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송정동. 지하철 2호선 성수역과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사이에 있다. 성수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갔더니 지은 지 40년이 넘었을 연립 주택이 나왔다. 붉은 벽돌 모양.담은 허물어졌고. 마당에 화초가 있다. 벽에 이런 문구가 보인다. ‘1 EURO PROJECT 2023-2025(원유로 프로젝트 2023-2025).’ 국내 처음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 상생 프로젝트를 하는 코끼리 빌라다.이곳에는 카페, 입욕제 판매점, 제로웨이스트 편집숍 등 브랜드 18개가 입점했다. 기자가 3월 13일 오후 2시 찾아갔
배리어프리 자막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 오롯 플래닛(오롯)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은 등장인물의 대사, 효과음, 배경 음악을 해설한 자막을 보며 영화를 이해하기 때문이다.국내 청각 장애인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약 41만 명, 시각 장애인은 약 25만 명이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 영화에 화면을 설명하는 음성 해설과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즐기도록 한다. 미취학 아동과 장·노년층에게도 편하다.하지만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 멀티플렉스
짜장면 7000원, 비빔밥 1만 원.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다. 외식을 하면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낀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외식물가지수는 115.4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올랐다.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비빔밥 평균이 올해 1만 원대를 기록했다. 칼국수는 8500원, 김치찌개는 7500원을 넘었다. 김밥은 2021년까지 2712원에서 올해 3100원이 됐다.시장 근처에는 저렴한 식당이 많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남문시장을 보자. 못골시장, 영동시장, 지동시장 등 여러 재래시장을 통틀어 남문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이동식 주택 단지. 이곳에 사는 10살 소녀 베로니카는 전쟁으로 집을 잃었다.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가 고향이다. 2022년 4월, 러시아군의 집속탄 공격을 받았던 곳. 피란민이 몰린 기차역이 폭발해 민간인 50여 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SBS 장선이 기자는 우크라이나인 중에서 베로니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터전을 잃고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소녀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강조하며 한국에 꼭 보도해주길 부탁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2022년
부산 북구의 형제복지원은 1960~90년대 폭행, 노역, 성폭력이 있었던 곳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1차 191명, 2차 146명에 대한 진상을 규명했다. 그러나 영화숙과 재생원의 진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국제신문 신심범 기자는 형제복지원 이전에 영화숙과 재생원이 있었다는 기사를 2022년 11월 1일 보도했다. 보도는 경남 양산의 프레스센터에서 시작됐다.손석주 씨(61)가 그해 10월 26일 이곳을 찾았다. 국제신문 김성룡 기자는 손 씨와 대화하고 신 기자에게 소개했다.손 씨는 신 기자를 만나 50년 전,
개신교 신자인 이성주 씨(27)는 전역 이후에 교회에 가지 않는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원 웨이 지저스 크라이스트(One way Jesus Crist·주님만이 나의 길)’를 반복하는 모습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그는 훈련소 예배를 “광신도 집회 같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군대의 종교활동이라고 해도 “건전한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헌법재판소는 육군훈련소의 종교활동 강제 행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2022년 11월 24일 결정했다. 종교가 없는 청구인에게 개신교, 불교,
주말이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용산구에서 시위가 열린다. 합법적으로 시위하려면 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미리 내고 단체명, 행사내용, 참가 인원을 적어야 한다. 신고는 시위 시작 720시간(30일) 전부터 적어도 48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신고된 시위 목록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금요일 오후에는 주말을 포함해 다음주 월요일 집회 일정까지 공개된다.일정표에 따르면 금요일과 토요일의 집회 빈도가 가장 높다. 특히 토요일에는 서울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는데,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집회 참
‘헬스 월 2만 원대’, ‘60% 할인’.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역 근처의 헬스장 현수막 문구다. 요금이 얼마인지 궁금했다.들어갔더니 직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가격을 알고 싶어서 왔다”고 답했다. 직원은 “상담을 통해서만 알려드린다”고 했다. 가져온 책자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헬스장도 마찬가지였다. 계산대 직원에게 “가격만 알고 싶은데 요금체계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황하며 “저희 규정상 원래 이렇게 알려드리면 안 돼서…”라고 말하면서 상담받으라고 했다.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가 202
3월 22일 오후 1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저동고 앞. 정문에서 걸어서 30초가 걸리지 않는 사거리 횡단보도에 현수막 하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고양시 병)이 매단 현수막에는 “치욕적 ‘강제동원 셀프배상’ 피해국이 왜 가해자를 대변합니까”라고 쓰였다.같은 날, 일산 후곡 학원가가 시작되는 일산3동 행정복지센터 앞. 현수막 2개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고양시 정)이 내걸었다. 문구는 “윤석열 정권 망국적 친일야합 독도까지 바칠텐가!”국민의힘 김현아 당협위원장(고양시 정)의 현수막에는 “고양특례시-LH 업
“(경기) 고양시 인구가 100만이 넘었다는 둥 그거만 좋아하면 뭐 하나요? 애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이 없는데.” 엄수연 씨(45)는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고양시에 없어서 불만이다. 그는 고양시에서 9살 딸을 키운다.기자는 3월 11일 밤 10시경, 고양시 덕양구의 명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밤늦었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자동차 전조등과 구급차 경광등으로 입구 주변이 환했다.우주선 모양의 출입구로 들어가니 근심 어린 표정의 부모와 어린 환자로 꽉 찼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부터 아빠 손을 잡은 초등생까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의사 면허 시험에서 AI의 성능 연구’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실렸다. 챗GPT는 미국 의사면허 시험(USMLE)을 통과할 정도로 뛰어나며, 의학 교육에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는 GPT-3.5 버전이다. 4개월 만인 올해 3월 14일, GPT-4 버전이 공개됐다. 기자가 직접 챗GPT-4를 사용해봤다. 엉뚱한 질문을 입력했다. 한국어로
OO녀, OO맘…. 기사 제목에서 여성을 표현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금발녀’가 된다. 유명 여성에게는 자녀 수에 따라 애둘맘이나 애셋맘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이런 제목을 보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10개 일간지의 10년 치 제목 763만건을 분석했던 이유다.변화가 보였다. 데이터를 모았더니 일부 표현이 제목에서 사라졌다. 예를 들어 노처녀라는 단어가 점점 줄어 2021년에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분석한 ‘헤드라인 속의 OO녀’는 제5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목욕차가 쉬면 6개월 동안 아예 안 씻는 분도 계셔요. 특히 여성분들은 시설에 있는 샤워장보다 혼자 씻는 목욕차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서울 영등포구의 서울시립영등포보현희망지원센터에서 이동 목욕차를 관리하는 이충완 씨(50)의 말이다. 센터는 ‘찾아가는 이동 목욕 서비스’를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3년째 제공한다. 지난 겨울 동파 위험으로 중단했다가 올해 2월 15일 재개했다.기자는 3월 10일 오후 1시 센터를 찾았다. 목욕차가 가동 준비를 하는지 덜덜거리는 소리를 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손님 4명이 보였다
국내 언론의 산업재해 보도는 지금까지 사망자에 주목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24세 김용균 씨, 2021년 경기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사고로 사망한 23세 이선호 씨 등. 젊은 노동자의 사례는 산재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한겨레신문은 산재 생존자를 집중적으로 다뤄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기획보도 부문)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상 대상을 받았다. 제목은 ‘살아남은 김용균들.’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이렇게 평가했다. “산재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 되는’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서
대전지법 본관 2층 복도가 북적였다. 3월 21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7)의 1심 5차 공판이 열린 날. 정 총재는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취재팀은 오후 1시 40분 도착해서 줄을 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돼요.” 여기저기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법원 직원이 촬영을 막았다. 지나가던 시민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느 남성이 “정명석 보러 왔다”라고 말했다.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취재팀 뒤로 10여 명이 줄을 섰다. “다 못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 줄이 길어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후 1시 5
3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이른 평일 오후인데도 북적였다. 명동은 한때 한국의 ‘관광 1번지’로 불릴 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은 곳. 코로나19로 끊긴 외국인 발길이 다시 늘면서 명동 상권이 활기를 찾는 중이다.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리자 여행용 가방을 끄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 내부의 환전 기계 앞에는 환전하려는 줄이 2m를 넘었다. 지하상가의 옷가게와 기념품 판매장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6번 출구로 나가서 명동 중앙로로 가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주최=정의당 국회의원 6명주제=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2심 판결 의미와 향후 입법과제일시=2023년 3월 9일(목) 오전 10시~오후 12시장소=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사회=장혜영(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발제=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소송 대리인단)토론=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이호림(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석(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과 행정사무관) 서울고등법원이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2023년 2월 21일 인정했다. 동
서울 관악구 행운동을 3월 3일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를 나서자 신림동 방향으로 빌라와 단독 주택이 이어졌다. 하나같이 반지하였다. 녹이 슨 창살로 막아놓은 곳, 플라스틱판으로 가린 곳, 돌담에 막혀버린 곳 등.관악구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지난해 여름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컸다.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나가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다. 반지하에 고립된 가족 3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국토교통부는 이런 피해를 막으려고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 16일에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간호사가 방호복을 벗기 시작했다. 기자가 만난 간호사는 격리 병동에서의 근무 경험을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기억으로 회상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지 않고, 처우가 더 개선됐다면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했다.“환자들이 치료받는 동안 저를 보고 잠시라도 웃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제가 근무했던 병동에는 TV도 없었거든요. 간호사가 환자들의 유일한 소통창구였어요.”백의영 간호사(37)는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할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면 미소 지었다. 그는 2022년 7월부터 약 10개
2월 2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입구 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200여 명의 시민으로 붐볐다. 버스마다 30명 정도가 기다렸다.버스 문이 열리면 자리가 금방 찬다. 기사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만석 안내판을 앞 유리창에 놓는다. 다음 버스는 언제 탈 수 있을까. 남은 승객은 안내판을 봤다.경기 광역버스에서 입석을 금지한 지 2월 26일로 100일을 맞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압사 사고를 방지하려고 작년 11월 18일부터 시행했다.초기에는 출퇴근길에 버스 3~4대를 눈앞에 두고도 타지 못한 승객이 많았다. 100일이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