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글렌굴드가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면 그가 음악과 자신을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날, 그는 무대 위에서 종적을 감췄습니다. 타인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을 혐오했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의 감성은 음악을 거쳐 감상자의 감성에 도달합니다. 음악은 굴드와 관객 사이의 매체입니다. 하지만 굴드의
햇살 가득한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곁들인 브런치에 신문을 읽는 사람들. 흔히 외국 영화에서나 보일 법한 풍경이다. 한국 사회에서 바쁜 직장인의 평화로운 주말이란 조금 모순된 말이다. 주말에 쉴 시간이 있어도, 그 날 읽을 신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일간지는 주말에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 하나, 주말의 소식을 전하려는 신문이 있다
중앙일보 토요섹션 1면에는 ‘j’가 크게 새겨져 있다. 흡사 의자에 편히 앉아 신문을 보는 ‘사람’의 모습 같다. 중앙일보의 상징인 대문자 ‘J’가 아니라 소문자 ‘j’라는 점에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이 토요섹션의 이름이 ‘사람섹션 j’
하얀 셔츠에 검정색 혹은 진회색 양복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저마다의 입과 손에는 담배 한 개비씩이 물려있고 들려있다. 양복바지만큼이나 건조한 색깔의 건물 앞 작은 공간에 나무는 빽빽하게 심겨 있다. 그 나무들 사이로 남자들의 빳빳하게 세운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는다. 축소화된 자연은 아니다. 도시의 흔한, 흔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장면들 중
온라인 저널리즘의 등장과 함께 많은 사람들은 손에서 종이신문을 놓았다. 대신 모니터를 앞에 두고 앉아 마우스를 잡았다. 손가락 하나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 여기저기를 누빌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릭 한번은 사람들을 세계 각국의 뉴스현장으로 데려다 준다. 기사가 실리는 공간이 지면에서 화면으로 옮겨간 것 이외에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실 원하는 기사의 제
장애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장애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 에이블뉴스(Ablenews).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특이하죠?”라고 입을 떼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용산구에 위치한 교실 한 칸 크기의 사무실에서 백 대표는 “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 춥지 않냐”며 녹차 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의 일이다. 32개국의 국기가 게양된 월드컵 조직위원회 건물 앞을 지나던 정경열 기자는 폴란드 국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뒤집힌 폴란드 국기가 인도 국기와 같은 모양이 된 것을 찍어서 사회면에 보도했다. 다른 사람들은 별 거 아닌 것으로 치부했지만 정경열 기자에게는 자랑스러운 사진이었다. “세상을
‘포스팅 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댓글 단다고 손가락 부러지는 거 아니잖아요.’ 인터넷 연재 인기 소설을 읽고 싶어 검색했더니 어떤 블로그에 첨부파일과 함께 이렇게 써있다. 확인해보니 정작 그 블로그의 주인은 작가가 아니다. 심지어 그 소설의 작가는 무단배포를 금지해놓은 상태. 이처럼 원작자가 아닌 사람들이 타인의 작품을 단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천민영(21세, 여)씨는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먼저 ‘학식 메뉴’를 터치해 점심 메뉴를 고르고 ‘사이버 캠퍼스’에 들어가 수강하는 과목의 과제 유무를 살핀다. 이화여자대학교는 ‘Ewha Womans University’라는 공식 어플리케
“Why not?”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주인공 마이클(송일국)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 말을 한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대사에는 놀라운 마케팅 전략이 숨겨져 있다. 마이클이 몇 회에 걸쳐 반복했던 'Why not?'은 사실 삼성카드의 광고 카피였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어둠과 추위가 동시에 찾아온 국경. 한 무리의 여성들이 강물을 건너기 시작한다. 첨벙첨벙. 그들을 담은 화면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거친 숨소리도 들려온다. 이 숨소리는 강을 건너는 여성들의 것이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카메라를 잡고 있는 기자들의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집중 취재한 이들은 조선일보의 크로스미디어 팀이다. 그리고
사실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주연한 영화 <셉템버 이슈>는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판 <보그> 9월호를 실제로 본 적도 없습니다. ‘셉템버 이슈’를 만드는 스트레스가 어떤지도 알 턱이 없고요. 하지만 1988년부터 <보그>를 맡은, 다시 말하자면 셉템버 이슈를 20번도 넘게 만들었다는 그
개그맨보다 재미있고, 예능보다 흥미로운최대웅 예능작가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이라는 멘트를 듣는 순간 버글스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가 떠오르고 ‘건도’가 건방진 도사의 준말임을 알고 있다면, 제법 예능 좀 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재밌는 건 경기 결과를 점치는 일이다. 경기 기간 동안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만 원 내기는 월드컵의 빠질 수 없는 묘미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개최하기 전 KBS의 인터넷 프로그램 에서 한준희 해설위원도 우리나라의 경기 성적을 예측했다. "조별리그 한국의 성적은 1승 1무 1패일 것이다&qu
포털 사이트 다음엔 ‘만화속 세상’이라는 코너가 있다. 누리꾼들은 이곳에서 강풀, 강도하, 팀 풍경같은 유명 웹투니스트들의 작품을 기다린다. 미디어 다음에 연재하는 작가 중 최근 가장 핫한 작가가 있다. 바로 영화 의 원작을 그린 윤태호다. 2008년 8월 20일 연재를 시작한 는 그림이 전하는 긴장
7월 25일 코엑스에 애니메이션 코스튬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인기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원피스, 나루토의 캐릭터로 분한 기존의 코스튬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중인 의 캐릭터 '강림도령'과 '사라도령'으로 분한 것이다. 아직 OVA(Original Video Animation)*가 발매되지
무엇이든 자주 보고 들으면 익숙해진다지만 여기에 IT는 예외다. 아무리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따라잡으려 해도 종잡을 수 없이 변화무쌍한 IT의 특성 탓이다. 역설적으로 IT는 변화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우리 생활과 빠르게 가까워졌다. “IT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발전을 거듭하며 가장 쉬운 형태가 되는 것이 바로 IT입니다. 버튼 세 개뿐인 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일 오후였다. 취재 중 경희궁 근처를 서성이던 김선규 기자는 참새 몇 마리가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 중 한 마리가 수도꼭지 주변을 맴돌았다. 잠긴 수도꼭지에서 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지자 참새는 놓치지 않고 목을 적셨다. 김선규 기자의 카메라도 그 모습을 동시에 포착했다. “갈증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다는
소리로 그리는 드라마 TBS 라디오 주용진 PD “제가요? 저를요? 인터뷰요?” 인터뷰 요청에 적잖이 당황한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원래 라디오 PD는 별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아 해요.” 라디오에 대한 순수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그는 인터뷰를 승낙했다. 그리고 무더운 날 신촌에서 그를 만났다. 남
‘다문화’ 보도의 참을 수 없는 불편함 한 때 ‘장애우’라는 말이 정치적 올바름의 적절한 예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장애우를 사용하면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며 매스컴에서도 장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우라는 단어가 비장애인들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조어라는 걸 인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