월 17일 서울 용산구의 용산동2가, 후암동, 이태원 1‧2동에서 주민 20명을 만났다. 이 중에서 7명이 실명 취재에 동의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은 40~80대였다. 20~30대는 실명을 밝히는데 응하지 않았다.이동숙 씨(53)는 용산동2가의 해방교회 앞에서 분식집을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묻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대한다고 했다.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부근을 잘 안다. 수도권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살았기 때문이다.가장 우려하는 건 교통이다. 이 씨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경기 고양시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강세를 보인 도시다. 고양의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우세였다. 누구에게 투표했어도 주민들은 당선인이 초심을 유지하기를 원했다.스토리오브서울 은 4월 15일과 19일에는 고양의 일산 신도시, 22일에는 덕양구를 찾았다. 주민 17명이 실명으로 취재에 응했다.4월 15일, 일산서구의 후곡마을에 있는 후동공원. 주부 2명이 흔들 그네에 앉아 커피를 손에 들고 이야기했다. 이민주(45) 강민정 씨(44). 친구 사이지만 정치 성향은 다르다.이 씨는 이재명 후보를
서울 서초구는 25개 구에서 투표율이 80.6%로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65.1%를 득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32.2%.스토리오브서울의 은 4월 18일, 21일 서초구 서초4동을 찾았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윤석열 당선인 자택인 아크로비스타가 있다. 취재팀은 주민 55명을 만났다. 이 중 11명이 실명 취재에 동의했다.취재팀은 4월 18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내렸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사퇴하고
1만 2906표 대 2115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대선 1, 2위 성적표다. 전체 1만 5537표에서 84.47%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갔다.강남구에는 22개 동이 있다. 투표소는 119곳이었다. 강남구의 모든 동과 투표소에서 압구정동은 윤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압구정현대아파트 단지의 1·3 투표소에서 윤 후보는 각각 90.56%와 91.16%를 득표했다.스토리오브서울 은 4월 21일 오후 1시, 현대아파트 1~7차 단지를 찾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회부총리 등 2차 내각 명단을 발표한 지 1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