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랑 동물원 왔어요.” 대만 타이베이에 사는 장가청 씨의 말이다. 화상회의 줌(Zoom)을 통해 대화하면서 장 씨는 스마트폰으로 동물원 곳곳을 보여줬다.화면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관람객이 절반 정도였다. 대만에서도 공공장소에 입장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잰다고 한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9월 22일 기준으로 모두 2만 3106명이다. 대만은 509명이다. 장 씨는 “(정부의) 강제력보다 다들 스스로 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베이 중심지 부근에 사는데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대구에 사는 이경민 씨(36)의 모든 것이 3월 이후 멈췄다. 그는 미디어교육 강사. 학교가 문을 여는 3월은 원래 정신이 없다. 올해는 달랐다. 도시 전체가 멈췄다. 개학은 계속 연기됐다.아무 일도 할 수 없자 무력감을 느꼈다. 이때 진지하게 고민했다. 과연 일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바이러스 때문일지. 백신이 나온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지.서울에 사는 김건우 씨(31)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 를 운영한다. 5명의 조카와 함께 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제작한다. 조카들
누구나 한번쯤은 ‘내 장례식에 어떤 사람들이 올까?’하는 상상을 해봤을 겁니다. 죽음은 단순한 종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장례는 삶에서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자리입니다.그러나 마지막 인사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시신인수를 포기한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됩니다. 현행법상 무연고 사체는 ‘처리’ 될 뿐, 고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례절차조차 없습니다.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직장(直葬)’의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지인들마저도
호주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주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7월에 100명을 넘었다. 캔버라와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는 같은 날에 5명, 브리즈번이 있는 퀸즐랜드주는 0명이었다. 결국 7월 9일 빅토리아주에서만 또 한 번의 3단계 봉쇄령(lockdown)이 내려졌다.봉쇄령 시행 하루 전인 7월 8일 저녁. 카페와 레스토랑의 직원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느라 바빴다. 2단계에서는 최대 20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이날 11시 59분부터 포장(take-away)과 배달만 가능했다.멜버른에 사는 고건하(34) 씨는 “그 때(4월)는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홍정화 씨(27)의 말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코로나 유행을 피해 4월 귀국했다.그가 한국과 미국에서 겪은 코로나 방역 시스템은 차이가 컸다. 예를 들어 이동 동선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면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했다.정부는 K-방역의 성과를 해외에 홍보한다. 그러나 해외 체류 한국인은 현지 분위기가 꼭 호의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프라이버시 때문이다. 선진국 상당수가 의료 및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비교적 잘 갖췄지만 한국처럼 전화 기록 열람, 동선 추
박모 씨(28)는 5월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을 방문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자 보건소를 찾았다. 직원은 이태원 방문 여부를 묻고 진단 검사를 했다. 박 씨는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검사 과정에서 보건소 직원은 이름 나이 직업을 적으라고 했다. 박 씨는 “직업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는 사전에 없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8월 25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300만 명 이상이 감염됐다. 한국 확진자는 1만 7945명이다.정부는 감염병 대응 경험과 절차를 체계화해 K-
오전 11시 57분. 격리기간에 사용한 여행 가방. 쓰레기를 담은 주황색 의료폐기물 전용봉투. 벽에 일렬로 세웠다.오전 11시 58분. 마음이 들뜬다. 부모가 미리 데리러 왔을지. 나가면 무엇부터 할지 기대한다.오전 11시 59분. 생애 가장 긴 60초가 시작된다. 핸드폰 시계를 바라보며 카운팅을 시작한다. 5, 4, 3, 2, 1. 정오. 이제 자유의 몸이다.조수범 씨(28)는 최근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8월 12일에 입국했지만 2주 뒤인 8월 26일 집으로 돌아갔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한민국 대구까지 귀국하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 그는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20여 년 전, 해고를 당했다. 그는 명예 복직을 주장하며 지금 강남역 사거리 25m 철탑 위에 올라가 고공 농성 중이다. 그렇게 30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밑에, 김용희씨와 연대하며 김용희씨를 돕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박미희씨. 박미희씨는 기아자동차 내부고발 해고 노동자이다. 사측에서 계속 불법 영업을 용인하자 이를 내부고발 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박미희씨는 해고 당했다. 이후, 우연희 김용희씨의 이야기를 알게 된 박미희씨는 같은 대기업 해고 노동자
김순아 씨(65)는 오전 6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8남매 집안의 맏딸.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형제의 아침밥과 등교 준비를 도맡았던 시절의 습관이다.이제는 자신의 등교를 준비하기 위해 일어난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버스에 오른 그는 자리에 앉아서 손바닥에 무언가 열심히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한글 받침 ‘ㅅ’과 ‘ㅆ’이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한글은 진짜 어려워요. 우리 아들이 지금 대학생도 받아 쓰라고 하면 받침이
“초코파이를 못 부쳐준 게 마음에 제일 걸려. 먹고 싶다고 그랬는데.” 7월 4일 인천 연수구 카페에서 만난 이삼임 씨(66)는 김종평 씨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서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먹을거리를 부쳐달라는 연락을 끝으로 김 씨가 탔던 98금양호는 침몰했다.금양호는 2010년 4월 2일 천안함 수색에 투입됐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과 충돌했다. 선원 9명 중 2명은 숨진 채로 발견됐다. 나머지 7명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이 씨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40년 동안 김밥, 소라, 음료수, 김밥, 라면을 팔
최동훈 씨(75)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근처를 매일 산책했다. 탑골공원 후문에서 장기를 두고 종묘공원에서 바둑을 구경했다. 산책하다가 힘이 들면 공원 벤치에 앉아 라디오를 들었다.“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밖에 못 나왔어. 너무 답답해서 이제 나오는 거지. 밥도 주고 말동무도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잖아.”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인이 종로 일대를 찾는다. 탑골공원 입구에는 종로구 공원녹지과가 붙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낙원상가의 실버영화관과 노래방은 영업을 중지했다. 무료배식 시간이
전동 킥보드는 처음에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주행이 가능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5월 2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전거로 분류됐다.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전동 킥보드로 자전거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데 보도와 제대로 구분되지 않거나 통행량에 비해 좁은 곳이 많아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서울시의 자전거도로 940.6㎞ 가운데 622㎞는 전용이 아니다. 자전거도로와 보도가 같은 비분리형 겸용도로와 표지석을 기준으로 나뉜 분리형 겸용도로를 포함한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약 66% 구간에서 보행자와 전동킥보드가 함께 다녀야 한다
‘후카 바’는 중동의 전통 물담배 ‘시샤(일명 후카)’를 피울 수 있는 시설이다. 일반 담배보다 역한 냄새가 덜하고 내뿜는 연기가 2~3배여서 국내에서는 젊은 층이 주로 찾는다.후카 바는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홍대 근처와 이태원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색적인 데이트 코스로 알려졌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연기를 내뿜으니까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김웅진 씨(28)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강남과 홍대 근처를 비롯해 후카 바 3곳에서 바텐더로 일했다. 물담배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에 끌려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아시안허브’에서 다문화 동화책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동화 내용 선정과 그림 그리기, 번역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자국의 전래동화들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 동화책의 제작 가치를 알아보고, 한국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이주여성 작가들의 모습을 담아 이들을 향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안 걸릴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5월 16일 낮 12시 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에서 만난 김다빈 씨(22)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코로나19 확진자가 9번 출구에서 700m 거리의 주점을 다녀간 지 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주말을 맞아 친한 동생과 놀러 나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정부 지침은 좋지만 지키고 안 지키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5월 24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 권오은 씨(24)는 20대 감염률이 높은 건 크게 신경 쓰
노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실버존이 관리 미흡과 홍보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민식이법 통과 이후 스쿨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모습과 대조적이다.실버존은 경로당·양로원·노인복지시설 등 노인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구역이다. 정식명칭은 노인보호구역. 스쿨존과 마찬가지로 주정차가 금지되고 차량 운행속도는 시속 30㎞로 제한된다.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앞 사거리.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이 보인다. ‘제한속도 30’이라는 문구가 아스팔트 도로 곳곳에 새겨졌다. 하지만 운전자도 사용자도
“날이 더우니까 사람들이 음료는 많이 마시는데, 버릴 곳은 없지. 그러니까 다 저런데 버리더라구요.”6월 1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 근처를 지나던 주민 송수지 씨(26)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 근처의 자전거 바구니에 쓰레기가 가득해서다.음료가 반쯤 남은 페트병부터 바나나 껍질까지. 날이 더워지면서 음식물이 썩어 날파리가 모였다. 송 씨는 “쓰레기통이 없으니까 한 명, 두 명 쓰레기를 버리면서 저렇게 쌓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해마다 쓰레기통을 늘렸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미준 씨(50)는 오프라인 개학 전을 ‘패턴이 무너지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집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딸 윤서 양(19·월계고3)에게 과외를 더 많이 시켰다.주 2회이던 영어·수학 과외를 3회로 늘렸다. 공부 습관을 다시 잡았지만 과외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 등교가 탐탁지는 않다. EBS 수능 연계율이 70%임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3학년은 온라인 수업을 해도 된다고 본다. 물론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내용이 필요해서다. 이 씨는 “(온라
친구와 마주 보며 먹는 급식.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떨며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즐기는 스포츠. 이런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복장과 지각을 단속하던 교사는 체온과 마스크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학생들은 2m 간격으로 떨어져 차례차례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해야 등교할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5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면서 생긴 풍경이다.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2, 유치원과 초‧중학교 및 특수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에서 등교해야 한다. 고 3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입시까지 준
사회복지원각이 운용하는 원각사노인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의 무료 배식을 6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급식소는 많은 노인의 요청에 따라 3월 16일부터 5월 말까지는 대체식 도시락을 나눠줬다.기자가 6월 5일 탑골공원 오른쪽의 골목에 들어서자 급식소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대략 2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아는 얼굴과 대화를 나누며 배식을 기다렸다.배식은 매일 오전 11시 20분 시작한다, 자원봉사자가 준비한다. 이날 배식을 맡은 파고다로타리클럽 김성일 회장(75)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