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영 씨(47)에게 소독은 일상이다. 전에도 소독제를 항상 갖고 다녔다. 중증질환을 치료 중인 아들(18)이 있어서다.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독제 종류가 늘었다. 손 소독제, 액체 소독제, 차량용 소독제. 운전하기 전에는 차 안을 소독한다. 병원에서도 의자에 소독제를 뿌리고 나서야 앉는다.공용화장실은 웬만해선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 엄마들은 병원에서도 서로서로 조심해.” 이들에게 코로나가 주는 두려움은 다를 수밖에 없다.김 씨는 아들과 1주일에 두세 번은 서울대병원을 찾는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피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
“애를 봐주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엄마가 선을 그었어요. 내년부터는 제가 일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죠.”여행사에 다니는 이규림 씨(28)는 워킹맘 생활을 계속할지 고민이다. 어린이집 개원이 연기되자 이 씨는 4살 딸을 친정어머니에게 부탁했다. 하원만 도와주던 어머니와 이제 평일에 함께 지낸다. 1주일에 한 번씩 남편과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킬 수 없었다.연차를 세 번 쓰자 겁이 났다. 이 씨의 이전 회사에서 구조조정 첫 대상자의 50%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에게 상사는 “집에 장모님이 있지
백담 씨(25)는 3월 26일부터 몸에서 열이 났다. 코로나19가 아닐까 걱정이 됐다. 근처 내과를 찾았다. 의사는 몸살 같다며 해열제만 처방했다. 괜찮겠다고 생각해 다음 날 출근했다. 회사 입구의 열 탐지 카메라에 체온이 높다고 나왔다. 경비원이 나와 확인하니 37.4°C. 기준치(37.5°C)가 넘지 않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다음날에도 출근했다. 오후가 되자 기침을 하고 가래가 끓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 직원들이 신경 쓰였다.인턴 신분으로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다시
“폐렴보다 폐 손상이 많아서 폐활량 손실이 엄청 크다. 치료해도 완치가 아니다.”“생강물을 끓여 데이지 않을 정도의 뜨거운 상태에서 마시면 균이 침투하지 못하고 목안에서 상당수가 죽는다.”“숨을 깊이 들이쉰 채로 기침, 불편함, 답답함 없이 10초 이상 숨을 참는다면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아니다.”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임영진 씨(82)가 받은 메시지다. 하루에 2~3개, 많으면 5개. 카카오톡의 단체대화방 3개와 개인대화방 10개에서 오고 간다고 했다.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영구적인
유통업에 종사하는 김민선 씨(28)는 업무를 탄력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재택근무를 좋아한다. 늘 쫓기듯이 끝내던 점심도 느긋하게 먹을 수 있어 건강함을 되찾았다.그는 출퇴근 시간이 줄어서 마음에 든다. 3시간 남짓 걸리던 시간이 없어지니 잠을 더 오래 자고 평소에 힘들던 여가활동도 즐긴다.금융기관에 다니는 이중현 씨(28)는 업무 외 시간을 절약해서 편하다고 했다. 복장이 자유로워 편안한 상태로 일할 수 있다. 그는 “회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편하다. 처리하는 업무의 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더욱 오래하길 희망한
조수범 씨(28)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투표가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총선이 다가오자 일찌감치 국외부재자 투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 따르면 3월 21일(현지시간) 캐나다의 확진자와 확진 대기자(1차 양성 판정)는 1331명이다. 이중 25.3%(337명)가 온타리오주에서 나왔다. 주 정부는 3월 17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행사를 3월 31일까지 금지했다.이런 상황에서 투표하러 가도
강소연 씨는 발달장애인 이승환 군(19)의 어머니다. 3년 전, 종편의 뉴스 취재에 응했다. 발달장애인 복지의 열악한 현실을 다룬 기사였다.댓글이 달렸다.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 표정이 왜 저렇게 밝냐. 저거 전부 조작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기사 취지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유독 저 댓글이 기억에 남았다.비슷한 반응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 군은 어릴 때 체육 교실에 다녔다. 같은 수업을 듣던 친구의 할머니가 강 씨를 가리켜 “저 여자 참 푼수 같다. 애가 장애인인데 웃음이 나온대?”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발달
최해민 씨(21)가 탑승한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3월 16일 오후 3시 11분.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도착했어요.”그는 교환학생으로 4월 초부터 독일 베를린훔볼트대에서 공부할 예정이었다. 코로나19가 독일에서 확산하는 바람에 귀국했다. 독일에서 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가 3월 15일부터 시행됐다. 공항에서 열을 잰다고 아버지가 전했다. 이마에 손을 댔다. 열은 없었다.교환학생 취소 메일을 학교로부터 받은 날, 급체했다. 몸이 정말로 좋지 않은데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무리를 하는 건 아닌
강원 횡성군에서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이웃 주민이 신고해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 주민은 자살예방 교육을 받아서 위험 징후를 알았다. 보건소도 A 씨를 특별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서울의 사립대에서 2019년 11월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30분 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경비원이 막았는데 혼자 남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학교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지만 2013년 이후 해마다 줄었다. 청년층은 어떨까. 20대 자살률은 201
“예정된 공연이 무기한 연기돼 수익이 당장 없다. 앞으로 뭐로 먹고살지 막막하다.”이길곤 씨(29)는 요즘 고민이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된 공연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수입이 없으니 일상이 불편하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필수품을 사기도 버겁다. 기획한 뮤직비디오의 야외촬영은 취소됐다. 다른 음악인과의 공동작업, 모임도 중단됐다.이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동료가 권고사직을 받고 그만뒀기 때문. 그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힘들다. 새로 구한 아르바이트에서 또
이화여대 지혜신 씨(25)는 3월 2일 학교 국제교류처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 중 아직 한국에 있으면 출국을 권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그는 이미 스페인으로 출국한 뒤였다. 작년 말부터 바르셀로나에서 지낸다. 개강이 1월 초였기 때문. 메일을 받을 당시 스페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지 씨는 3월 13일 다시 메일을 받았다. 프로그램 취소 및 본교 수학을 권고한다고 했다. 현지에 머물고 싶으면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스페인 상황은 좋지 않다. 3월 17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9000명을
편경원 씨(50)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산다. 친정과 시댁이 있는 대구를 방문하고 미국에 2월 16일 돌아왔다. 대구에 확진자가 많이 생기기 전이다. 시민권자라서 별다른 검역 조치 없이 발열체크만 했다.그가 입국한 날에는 미국에 확진자가 15명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겪는 불편은 없었다. 대구에 있는 70~90대의 어른들을 더 걱정했다.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매일 안부 전화를 했다.이런 와중에 교민사회가 잠시 어수선했다. 한국 항공사 승무원이 코로나 감염 상태로 한인 타운을 돌아다녔다는 말이 돌면서다. 로스앤젤레스 총
국민대 김성현 씨(26)는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졌다. 돌발성 난청으로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온라인 강의를 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강의실에서는 친구나 교수에게 다시 질문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해서다.강의를 처음 들은 3월 16일. 소리가 자주 끊겨서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없었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는 상호 피드백이 전혀 되지 않아 불편했다”고 말했다.청각장애인 중앙대 김 모 씨(22)는 자막이 없어 수업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교수의 입모양이나 분위기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해 이해하지만 온라
코로나19 확산으로 꽃 소비가 줄었다. 소비시장이 침체되고 특히 입학식과 졸업식이 열리지 않아서다. 타격 받은 화훼 농가를 도우려고 20대 청년들이 나섰다.홍성조 씨(59)는 3월 10일 장미꽃 100송이를 들고 집에 갔다. 웬 장미꽃이냐고 아들 푸름 씨(26)가 물었다.홍성조 씨는 농업 관련 회사를 운영 중인데 소비가 줄어 꽃을 다 버린다는 말을 화훼 농가에서 들었다. 도울 방법이 없을까 싶어 회사에서 꽃을 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집에 가져온 꽃도 캠페인을 통해 구매했다. 아버지 말을 듣고 홍푸름 씨는
밧사이칸 밧자갈 씨(36)는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의 이주노동자다. 4년 전, 한국에 와서 페인트 회사에서 일한다.기자가 3월 12일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회사에서 만났을 때, 그는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는 사장님이 줘요. 매일은 아니고요. 코로나 때문에 항상 이걸 쓰고 다녀요.” 동료인 호세인 모하마드 로키브 씨(33)는 방글라데시에서 왔다. 그는 기자와 같은 마스크를 어디서 사느냐고 물었다. 약국에서 판매한다니까 그는 “잔업까지 하면 밤이 돼요. 사러 갈 시간이 없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고려대는 3월 16일 개강했다. 미디어학부 고유경 씨(23)는 1교시 시작 10분 전, 오전 8시 50분에 눈을 떴다. 잠옷을 입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한문학과 도은영 씨(23)는 옷을 제대로 입었다. 얼굴이 나오도록 교수가 화면을 켜라고 할까봐 후드 티를 입고 모자를 썼다.코로나19로 개강이 2주 늦어진 상태에서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했다. 문제는 인터넷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 고 씨는 2교시를 듣다가 서버가 다운되자 수업이 취소된 줄 알았다. 30분 뒤 문자로 받은 링크를 통해 다
취재팀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의 약수태평양약국을 찾았다. 3월 16일 오전 11시였다.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입을 떼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마스크 구매 문의였다.공적마스크를 오후 1시부터 판매하지만 김제석 약사(56)는 이른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한다. 약국마다 평일 250장, 주말 400장의 마스크가 들어온다. 인당 2장, 평일 기준 125명에게 돌아가니 금세 품절된다.이러다보니 ‘없무새’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마스크가 없다는 말을 약사가 앵무새처럼 수없이 반복하면서 생긴 말이다. 취재팀이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3월 12일 찾았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아직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다.해가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저녁 7시. 이날 서울 일교차는 13도였다. 연탄이 충분하냐고 묻자 주민 이태구 씨(70)는 창고를 보여주며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전 5시 출근하며 연탄 2장을 채우고 오후 6시 퇴근해서 교체한다. 하루에 4장을 쓰는 셈이다. 한 달에 120여장이 필요한데 80장정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연탄을 받은 지 두 달이다.“(연탄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는 사람
서울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6번 출구에서 채다솜 씨(26)를 만났다. 2월 3일 오후 6시였다. 퇴근하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 그는 겉옷 주머니에서 접이식 장바구니를 꺼냈다.채 씨는 걸으며 허리를 자주 숙였다. 길바닥에서 쓰레기를 봤을 때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대로변에서 공공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장바구니를 비웠다.귤껍질과 아이스크림 막대, 달걀 포장지, 명함크기 대출 홍보물 3장, 커다란 흰색 비닐과 투명한 플라스틱 봉투, 휴지 조각. 채 씨와 기자는 10분 동안 쓰레기 9개를 주웠다.건강음료를 담은 병을 보면 가장 화가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