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보면 성공한 것만 적혀 있잖아요. 사실 그걸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건데요.”더 많은 것을 탐하고, 더 높은 곳을 선망하는 성공 지상주의 시대. 화려한 ‘성공’보다 모두가 외면하고픈 쓰디쓴 ‘실패’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목표를 이루기까지 쓰러지고, 부서지고, 무너졌던 나와 당신의 실패담을 찾아 듣는 기자, 바로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다.김지은 기자는 올해 2월부터 한국일보 인터뷰 시리즈 를 연재하고 있다.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는 지금까지 배우 김혜수, 피겨 국가대표 차준
“저널리스트, 작가, 농부.”2021년 미국 오리건주 주지사 선거에 나선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37년간 뉴욕타임스에서 일한 그의 정체성은 저널리스트에만 그치지 않는다.크리스토프는 1959년생으로 오리건주 얌힐(Yam hill)의 체리농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오리건주 시골 소년(Farm boy from Oregon)이었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저널리즘에 눈을 떴다. 신문 편집과 보도에 재미를 넘어 사랑을 느꼈고, 지역 신문 맥민빌 뉴스 레지스터(McMinnville N
“그 친구는 진짜 타고난 기자예요. 아마 다시 태어나도 기자 할 거예요.”이상기 아시아엔 발행인은 이충재 기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상기 발행인은 1988년 한겨레 기자가 되고 이충재 기자와 30년 넘게 알고 지냈다. 경찰, 교육부, 국방부를 함께 출입했다. 그는 초년병 시절의 이충재 기자를 “가장 부지런했던 기자”로 기억한다.“공무원보다 먼저 출근했어요. 내가 그 친구보다 일찍 출근한 적이 없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는데, 다른 공무원한테 듣기로는 오전 7시쯤이면 이미 출근해 있던 적이 많았다고 해요.”이충재 기자를 5월 12일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언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해 주세요.”JTBC의 신예리 전 교양팩추얼본부장(현 자문역)이 2월 23일 이화여대 대학원별관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 기자와 논설위원을 거쳐 JTBC에서 기자, 앵커, PD로 근무했다. JTBC 최초의 여성 임원.그는 강연과 저서 집필을 통해 경험과 지식 공유에 힘쓴다. 이날 그는 윤세영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을 만났다. 기자는 3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빌딩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신 전 본부장은 봄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났다.“아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이동식 주택 단지. 이곳에 사는 10살 소녀 베로니카는 전쟁으로 집을 잃었다.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가 고향이다. 2022년 4월, 러시아군의 집속탄 공격을 받았던 곳. 피란민이 몰린 기차역이 폭발해 민간인 50여 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SBS 장선이 기자는 우크라이나인 중에서 베로니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터전을 잃고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소녀는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강조하며 한국에 꼭 보도해주길 부탁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2022년
부산 북구의 형제복지원은 1960~90년대 폭행, 노역, 성폭력이 있었던 곳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로 1차 191명, 2차 146명에 대한 진상을 규명했다. 그러나 영화숙과 재생원의 진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국제신문 신심범 기자는 형제복지원 이전에 영화숙과 재생원이 있었다는 기사를 2022년 11월 1일 보도했다. 보도는 경남 양산의 프레스센터에서 시작됐다.손석주 씨(61)가 그해 10월 26일 이곳을 찾았다. 국제신문 김성룡 기자는 손 씨와 대화하고 신 기자에게 소개했다.손 씨는 신 기자를 만나 50년 전,
OO녀, OO맘…. 기사 제목에서 여성을 표현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금발녀’가 된다. 유명 여성에게는 자녀 수에 따라 애둘맘이나 애셋맘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이런 제목을 보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10개 일간지의 10년 치 제목 763만건을 분석했던 이유다.변화가 보였다. 데이터를 모았더니 일부 표현이 제목에서 사라졌다. 예를 들어 노처녀라는 단어가 점점 줄어 2021년에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분석한 ‘헤드라인 속의 OO녀’는 제5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국내 언론의 산업재해 보도는 지금까지 사망자에 주목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24세 김용균 씨, 2021년 경기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사고로 사망한 23세 이선호 씨 등. 젊은 노동자의 사례는 산재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렸다.한겨레신문은 산재 생존자를 집중적으로 다뤄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기획보도 부문)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상 대상을 받았다. 제목은 ‘살아남은 김용균들.’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이렇게 평가했다. “산재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 되는’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서
뉴욕타임스가 2022년 7월, 새 기획을 선보였다. 전에 썼던 칼럼에서 잘못된 점을 밝히고, 바로잡는 내용을 같은 날짜에 게재하는 코너였다. 칼럼니스트 여러 명이 정정 칼럼을 동시에 쓴 적은 없었다.뉴욕타임스는 “잘못했을 때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주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획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8명이 참여했다.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년 전의 낙관적인 인플레이션 예측이 틀렸다고 했다. 퓰리처상을 3번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국의 검열 정책을 낙관적으로 바라본 칼럼이 잘못됐
순직 공무원의 유가족은 가족을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까. 사고가 생기면 언론은 유가족이 슬퍼하는 모습을 잠시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이런 유가족 이야기를 6부작 시리즈에 담았다. 관훈클럽이 주관한 관훈언론상(제40회) 수상작이다.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만들었다. 속보 경쟁에서 벗어나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6부작 시리즈 ‘산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히어로콘텐츠팀 5기인 8명이 만들었다. 지민구 김예윤 이소정 이기욱 위은지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초딩•중딩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MBC 의 슬로건이다. 은 지난해 선발된 MBC 사내벤처 2기로 올해 1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효걸 기자와 염규현 기자는 각각 15년차, 14년차 기자 출신이다.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0월 15일부터 기획취재팀에서 근무하며 MBC 주말뉴스데스크 코너인 , 을 제작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올해 1월 17일부터는 자사 아카이브를 활용해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 취재를 자주 했습니다.” 2006년부터 북한 취재를 담당한 안정식 기자는 평양, 개성, 금강산, 백두산 등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개성공단에 아침저녁으로 오갔다고 했다. 2021년에는 북한 보도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14회 통일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그는 어느 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SBS 목동센터로 약속 장소를 바꿀 수 있을까요?’ 인터뷰 당일 아침, 안정식 기자로부터 문자가 왔다. 급하게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언제든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기에 방송센터에서 대기해야 했다. 북한의
“2022년 3월 15일 낮 12시. 부차시청의 행정 담당 공무원인 드미트로 합첸코는 동료들과 함께 곧 마을로 들어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닷새 전인 10일부터 인도 회랑이 열렸고, 그 길로 구호품을 실을 버스가 들어와 물건을 내리고 빈자리에 동네 사람들을 태우고 떠날 예정이었다. ‘버스가 언제 오나’ 생각하던 차였다. 러시아군 30여명이 시청 담을 넘었다. “거기, 당신!” 한 러시아군이 드미트로를 불러 세웠다.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당신, 여기서 일하나?” 러시아군이 물었다.”지난 6월 15일,
“쉽게 쓰지 않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최문선 기자의 네이버 기자홈 소개 글에 올라와 있는 문구다. 2000년 2월 공채에 합격해 한국일보에서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금까지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23년차 중견 기자다.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 문화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쳐 지난 2019년에는 50년 만에 한국일보 여성 정치부장으로 선임됐다. 올해 5월부터는 국제부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데스크로 근무해 자신의 바이라인을 단 기사를 내진 않지만 달마다 게재되는 칼럼을 통해 그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0월 14일
‘아수라장: 이태원에서의 나의 핼러윈 밤이 어떻게 즐거움에서 공포로 바뀌었나.’ 지난 10월 30일 영국 가디언지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기사의 길이는 A4용지 세 장 정도였다. “저녁 7시부터 이태원에 이미 사람들이 넘쳐났다. 군중을 통제하는 인력을 본 기억은 없었다. 밤 10시 30분에 우리는 이태원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 근처 해밀턴 호텔 앞에 소방차와 구급차가 있었고 경찰 두 명이 경찰차 위에 서서 사람들에게 떠나라고 애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을 목격한 영국인 프리랜서 라파엘 라시드(Raphael Rashid)가
경기도의 과학고등학교. 30대 물리 교사는 어느 날 꼬리뼈가 아프기 시작했다.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병원에서 육종암 판정을 받았다. 전체 암 가운데 1% 이하인 희소암. 진단을 받고 2년 후, 2020년 7월 29일 교사는 세상을 떠났다. 고(故) 서울 씨(사망 당시 37세) 얘기다.육종암 판정을 받은 건 서 씨만이 아니었다. 동료 교사도 육종암 판정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모두 3D 프린터를 수업 자료로 활용했다.서 씨가 숨지고 만 1년째가 된 지난해 7월 말, YTN 보도국 기획탐사팀은 3D 프린터와 암의 연관
치킨의 다리 한 조각, 날개 한 조각, 그리고 다른 부위를 먹는다. 모두 3조각을 먹고 영상 속 주인공은 배가 부르다며 박수를 일곱 번 치고 식사를 마무리한다. 유튜버 은치코 씨의 이 영상은 6월 9일 기준으로 조회 수 148만을 기록했다.그는 다른 먹방에서 쌀국수를 반도 먹지 못하고 남긴다. 이런 소식(小食) 먹방이 유튜브에서 뜨고 있다. 음식을 많이 먹는 일반 먹방과 달리 한 그릇도 먹지 못하는 소식가가 주인공이다. ‘입 짧은 먹방’이라고도 한다.소식 먹방은 크게 두 부류다. 건강식으로 적게 먹는 유형과 음식 자체를 적게 먹는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8년간 써온 연재 칼럼이다. ‘9988’은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을 줄인 말이다. 칼럼 제목에 맞게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담는다.그는 2019년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인터뷰에서 복지전문기자로서의 신념을 ‘긍휼지심(矜恤之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신념 덕에 그는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의과학취재상’을 받았다. 협회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누가 일으켰느냐?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하고 함께 해서 일으켰대!”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2020년 5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2002년 신문 광고를 시작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끊임없이 주장했다.‘카더라’ 수준이던 북한군 침투설에 김명국이라는 인물이 힘을 실었다. 그는 2013년 5월 채널A에 출연해 자신이 5.18 당시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이후 지 씨는 2015년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영상을 편
2019년 7월 26일 전주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이 최종 거부됐다.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결정으로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결정 뒤에는 7개월간 끈질기게 이어진 동아일보 교육팀의 보도가 있었다.자사고 보도를 시작한 사람은 최예나 기자였다. 2019년 1월 4일, 최 기자는 “확 높인 ‘자사고 기준’, 무더기 지정취소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새 정부