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인 이성주 씨(27)는 전역 이후에 교회에 가지 않는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원 웨이 지저스 크라이스트(One way Jesus Crist·주님만이 나의 길)’를 반복하는 모습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그는 훈련소 예배를 “광신도 집회 같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군대의 종교활동이라고 해도 “건전한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헌법재판소는 육군훈련소의 종교활동 강제 행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2022년 11월 24일 결정했다. 종교가 없는 청구인에게 개신교, 불교,
주말이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용산구에서 시위가 열린다. 합법적으로 시위하려면 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미리 내고 단체명, 행사내용, 참가 인원을 적어야 한다. 신고는 시위 시작 720시간(30일) 전부터 적어도 48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신고된 시위 목록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금요일 오후에는 주말을 포함해 다음주 월요일 집회 일정까지 공개된다.일정표에 따르면 금요일과 토요일의 집회 빈도가 가장 높다. 특히 토요일에는 서울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는데,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집회 참
‘헬스 월 2만 원대’, ‘60% 할인’.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역 근처의 헬스장 현수막 문구다. 요금이 얼마인지 궁금했다.들어갔더니 직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가격을 알고 싶어서 왔다”고 답했다. 직원은 “상담을 통해서만 알려드린다”고 했다. 가져온 책자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헬스장도 마찬가지였다. 계산대 직원에게 “가격만 알고 싶은데 요금체계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황하며 “저희 규정상 원래 이렇게 알려드리면 안 돼서…”라고 말하면서 상담받으라고 했다.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가 202
3월 22일 오후 1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저동고 앞. 정문에서 걸어서 30초가 걸리지 않는 사거리 횡단보도에 현수막 하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고양시 병)이 매단 현수막에는 “치욕적 ‘강제동원 셀프배상’ 피해국이 왜 가해자를 대변합니까”라고 쓰였다.같은 날, 일산 후곡 학원가가 시작되는 일산3동 행정복지센터 앞. 현수막 2개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고양시 정)이 내걸었다. 문구는 “윤석열 정권 망국적 친일야합 독도까지 바칠텐가!”국민의힘 김현아 당협위원장(고양시 정)의 현수막에는 “고양특례시-LH 업
“(경기) 고양시 인구가 100만이 넘었다는 둥 그거만 좋아하면 뭐 하나요? 애를 받아줄 수 있는 응급실이 없는데.” 엄수연 씨(45)는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고양시에 없어서 불만이다. 그는 고양시에서 9살 딸을 키운다.기자는 3월 11일 밤 10시경, 고양시 덕양구의 명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밤늦었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자동차 전조등과 구급차 경광등으로 입구 주변이 환했다.우주선 모양의 출입구로 들어가니 근심 어린 표정의 부모와 어린 환자로 꽉 찼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부터 아빠 손을 잡은 초등생까지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지난해 12월 21일 ‘미국 의사 면허 시험에서 AI의 성능 연구’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의학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실렸다. 챗GPT는 미국 의사면허 시험(USMLE)을 통과할 정도로 뛰어나며, 의학 교육에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는 GPT-3.5 버전이다. 4개월 만인 올해 3월 14일, GPT-4 버전이 공개됐다. 기자가 직접 챗GPT-4를 사용해봤다. 엉뚱한 질문을 입력했다. 한국어로
OO녀, OO맘…. 기사 제목에서 여성을 표현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금발녀’가 된다. 유명 여성에게는 자녀 수에 따라 애둘맘이나 애셋맘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이런 제목을 보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10개 일간지의 10년 치 제목 763만건을 분석했던 이유다.변화가 보였다. 데이터를 모았더니 일부 표현이 제목에서 사라졌다. 예를 들어 노처녀라는 단어가 점점 줄어 2021년에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분석한 ‘헤드라인 속의 OO녀’는 제5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목욕차가 쉬면 6개월 동안 아예 안 씻는 분도 계셔요. 특히 여성분들은 시설에 있는 샤워장보다 혼자 씻는 목욕차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서울 영등포구의 서울시립영등포보현희망지원센터에서 이동 목욕차를 관리하는 이충완 씨(50)의 말이다. 센터는 ‘찾아가는 이동 목욕 서비스’를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3년째 제공한다. 지난 겨울 동파 위험으로 중단했다가 올해 2월 15일 재개했다.기자는 3월 10일 오후 1시 센터를 찾았다. 목욕차가 가동 준비를 하는지 덜덜거리는 소리를 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손님 4명이 보였다
국내 언론의 산업재해 보도는 지금까지 사망자에 주목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24세 김용균 씨, 2021년 경기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사고로 사망한 23세 이선호 씨 등. 젊은 노동자의 사례는 산재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한겨레신문은 산재 생존자를 집중적으로 다뤄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기획보도 부문)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상 대상을 받았다. 제목은 ‘살아남은 김용균들.’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이렇게 평가했다. “산재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 되는’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서
대전지법 본관 2층 복도가 북적였다. 3월 21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7)의 1심 5차 공판이 열린 날. 정 총재는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취재팀은 오후 1시 40분 도착해서 줄을 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돼요.” 여기저기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법원 직원이 촬영을 막았다. 지나가던 시민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느 남성이 “정명석 보러 왔다”라고 말했다.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취재팀 뒤로 10여 명이 줄을 섰다. “다 못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 줄이 길어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후 1시 5
3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이른 평일 오후인데도 북적였다. 명동은 한때 한국의 ‘관광 1번지’로 불릴 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은 곳. 코로나19로 끊긴 외국인 발길이 다시 늘면서 명동 상권이 활기를 찾는 중이다.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리자 여행용 가방을 끄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 내부의 환전 기계 앞에는 환전하려는 줄이 2m를 넘었다. 지하상가의 옷가게와 기념품 판매장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6번 출구로 나가서 명동 중앙로로 가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주최=정의당 국회의원 6명주제=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2심 판결 의미와 향후 입법과제일시=2023년 3월 9일(목) 오전 10시~오후 12시장소=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사회=장혜영(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발제=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소송 대리인단)토론=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이호림(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석(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과 행정사무관) 서울고등법원이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2023년 2월 21일 인정했다. 동
서울 관악구 행운동을 3월 3일 찾았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를 나서자 신림동 방향으로 빌라와 단독 주택이 이어졌다. 하나같이 반지하였다. 녹이 슨 창살로 막아놓은 곳, 플라스틱판으로 가린 곳, 돌담에 막혀버린 곳 등.관악구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지난해 여름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컸다.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나가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다. 반지하에 고립된 가족 3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국토교통부는 이런 피해를 막으려고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 16일에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간호사가 방호복을 벗기 시작했다. 기자가 만난 간호사는 격리 병동에서의 근무 경험을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기억으로 회상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지 않고, 처우가 더 개선됐다면 환자에게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했다.“환자들이 치료받는 동안 저를 보고 잠시라도 웃으면 그걸로 만족했어요. 제가 근무했던 병동에는 TV도 없었거든요. 간호사가 환자들의 유일한 소통창구였어요.”백의영 간호사(37)는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할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면 미소 지었다. 그는 2022년 7월부터 약 10개
2월 2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입구 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200여 명의 시민으로 붐볐다. 버스마다 30명 정도가 기다렸다.버스 문이 열리면 자리가 금방 찬다. 기사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만석 안내판을 앞 유리창에 놓는다. 다음 버스는 언제 탈 수 있을까. 남은 승객은 안내판을 봤다.경기 광역버스에서 입석을 금지한 지 2월 26일로 100일을 맞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압사 사고를 방지하려고 작년 11월 18일부터 시행했다.초기에는 출퇴근길에 버스 3~4대를 눈앞에 두고도 타지 못한 승객이 많았다. 100일이 지나
“헌법에서 (국가가) 정당을 보호하도록 말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정당은 국가가 보호하는 조직이 아니에요. 자생적인, 일종의 사조직 개념으로 생각하죠.”경북대 엄기홍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당’ 개념을 이렇게 비교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정당 운영을 위한 경상보조금, 선거 때 지급되는 선거보조금과 추천보조금을 지급한다.
제21대 국회 임기가 2024년 5월 29일 끝난다. 의정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2021년 3월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했다. 과연 국회는 일을 제대로 했을까. 다음 총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서울 국회의원 49명의 성적을 매겼다.방법은 여러 가지다. 회의 출석률과 발언량, 발의 법안 건수, 법안 처리율…. 발언량과 발의 법안 건수는 양적인 지표여서 내용을 알 수 없다. 말을 많이 한다고, 법을 많이 만든다고 성과를 냈다고 보기 힘들다.법안 처리율은 의안이 실제 법률안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발의 건수가 적으면
2월 28일 오후 6시 15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플랫폼. 안전문마다 약 10명의 승객이 열차를 기다렸다. 키가 156cm인 기자가 크게 13걸음을 걸을 때마다 1대씩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이대역 방향으로 가는 내선 순환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왔다.기자는 스피커 2대 사이에 서서 안내방송을 녹음하고 AI 음성인식 프로그램에 넣어봤다. ‘지금 이 방으로 가는 내성 수만 남자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내용은 인식했지만, 역 이름과 방향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축제 인파 사고 등 신종재난
“정치검찰 박살내자! 이재명을 지켜내라!”, “이재명 구속! 이재명 구속!”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일대에 상반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는 동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도로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가, 왼쪽 도로와 서문에는 보수 성향의 검찰 수사 지지자가 집회를 열었다.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두 번째 소환됐다. 앞서 1월 28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때도 양쪽 진영은 서초동에 모여 대립했다.2월 10일 오전 9시경,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 8
“아빠, 초록불인데 오토바이는 왜 지나가?” 서울 강서구 공진초 옆의 마곡하늬공원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에 초록빛이 들어왔다. 아빠와 아이가 헬멧을 쓴 채 나란히 자전거를 끌고 첫발을 뗄 때였다. 배달 오토바이 1대가 휙 지나갔다.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부자가 섰던 횡단보도 옆의 과속방지턱을 지나야 어린이보호구역이 시작한다.그런데 어린이보호구역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지점의 표지판 위치가 제각각이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본부장은 2월 3일 ‘안전한 스쿨존 조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시점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