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제정보통신보고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입법기구 효율성’ 지수에서 139개 국가 가운데 99위였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30-50 클럽에서 꼴찌다.4년이 지난 지금은 나아졌을까. 취재팀이 전·현직 국회의원, 정치학과 교수, 정치평론가 등 12명에게 물었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생산성 0점, 역대 최악의 국회. 20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박인숙(미래통합당)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전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선진국의 국회의원은 일꾼 이미지가 강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3선을 했던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은 3월 9일 취재팀에게 자신이 레드 아이(빨간 눈)였다고 말했다. 업무가 너무 바빠서 눈이 충혈됐다는 말이다.“워싱턴에서 업무가 끝나면 밤 비행기를 타고 왕복 7시간 거리인 캘리포니아에 갔다. 내가 주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영국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권석하 씨는 “영국에서 (하원의원은) 심부름꾼으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4월 8일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대권 도전은 멈췄지만 그를 향한 유권자의 지지는 미국 정치권에 숙제를 남겼다.샌더스가 4년 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힐러리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올해 바이든과의 대결에서 ‘슈퍼화요일’ 이전까지 선전한 원인은 간명하다. 다른 주자와 구별되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택했기 때문이다.그의 자서전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한국판에서 추천사를 쓴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는 3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워싱턴 주류 정치와 다른 흐름을 강하게
김창환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2002년 4월 4일 태어났다. 선거권을 행사할 나이가 올해부터 만 18세로 바뀌어 4·15 총선에서 투표한다.“첫 시도는 어려우니까 당장은 걱정도 되죠. 하지만 권리를 갖게 됐으니 잘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 긍정적인 것 같아요.”54만 8986명. 처음으로 선거권이 생긴 만 18세 유권자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투표할 수 있다. 취재팀이 만난 이들은 자신과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직접 뽑아 기쁘다고 말했다.김
서울 성동구의 허현성 군(19)은 총선을 앞두고 기대가 크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얼마 전에는 후보 공약집을 보며 누구를 뽑을지 고민했다. 더 궁금한 점은 인터넷 기사와 선거 벽보를 보며 풀려고 했다.고등학교에 입학한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정치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가능한 연령이 되면 꼭 투표하겠다고 다짐했다.“고등학생 정도 됐으면 정치 뉴스를 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의견을 표
경기 용인시에 사는 임재나 양(18)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여념이 없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도 누구를 뽑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치를 잘 모를뿐더러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선거권 연령이 낮아졌지만 자기가 해당되는지 몰랐다. 그의 하루는 학원으로 꽉 찼다.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주말에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국어 영어 논술 학원을 간다.오후 2시에 듣는 영어 강사의 수업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려면 오전 8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자리를 잡고나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박진희 씨(20·경기 성남시)는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진 점이 우려스럽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고, 옳은 판단을 내리기엔 미성숙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그는 고등학생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눴는데 SNS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정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지금은 성인이지만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투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후회 않을
경남 창원에 사는 김보은 양(19)은 선거공보물을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약이 표로 나오지만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어서다. 대다수 공약이 추상적이라고 느낀다.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의 홍보 영상은 재미있다고 느꼈다. 김 양은 “유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만 1분에 담은 영상이었는데 보기에 더 편했다”고 말했다.청소년은 영상에 익숙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월 6일 발간한 보고서(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87.4%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다.동영상을 즐겨 찾는 주된 이유는 다양하고 재미있
전북 전주에 사는 백미녀 씨(45)의 자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만 18세가 되어 선거권을 갖는다.백 씨와 그의 자녀는 선거권 하향을 크게 반겼다. 백 씨는 “소위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 도봉구의 김미선 씨(47)에게도 고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다. 자녀는 평소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책을 스스로 찾아본다. 같은 반 학생의 카카오톡 방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만 18세가 아니라 아이가 이번에 투표하지 못하지만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 자기 생각이 정책으로
서울 양천구 신서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천민정 교사(55)는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말이 나온 지 꽤 됐다. 지금이라도 청소년이 선거권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선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한 점은 아쉽게 여긴다. 코로나로 인해 4월 9일에야 고교 3학년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과 선거 전에 직접 만나기가 불가능하다. 그는 학생이 ‘시민의 관점’을 갖고 후보 판단 기준을 고민하기를 바란다.충남 공주의 한일고에서 근무하는 윤형덕 교사(33·역사)도 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부산 동래구에서 프리랜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이동석 씨(23)는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진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젊은 층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이 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학생의 시각이 선거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정치에 더 활발히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표에 처음 참여하는 학생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우려되는 점은 없냐는 질문에 이 씨는 학생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만 18세 유권자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기란 현실적으로 어
김예원 양(18·경남 창원)은 첫 선거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표를 잘 행사하고 싶지만 방법을 알 수 없어서다.“학교에서는 제도만 알려주지 실제로 (투표장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을 안 가르쳐주잖아요. 정치인과 공약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김 양 같은 유권자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은 선거교육 자료집과 교육 영상을 제작했다.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지침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를 기초로 교육부와 교육청은 자료를 만들고 전국의 고등학교에 배포했다. 학교 홈페이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 25개국이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을 졸업하기 전에 선거권을 준다. 이들 국가는 선거교육을 어떻게 할까.국내에서 민주시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다. 민주시민을 선택과목으로 만들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특수학교와 공민학교를 제외하고 경기도의 중고교 1101곳에서 민주시민을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학교는 63곳(5.7%)에 그쳤다. 과목을 편성했지만 자습시간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시민교육을 독립 교과목으로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4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검정새마을금고 본점 앞이었다.이 위원장은 아침에 종로에서 출근길 시민에게 인사하고 점심시간에는 다른 후보를 지원하려고 강원도에 다녀왔다. 선거사무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일정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현직 기자에게서 일정을 얻어 오후 2시부터 기다렸다.이 위원장이 도착할 무렵 현장이 웅성거렸다. 파란 옷의 선거인단과 지지자가 모였다. 연설하면서 종로구를 위한 공약과 코로나19 방역에서의 정부 성과
황교안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대표를 4월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유세 현장에서 만났다. 오전 11시 동묘앞역 10번 출구 앞.장소는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지됐다. 지지자들은 황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름 석 자를 외쳤다. 그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이 길을 텄다.황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경제·고용·안보 정책이 실패했다며 ‘폭망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폭정을 막을 방법은 힘을 모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연설하는 동안 취재팀은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질문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캠프 관계자는 흔쾌히
정의당은 선거권 연령 16세, 피선거권 연령 18세를 총선 공약에 넣었다. 정책위원회는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그들만의 리그인 국회를 국민 눈높이 국회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피선거권 연령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3월에 제기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이어야 국회의원 출마가 가능하다. 그는 1995년 4월 17일 새벽 1시에 태어나 출마하지 못했다.그는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2030세대가 1%라면서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젊은 국회를 막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만 18세부터 출마가 가능한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기능이 있다. 일종의 모아보기다. 단어 앞에 기호 ‘#’를 붙여 게시글을 올리면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한 글이 나온다. ‘#고3’을 입력하고 19살 청소년의 글을 읽었다.경기 수원에 사는 하예성 군(18)은 팔로워가 1900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으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걸 즐긴다. 프로필에 생년월일을 적어둔 이유는 SNS 방문자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그의 프로필에는 #수원, #고3, #02, #19, 네 개의 해시태그가 나온다.하 군는 2002년 3월 15일생으로 만 18세다. 선거법 개정으로 총선에
서울 관악구의 인헌고 학생들이 만든 ‘학생수호연합’은 지난해 10월 SNS에 글을 올렸다. 일부 교사가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 서울시교육청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지만 징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만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인헌고 사태’가 선거권 연령 하향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임헌조 사무총장은 “잘못하면 교실을 정치투쟁이나 진영논리에 격화된 장소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현욱 정책본부장은 “
강근태 군(18·전북 전주)은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정치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없어서다.“선거권이 생겨 기쁘긴 한데 걱정이 더 돼요. 저희 또래는 선거나 정치에 대해 잘 몰라서 물타기로 갈까 봐 우려됩니다.”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치를 비롯해 세상 돌아가는 일과 격리된 게 바람직한 학생의 상으로 여겨져 왔다. 제대로 된 정치교육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투표권 생겼으니 참여하라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정치에 관심 많았던 18세 유권자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김민지 양(
조우현 군(18·경기 고양)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개인주의적인 교육, 경쟁 교육을 문제로 보고, 입시 비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정보는 SNS로 얻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조 군처럼 뉴스를 SNS로 접하는 등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한 세대를 ‘본 디지털(Born Digital) 세대’라고 한다. 이들의 정치참여는 한국 정치 지형에 새로운 균열을 낼 수 있을까.중앙대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본 디지털 세대가 성향상으로 어느 한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